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학이기 때문에 - 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 『다락방의 미친 여자』
글 입력 2022.09.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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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인간에 대한 가장 섬세한 이해라고 믿는다.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의 이해할 수 없는 언어와 행위마저 끝끝내 감싸는 일. 타인을 주체로 대하여 그들의 내면에 오감을 집중하는 일.

 

문학의 역할은 그런 것이고, 그래야만 하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언제나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문학의 주체를 주체로서 받아들이지 못했던 어두운 역사가 선명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여성의 문학이 쓰이고 읽히기까지, 그들의 문학이 걸어온 길을 약간은 슬픈 눈으로 톺아본다.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의 페미니즘 문학 비평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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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우월성이 과학처럼 퍼져있었고, 남성의 지배가 신앙처럼 여겨졌다. ‘가부장’이 디폴트였으므로 문학 역시 권위에 복종했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보들레르를 탄생시킨 19세기는 여성 작가들에게 있어서 불안의 시기였으며, 아주 약간만 허락된 영역 안에서 가장 내밀한 꽃을 피워내야만 했던 시간이었다. 저자들의 말처럼, “펜은 음경”이었기 때문이다.

 

[신이 세상을 만든 아버지이듯 작가는 자기 텍스트의 ‘아버지’라는 가부장적 사고는 서구 문학 세계 전반에 퍼져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74p)

 

[따라서 가부장적 서구 문화에서 텍스트의 저자는 아버지이자 창시자이며 낳는 자, 펜을 음경처럼 생산의 도구로 쓰는 미학적 가장이다. 더욱이 저자의 펜이 지닌 힘은 음경의 힘처럼 생명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요,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자손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78p)


자손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버지’, 즉 남성에게만 허락된 권리라는 사고는 문학의 영역에도 여지없이 반영이 되었다. “‘감히’ 펜을 들었던 여성들은 수 세대에 걸쳐 엄청난 불안을 경험”해야 했다.

 

부권-문학은 여성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형성하고 그들이 철저한 대상의 위치에 머물도록 강요했다. 삶의 조건과 문학의 영역 모두에서 여성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순종적인 ‘천사’가 되어 남성에게 사랑 받는 것, 혹은 일탈적인 ‘괴물’로 변해 몰락하는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여성들에게는 문학이 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문학만이 있을 뿐이었다. 여성들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남성 중심의 환경에 은신하면서도 자아의 욕망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문학을 선택한다.

 

문학은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가장 섬세한, 또 유일한 도구이므로, 문학적 권위를 부수고 내면의 열망을 드러내기 위해선 결국 문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렇게 제인 오스틴, 메리 셸리를 비롯한 19세기의 위대한 여성(작가)들은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들을 창작해낸다. 그들은 ‘음경’을 손에 쥐고 흔듦으로써 신-아버지의 지위에 ‘여성’의 이름을 동등하게 올려놓는데 성공한다.


이 책은 신-아버지-여성의 삼위일체를 이룩한 위대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면밀히 추적한다. 1979년 초판이 출간된 후 현대의 고전으로 오랜 시간 읽혀온 이 책의 한국어판이 완성도를 높여 다시 출간됐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젠더 갈등으로 시끄러운 오늘날 한국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지.


21세기가 된 현재까지 수많은 작가와 작품이 탄생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많은 작가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 여성이다. 문학 작품을 대할 때 작가의 성별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사랑 받는 많은 작가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의미가 없는 것 또한 아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여성이 그토록 억압되었던 것은 문학이기 때문이었고, 그 고통스러운 억압 속에서 그들의 해방을 이룩한 도구도, 결국은, 문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두껍고 무거운 책을 끝까지, 잘 읽어내야 한다. 문학과 문학의 발자취가 말해주는 것은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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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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