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구에서 가장 완벽한 교통수단 [운동/건강]

걸어서 지구 속으로
글 입력 2022.09.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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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지구에서 가장 완벽한 교통수단은 사람의 발이라는 생각을 했다. 보통 이러한 생각은 한 교통수단에 너무 오래 갇혀있을 때 드는 생각이며, 대부분 지하철 안이다. 지하철에서 나와 거리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해방을 뜻하는 한숨을 쉬게 된다.

 

너무 춥거나 덥지만 않으면 정수리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걷는 것보다 나은 테라피는 없다. 기분이 좋지 않아도, 좋아도 무작정 걷고 나면 어느 정도 몸에서 해법을 만들어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실제로 걷기가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단다. 이동을 하면서 정신적인 치료까지 가능하다니 얼마나 좋은지.


가장 싫어하는 교통수단은 지하철이다. 지하철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꽤 많다. 이유도 다양하다. 지하로 내려가는 것이 답답해서, (이상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공기가 좋지 않아서 등. 그리고 나도 그중 하나다. 내 경우에는 아무래도 답답함이 한몫을 크게 한다. 가끔 지상으로 툭 튀어나오는 부분 지상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땅 밑을 굽이굽이 흐르니까. 더군다나 대학 때는 탈 수 있는 지하철이 마의 1호선 하나뿐이었다.


회기로 내려가 경의중앙선을 타거나 돌곶이역으로 되짚어가 6호선을 타거나. 그래서 나는 극단적으로 돌아가는 루트이긴 하지만 2~30분쯤 미리 나와 273이나 261을 타고 오래오래 밖을 바라보며 약속 장소로 향하곤 했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버스가 보여주는 풍경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지금은 의지와 상관없이 지하철을 주로 타고 있다. 일을 시작하면서는 ‘제시간에 도착할 것’이 첫 번째 조건이 되기 마련이다. 나의 개인적인 선호 같은 것은 멋대로 배제되는 편이다. 차가 막히거나, 사고가 나거나 통제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기 쉬운 교통수단은 피하고, 웬만하면 제시간에 도착하는 지하철을 선택하게 된다. 길거리에 버릴 수 있는 시간이 많았던 과거가 그리워질 때도 있다.


가끔은 자전거를 탄다.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다가 다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속도를 낼 줄은 몰라서 늘 안전하게 달리는데도 지레 겁먹고 브레이크를 걸어버리는 손이 문제다. 손발의 박자가 제대로 맞지 않는 것도 문제. 한눈파는 순간 땅에 형편없이 구르게 된다.

 

그렇게 생긴 정강이의 흉터는 몇 년이 지나도 옅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끔 자전거를 탄다. 그날의 기분에 맞는 교통수단을 선택할 권리는 내게 없다. 그저 그 날씨에 있다. 날씨가 좋으면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타야 한다. 그런 이유로 자전거도 꽤 좋아하는 교통수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는 것이 가장 완벽하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세상이 발전하고, 좋아지더라도 나의 속도를 제일 잘 맞추는 교통수단이 내 두 발 말고 더 있을까.

 

걷다가 지치면 잠시 앉을 수 있고, 빠르게 걸었다가 다리가 아파지면 조금 느리게 걸어볼 수도 있고. 버스를 타고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자전거를 타느라 그 위로 지나갔던 것들이 걸으면 보인다. 멈춰야 보이는 것들과 느려지면 잡히는 것들이 그리우면 무작정 버스에서 내리기도 한다. 무작정 시청에서 내려 덕수궁 안을 뱅글뱅글 돌다 을지로까지 타박타박 걸어가는 것은 어느새 나와의 약속이 된 루틴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1km만 더 걸어야지, 3km쯤은 걸어봐야지. 그렇게 달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까지 도착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운동화를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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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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