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보자 [음악]

밴드 LUCY(루시)의 '놀이'와 '선잠'
글 입력 2022.09.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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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밴드 LUCY(루시)가 데뷔 2년 만에 첫 정규앨범 ‘Childhood’를 발매했다. 앨범 소개 글에 따르면 Childhood는 자유이자 동심 그리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유년기를 뜻하며 이 모든 것을 잃지 않고자 하는 LUCY의 염원이 담긴 그들의 모토이자 아이덴티티이며, 초심 같은 단어라고 한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 나오면 즉시 새로운 노래를 알리고 싶은 마음과 충분히 곱씹고 이야기를 찬찬히 즐긴 후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앨범이 발매된 지 3주나 지나서 쓰는 이 글은 후자의 마음이 승리했다고 볼 수 있겠다. 타이틀곡 ‘놀이’가 마음에 크게 박혔기 때문일 거다.

 



 

‘놀이’의 뮤직비디오는 정장을 입은 주인공이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람들 사이에 치여서 회사로 가고 회사에서는 상사에게 혼이 난다. 힘든 회식이 끝난 후 시끄러운 택시 기사를 피해 이어폰을 꽂고 잠에 드는 모습과 (성인의 어릴 적 모습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택시 기사와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대비된다.

 

무감각해진 시곗바늘

난 그대로인 듯이

어린애로 남아 있나 봐


매일 같은 하루, 같은 출퇴근길을 반복하다 보면 시간이 흐르는데 나만 그대로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이에서 어른의 몸으로 자랐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다.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일까. 어른이 되면 어릴 때의 자유로운 마음과 동심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일까? 루시는 어른의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자고 이야기한다.


지금도 똑같아 다를 거 없어

많은 사람들 사이를 안 닿고 지나기

남모르게 은밀히 자리에 앉기

맨 먼저 퇴근한 사람이 술래인 거야


동심 童心은 아이 동, 마음 심. 말 그대로 아이의 마음을 뜻한다. 사탕 하나만으로 행복해하던 어린아이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던 순수함은 세상에 치여 다 깨져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휴일에 내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를 탐험하며 느끼는 즐거움은 그대로다. 다양한 물질을 경험했기에 사소한 것으로 행복하기는 어렵겠지만 몸이 커버린 나에게 적합한 선물을 주면 그만이다.


까진 무릎이 아플 정도로 놀이터에서 놀 수는 없겠지만 살아가는 사회를 놀이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회가 어린아이의 세계와 다를 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큰 위로로 다가왔다. 지치고 힘들 때 들으며 버틸 수 있는 노래가 아이에게 쥐어진 사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화창한 아침을 시작으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주인공은 다시 미끄럼틀을 타고 밖으로 나온다. 비록 세상은 어둡고 푸른 회색빛이 되었지만, 사회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 주인공은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다시 찾을게

우리가 떠나온 그날들을

넌 웃어줘 함께 놀던 그날처럼


노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사가 꼭 청자에게 하는 말 같았다. LUCY가 지난날들을 노래를 통해 다시 찾고 들려줄 테니 함께 놀던 어린 날처럼 환하게 웃으라는 말로 들렸다.


‘놀이’를 들으며 LUCY의 다른 노래 ‘선잠’이 계속해서 생각났다. 앞서 뮤직비디오의 회색빛 세상을 보며 ‘선잠'의 첫 가사인 회색빛으로 물든 사람들의 표정과 힘없는 발걸음 이 연상되기도 했다. 역시나 이 노래에서도 그들은 Childhood를 언급한다.

 




 

도입부를 잘 들어보면 대중교통이 덜컹거리고 사람들이 개찰구에 카드를 찍는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선잠’은 슈퍼밴드에서 팀이 결성된 이후로 내놓은 첫 자작곡인데, 출퇴근길에 지치고 피곤한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싶어 만들었다고 한다. 직접 녹음한 도심의 소리로 바쁘고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어느새 나도 낮보다 밤을 기다리고 있어

꿈이 없는 잠을 바라며

기대해도 기대 쉴 곳은 없어


학교에 들어가기 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꼭 낮잠 시간을 가졌다. 그때는 다양한 꿈을 꾸는 것이 상상력의 거울이라고 생각했고 꿈 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금은 꿈과 얕은 잠을 비슷한 뜻으로 여기며 꿈 없이 잘 자라고 인사한다.


그렇다고 얕은 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빛과 소리에 예민한 나는 대중교통에서 선잠을 자는 것조차 사치이기 때문이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피로를 달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LUCY는 이런 사람들에게 Time to sleep 이라는 가사와 함께 자장가 같은 바이올린 선율을 들려준다. 40초 남짓의 부드러운 음악 끝에는 알람 소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선잠’이라는 노래 속에 작은 선잠을 선물해주는 것이다.


When you thought you could do everything

그때를 기억해

We were golden feel our childhood


그리고는 낮잠을 자며 말도 안 되는 꿈을 꿨던 그때를 기억하라고 한다.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이고 비행기가 되는 것이 장래 희망이었던 그때. 비록 시간이 정해진 낮잠에서 이리저리 이동하며 자는 선잠이 되었지만 지금도 우리는 꿈을 꿀 수 있다.


LUCY의 음악은 과거의 시공간을 현재로 옮겨준다. 단지 유년기를 상기시키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순수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세상을 살아갈 때 현실 감각은 필수적이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동화를 찾는 것 또한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방법이다. LUCY의 음악이 계속해서 위로를 건넬 때 우리는 동심을 잃지 않는 어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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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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