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갤러리에서 떡볶이와 와인을 먹었다고 [미술/전시]

갤러리의 일탈, 관람객의 축제, 삼청 나이트
글 입력 2022.09.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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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금요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밤은 아주 뜨거웠다. 프리즈(Frieze)와 키아프(Kiaf)의 공동 개최를 기념하여 갤러리들이 이례적으로 밤늦게까지 문을 열었기 때문.

 

이름하여 ‘삼청 나이트’. 몇몇 갤러리들은 여기에 꽤 파격적인, 갤러리의 일상적인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이벤트를 준비하기까지 했다.

 

 


국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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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는 와인을 들고, DJ가 깔아주는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며 미술품을 관람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지. 국제 갤러리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국제 갤러리는 DJ 퍼포먼스와 케이터링을 준비했다. DJ가 신나는 비트의 음악을 틀어주는 동안 관람객들은 멋지게 차려입고 갤러리 로비의 스탠딩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얼굴이 달아오른 사람들이 한 손에 와인이 담긴 컵을 쥐고 그림을 관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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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갤러리에서는 10월 30일까지 이승조 작가의 개인전을, 10월 2일까지 양혜규 작가의 신작 <황홀망>을 관람할 수 있다.

 

 

 

원앤제이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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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분식 포장마차가 열렸다.

 

갤러리 앞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떡볶이, 꼬치 어묵, 닭강정, 거기에 시원한 생맥주와 강냉이 뻥튀기까지 함께 맛볼 수 있었다. 미니멀한 분위기의 전시와는 정반대의 풍경이었다. 놀라운 점은 모든 음식이 맛있었다는 점.

 

전시를 관람한 후 자리를 잡고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음식을 먹는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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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오종 작가의 개인전 <낮음음으로부터>가 진행 중이다. 9월 30일까지 관람 가능하다.

 

 


갤러리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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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gallerychosun 삼청동 갤러리 조선 : Manager

 

 

갤러리 조선에서도 DJ 파티가 열렸다. 키아프 티켓이 있어야 입장이 가능해 들어가 보지는 못했으나 입구의 강한 초록빛 조명은 ‘저기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직접 체험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갤러리 조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홍보 문구를 재미있게 읽어 이 자리에 인용한다.

 

 

갤러리스트로서 외부 출장을 가는 경우, 특히 해외에서는 퇴근이라는 개념이 사라진다. 현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는 고사하고 이웃 부스에 걸려있는 작품 대부분은 못보고 돌아올 정도로 하루 종일 현장 업무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중략)


갤러리 조선은 1971년에 생긴 조선화랑을 잇는 2세대 갤러리이다. 2004년에 설립한 이래 18년간 북촌지역에 뿌리내리며 1세대와 다른 성격의 전시와 더불어 꾸준히 실험적인 전시 또한 지속해왔다. 이번에 기획한 파티 역시 정형화된 갤러리 오픈 파티와는 조금 다른 ‘클럽’형식을 빌어왔다. 긴장된 업무를 완전히 내려놓지 못한 우리는 기존의 파티장을 들어서도 긴장을 풀 수 없다. 발 끝에 찰랑거리는 바닷물에 닿은 발을 조금 담궈보고 말아버리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9월 2일 밤, 갤러리조선에서는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고의 DJ공연과 함께 하는 파티를 개최한다. 이제 청와대의 기능도 사라졌다. 근엄했던 권위적 밤의 갤러리 지역에서 시끌벅적하게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클럽형 파티를 갤러리조선에서 열어본다.


 

갤러리 조선에서는 얼마 전까지 우태경 작가의 개인전 <네모와 네모 사이> 전시가 진행되었다. 오는 9월 14일부터는 박관우 작가 개인전 <졸다가 꾼 꿈>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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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점심 먹은 후에는 갔다가, 저녁 7시쯤이 되면 돌아와야 한다. 항상 그런 식으로 방문했기 때문에 내게 삼청동이란 항상 밝은 대낮의 공간이었다.

 

삼청동이라는 공간에 밤이라는 시간이 있었다니. 잘 아는 거리를 걸으면서도 낯선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같이 방문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나만 빼고 밤에 삼청동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지?”


갤러리에서 와인을 마시고, 떡볶이를 먹고, DJ의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춰도 괜찮을까? 9월 2일, 단 하루 동안 몇몇 갤러리들은 ‘Yes’라는 답을 주었다. 전시 관람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을 만든 것. 삼청 나이트는 우리에게 아주 잠깐, 갤러리의 ‘일탈’이라는 축제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낮, 다른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다시 방문한 삼청동은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듯 조용했다. 갤러리 앞에 줄지어 서 있던 차들도, 노상에 깔려있던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도 모두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법 같은 일이었다.

 

 

[김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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