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백제 금동대향로 문양에 숨겨진 의미 [미술/전시]

글 입력 2022.09.2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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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대향로>는 한국 미술사의 걸작으로서, 선인들의 우수한 조형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 유물로 당시의 문화와 종교를 담아낸 작품이다. 향로에는 봉황, 기러기, 연꽃, 악사, 용 등 다양한 문양이 화려하게 새겨져 있는데, 과연 이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롤랑 바르트의 기호학적 관점에서 향로 문양의 의미를 세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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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 백제, 국립부여박물관 소장


 

구조주의는 일반적으로 소쉬르의 ‘구조언어학’에 기원을 둔다. 소쉬르의 체계에서 ‘기호’는 기표와 기의로 이루어져 있다. 이후 롤랑 바르트는 “기표+기의=기호”라는 소쉬르적 도식에 2차적 의미생성으로서 신화(Myth)의 단계라는 새로운 개념을 추가한다.

 

바르트는 신화를 하나의 ‘기호’로 보며, 기호로서의 신화는 명시적 의미를 읽는 첫 번째 의미화, 사회적 맥락을 담은 함축적 의미를 읽는 두 번째 의미화, 마지막으로 기호를 통해 이데올로기를 신화로 만드는 세 번째 의미화까지 총 세 번의 의미화 과정을 거친다.

 

이에 따라 <백제 금동대향로>의 문양에서 봉황, 인동당초문, 용의 의미를 기호학적 관점에서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봉황은 성인의 탄생에 맞추어 세상에 나타나는 새이자, 새의 왕으로서 귀하게 여기는 영조이다. <백제 금동대향로>의 봉황은 비상하려는 듯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는데, 여기에는 봉황이 태양새, 음악과 가무의 새라는 함축의미가 담겨 있다.

 

이로써 백제인이 봉황을 일찍부터 음악을 아는 새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신화화 과정에서, 봉황의 가무가 고대 동이계의 전승을 바탕으로 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동당초문은 넝쿨 식물이 뻗어 나가는 형상을 도안화한 문양으로, 장수(長壽)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백제 금동대향로>가 생동감 있게 보이도록 하는 커다란 양식적 비중을 차지한다. 아울러 인동 넝쿨이 중국과 한국 등지에서 자랐다는 사실은, 인동당초문이 한국 고유의 독자적 양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지니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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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 부분, 백제, 국립부여박물관 소장

 

 

<백제 금동대향로>의 용은 향로의 몸체인 연꽃과 뚜껑인 봉황을 받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용은 봉황과 마찬가지로 천자를 상징하는데, 봉황과 용이 각각 향로의 상부와 하부에 배치된 것은 음양 사상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향로 전체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우주 창조의 근원적 의미를 지닌 새로운 상징체계이다. 또한 용의 입과 연꽃이 연결된 것은 광휘의 연꽃과 우주의 순환을 상징하는 용 사이에는 긴밀한 관계가 존재함을 암시한다.

 

이처럼 바르트식 의미작용 과정을 적용하면, 향로 문양이 겉으로 드러내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가 담고 있는 내적인 의미까지 알 수 있다. 선인들은 향로에 백제의 정신세계와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았다. 아울러 백제는 주변 국가의 문화 수용과 함께 자신들만의 독자적 문화를 형성하였다.

 

이 점에서 <백제 금동대향로>는 박산향로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백제의 방식대로 풀어 당시 문화를 담아낸 백제만의 향로라고 볼 수 있다.

 

 

참고 자료

로리 슈나이더 애덤스, 『미술사방법론』, 박은영 옮김(서울하우스, 2014)

이유진, 김태균 (2008). 백제금동대향로에 나타난 문양의 기호학적 연구. 디지털디자인학연구, 8(4), 209-218

네이버 국어사전, ‘동이’, 2021. 10. 03.

 

 

[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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