[Opinion] 작년 나의 가을 기억 [음악]

나의 계절을 만드는 음악들
글 입력 2022.10.0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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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음악들은 나의 시간들을 만들어낸다.

 

별 것 아닌 평범한 순간이라도 음악과 함께하면 특별한 순간이 된다는 비긴어게인의 대사처럼, 내 거의 모든 순간들에는 음악이 존재한다. 새로운 곳에 여행을 갈 때 새로운 향수를 뿌리고 가면 돌아와서도 그 향을 맡을 때마다 그곳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과 같다. 실제로 나는 계절을 음악으로 자주 기억한다. 작년 3월은 Way Back Into Love- Hugh Grant를 들으면서 동트는 것을 보던 기억, 올해 5월은 Sovereign Light Cafe- Keane을 들으며 집앞을 걷던 기억 등이다.

 

작년 가을날은 유독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재작년 9-10월과 달리 처음으로 자유를 누렸던 가을이어선지, 오랜 숙명이던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난 후여서 그랬는지,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좋아서였는지, 아니면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날 행복하게 만들었던 건지.

 

아, 확실한 것이 한 가지 있다. 내게 확고한 '음악 취향'이라는 게 막 생기기 시작할 때가 딱 이맘때쯤부터였던 것 같다. 그전에는 좋아하는 노래라고 하면 8-90년대의 옛날 노래 정도였고 항상 들었던 노래만 계속 들었기 때문에 이렇다할 취향은 없었다. 작년 초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접했던 노래들보다도 더 많은 노래를 새로 듣게 되면서 여름이 지나고나서부터는 처음으로 노래를 찾아 듣기 시작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가수가 생기면 그 가수의 앨범들을 전부 들어보고, 길거리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들을 직접 찾아 듣고, 취향이 비슷한 친구에게 추천을 받기도 하고, 알고리즘으로 타고 타고 들어가서 노래를 발굴(?)해내기도 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노래 듣는 것이 취미가 되었고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 스타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매해마다의 계절을 떠올려 볼 때가 있다. 정말 많은 추억들이 떠오르지만, 그중에서도 내 기억 속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선명하게 존재하는 기억들이 하나씩 있다. 그중 작년 나의 가을은, Michael Buble의 Haven't Met You Yet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학교의 낙엽을 밟으며 산책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사실 매일 가는 학교 산책로인데도 음악과 함께여서였는지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들었던 노래들, 기분, 입었던 옷이 뭐였는지까지 아직도 전부 생각난다.

 

그래서 작년 가을날을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곡들과 올해 가을에 가장 많이 들었던 몇 노래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아마 내년 가을이 되면 또 이 곡들로 가을의 나를 기억하게 될 테다. 이것이 바로 일상 속의 낭만이 아닐까 크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Michael Buble - Haven't Met You Yet


  

 

 

위에서 언급했던 Michael Buble의 Haven't Met You Yet 이라는 곡이다. 아마 마이클 부블레는 Home이라는 곡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나는 이 가수를 캐롤 앨범으로 접했기 때문에 겨울에 생각나는 가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곡은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설렘의 느낌을 담고 있어서 봄이나 가을과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등교할 때 자주 꺼내는 노래인데, 이 곡만 들으면 힘이 나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아한다.

 

이 곡이 마음에 들었다면 부블레의 곡들 중 비슷한 분위기의 Everything, Save The Last Dance For Me, I Believe In You를 추천한다. 그리고 이제 겨울이 다가오니 'Christmas'라는 캐롤 앨범을 들으면 단숨에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원래 캐롤은 지금부터 들어줘야 하니까!

 

 

 

Bleeding Love - Leona Lewis


  

 

 

두 번째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리오나 루이스의 Bleeding Love라는 곡이다. 이 곡은 <친구와 연인 사이>라는 영화의 ost로 나와서 알게 된 곡이다. 2000년대 초반의 팝적인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데, 단조로운 듯한 후렴 구절이 반복되지만 여기서 나오는 중독성이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딱 작년 이맘때 <친구와 연인 사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영화 속 주인공들도 여름과 가을 사이의 옷차림을 하고 있다. 인생 영화라 할 정도로 그렇게 많이 인상깊었던 작품은 아니었는데, ost가 너무 좋아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ost를 찾아듣다보니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도 기억에 잘 남아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주인공 나탈리 포트만이 침대에 누워 이 곡을 따라부르는 장면이 기억나면서 설레는 기분이 든다.

 

Plain White T's라는 밴드의 Rhythm Of Love라는 곡 또한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이 곡도 들으면 영화 장면들과 작년 나의 가을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Stop This Train - John Mayer


  

 

 

존 메이어는 미국의 음악지 롤링 스톤이 선정한 새로운 세계 3대 기타리스트에 꼽혔을 정도로 매우 뛰어난 실력을 가진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다. 특히 기타 즉흥 연주가 뛰어나기 때문에 라이브 버전의 영상을 첨부했다. 라이브 연주마다 다르게 연주하기 때문에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특히 이 라이브는 노래를 진심으로 즐기며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존 메이어의 모습이 잘 보여 애정하는 영상이다.

 

그중 Stop This Train이라는 곡은 작년 가을 명동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들어갔던 카페에서 일기를 쓰며 들은 노래다. 사실 처음에는 무언가를 혼자 한다는 사실이 익숙치 않았는데, 이때 카페에서 혼자 일기를 쓰는 것의 매력을 처음 알게 되어 이후 종종 일기를 쓰러 혼자 카페에 가곤 했다. 낙엽이 떨어져 세상이 노랗게 보이던 날이었는데, 이 곡과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려서 끊임없이 반복재생 버튼을 눌렀었다.

 

좋은 곡이 정말 많은 아티스트기 때문에 기타 소리에 집중하여 New Light, You're Gonna Live Forever In Me, Rosie, Gravity 등의 노래도 들어보길 추천한다.

 

 

 

Regent's Park - Bruno Major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수는 아무래도 브루노 메이저가 아닐까 싶다. 목소리와 곡들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고요하면서도 쓸쓸한 느낌이 든다.

 

제목도 그렇고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특히 노오란 낙엽이 만개한 공원의 벤치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는 기분이 든다. 목소리 자체가 하나의 악기 같다. 낭만적인 멜로디와는 다르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을 고하는 슬픈 가사지만, 가사 하나하나가 마치 편지의 한 구절처럼 로맨틱하다.

 

브루노 메이저의 The Most Beautiful Thing, Home, Nothing, Easily 모두 가을과 잘 어울리는 곡들이다.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 Green Day


 

 

 

작년 10월에 처음 들은 노래다. 9월에 들으면 좋았을 텐데 늦어서 아쉬운 마음에 내년 9월에는 가장 먼저 이 노래를 꺼내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올해 9월 1일이 되자마자 정말로 이 곡을 들었다. 이렇게 생각만 하던 일을 시간이 지나 실제로 마주하게 되면 신기하고 낭만적이기도 하다.

 

정말 좋아하는 밴드인 그린데이의 곡이다. 그린데이는 몰라도 이 곡은 아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락 밴드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노래다.

 

노래 제목은 그린데이의 보컬 빌리 조 암스트롱의 돌아가신 아버지에 관한 것이다. 매우 친밀했던 아버지께서 빌리 조가 10살 때 돌아가셨는데, 울다가 지쳐 잠든 빌리 조를 깨워 위로해주던 어머니에게 "9월이 지나면 저를 깨워주세요(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알고 가사에 집중하며 들으면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 곡이다.

 

꽉 찬 사운드와 벅차오르는 선율들, 밴드의 매력이 정말 극대화된 곡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만으로 노래를 채우지만 곡이 전개될수록 드럼과 기타가 추가되고 사운드가 점점 꽉 차기 시작하면서, 어느샌가 눈을 감고 선율을 느끼는 나를 보게 된다. 2:48초부터 시작되는 부분은 정말로 내가 밴드 음악을 좋아하게 된 그 시작을 떠올리게 해줄 정도로 사랑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9월에 비가 엄청 많이 오던 월요일이 있었다. 그때 엄청난 빗속에서 이어폰 소리를 키워놓고 이 곡을 들으면서 아직은 초록색인 나무를 보며 걸었었는데, 아마 이 기억은 내년의 내가 2022년의 가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기억날 정도로 강렬하고 선명한 기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

 

특정한 순간 들었던 노래들이 시간이 지나면 나의 한 추억이 되고 계절이 되기 때문에, 계절이 변할 때마다 그에 맞는 새로운 노래들을 찾아 듣는 일은 매우 행복하다. 음악은 그냥 두면 속절없이 흘러가버리는 시간들을 붙잡아두는 낭만적인 방법인 것 같다.


 

[최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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