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울을 견디는 방법 [사람]

나는 괜찮고 괜찮아왔으며 괜찮을 것이다.
글 입력 2022.09.2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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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크게 유행할 때도 확진이 되었을 때도 무사히 버텨내던 나는 무너졌다. 나름 대학 생활을 열심히 했었는지 마지막 학기가 되니 학교에 가는 날보다 안 가는 날이 더 많아졌다. 내향형 인간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이 생활이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학교에 가지 않으니 사람을 만날 일이 없다. 사람들과 연락하기 쉽지 않다. 그들은 내가 바쁘다고 생각하니까. 나도 그들이 바쁘다고 생각해서 연락을 나대로 안 하다 보니 친하던 사람들과도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준비하는 걸 열심히 해보려고 했지만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이 있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고 계속 딴짓했다.

 

딴짓이 늘어나면서 할 일이 조금씩 밀려서 뒤돌아보면 쌓여있다. 일은 쌓여만 가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나 자신에 실망해 자괴감은 쌓였고 그것은 우울로 변했다. 심지어 게임을 하다 울더라. 이렇게까지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처음이다. 이런 내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것이 아이돌...?


 

노동요를 찾아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어떤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나도 이름 정도는 들어본 아이돌이었는데 그들이 너무 즐거워 보였다. 그 영상을 시작으로 알고리즘이 계속 그 그룹을 보여주었다. 어느새 다른 영상을 검색하거나 노래를 찾아들었다. 신곡이 나와도 누가 틀어주거나, 길을 지나다니다가 잠깐 듣거나가 다였다.

 

들어도 타이틀만 듣고는 했는데 이제는 수록곡이나 커버 곡까지 찾아서 듣고 있더라. 학창 시절에 친구들이 연예인을 좋아할 때도 옆에서 아무 생각 없었었는데 변한 나를 보며 친구들이 신기해했다. 나도 이럴 줄 몰랐는데. 소설과 만화로도 충족시킬 수 없는 생동감이 있다고나 할까?


연예인보다 책을 좋아했던 이유는 책 안의 인물들은 변하지 않아서 좋아했다. 그들의 행동이나 모습을 내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연예인들은 어느새 변해버릴 거로 생각했다. 인기 많던 그룹이 사건·사고에 휘말려 사라지거나 해체하는 걸 보면서 힘든 사랑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책은 완결 나면 끝이지만 그들은 활동이 끝나도 계속 소식을 들려주었다.

 

SNS에 가입해서 소식을 찾아보거나 살면서 처음으로 생일 카페라는 곳에도 가봤다.

 

연예인을 좋아하면 논란이 터질까 전전긍긍할 줄 알았는데 왜 친구들이 좋아하는지 알겠더라. 그들과 같은 시대에 살고 있고 늘 새로운 것들이 나오는데 이게 좋았던 거구나. 놓친 시간이 아까웠다. 노래를 이제라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순수하게 그들이 주는 에너지가 좋다. 위로를 받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사람을 만나세요


 

우울함에 빠지고 가장 힘들었던 게 있다. 사람 만나기다. 노골적이고 신랄한 미움을 받는 것은 오래간만이었다. 너무 감정적으로 지쳐갔고 점점 사람이 예민해졌다. 그래서 메시지 어플도 삭제하고 칩거했다. 급한 연락이 있다면 전화를 달라고 했지만, 칩거 중에 나에게 연락하는 사람이 없었다. 당연하다. 그렇게까지 급한 일이 없었다면 다행이기는 하나 일상적인 이야기도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 먼저 놓아버린 것은 이쪽이었는데 연락이 없다고 서글퍼 하는 게 나 자신이 생각해도 찌질했다.

 

그래도 살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연락했다. 언제 한번 보자고 미루고 미루다 먼저 연락해서 후배를 만났다. 오랜만에 보는 후배였다. 후배도 취업 준비 중이었는데 아는 사람이 다 졸업하고 다들 취직 준비한다고 연락 안 해서 우울했단다. 그래서 내가 연락해 온 게 고맙다고 했다. 나는 나를 만나준 것만 해도 고마웠는데 그렇게 말해주니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 후배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연락했다. 다들 나와 비슷했다. 연락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정말 좋았다. 그들도 나에게 힘들었던 것을 얘기하고 나도 그들에게 힘들었던 것을 이야기했다. 친한 선배가 힘들어하는 나에게 말을 해주었다. 집 밖으로 나오라고. 사람을 만나라고.


나는 여전히 우울하다. 안드로이드가 아닌 이상 완전히 우울을 없앨 수 없다. 사람이기에 가질 수 있는 이 감정을 나는 느끼지 않기보다는 견뎌내기로 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동감을 간접적으로 느끼며 힘을 내고 있다. 정말 힘들 때는 상담받기로 했다. 혼자만 가지고 있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나를 버티게 해준 방법들과 앞으로 찾아갈 새로운 방법들로 우울을 견뎌낼 것이다. 나는 괜찮고 괜찮아 왔으며 괜찮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랬왔듯이.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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