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적벽대전의 서사로 전통 콘텐츠의 저력을 입증하다 - 적벽 [공연]

글 입력 2022.09.0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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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017년 국립정동극장에서 첫선 이후, 4년 연속 공연되며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적벽'이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8월 20일부터 9월 29일까지 막을 올린다.

 

막을 올리는 세종문화회관은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종로구 한복판에 위치해 서울시 공연예술의 허브 역할을 다하고 있다. 전통 창작 작품으로서 외연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뮤지컬 적벽이 찾아온 건, 문화회관이 지닌 오랜 장소성과 의미를 함께 한다는 점에서 좋은 시너지를 기대케 한다.

 

 

시놉시스


위,한,오 삼국이 분립하고 황금권좌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난무한 한나라 말엽. 유비, 관우, 장비는 도원결의로 형제의 의를 맺고 권좌를 차지한 조조에 대항할 계략을 찾기 위해 제갈공명을 찾아가 삼고초려 한다. 

 

한편 오나라 주유는 조조를 멸하게 할 화공(火攻)을 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데, 때마침 그를 찾아온 책사 공명이 놀랍게도 동남풍을 불어오게 한다. 이를 빌어 주유는 화공으로 조조군에 맹공을 퍼붓고, 조조는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한 채 적벽에서 크게 패하고 만다. 백만군을 잃고 도망가는 조조를 가로막는 것은...


[scene number]

#1. 한나라 말엽

#2. 도원결의

#3. 삼고초려

#4. 장판교 전투

#5. 동남풍

#6. 적벽대전

#7. 군사점고

#8. 관우의 관용

#9. 형제의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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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와 현대무용을 결합한 신명 나는 뮤지컬 적벽은 위, 한, 오 삼국이 분립하고 황금 권좌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난무했던 한나라 말엽 이후에 벌어진 삼국지 3대 전투, 적벽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도원결의를 통해 형제의 의를 맺은 유비, 관우, 장비와 대항 세력인 조조, 계략을 찾기 위해 삼고초려하는 제갈공명이 등장한다. 그들은 섬세한 연기와 몸짓으로 뚜렷한 개성을 확실히 보여주어 캐릭터에 대한 빠른 이해를 가능케 했다.

 

특히 다혈질 '장비'역을 맡은 정지혜 배우는 팔을 크게 휘저으며 팔자 다리로 걷는 행동을 취하면서, 기합이 충만한 목소리로 거침없는 장비의 성격을 묘사해 인상 깊었다. 여자배우가 남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젠더의 경계 허물기가 돋보인 연기이기도 했다.

 

*

 

대표 인물에 더하여, 판소리 합창과 군무로 극을 다채롭게 한 배우 군단의 등장도 신선한 포인트였다. 적벽대전의 주인공들이 전반적인 상황을 이끌어가는 데 반해, 열 명이 넘는 배우로 구성된 군단은 동일한 동작과 대사를 선보이며 주인공을 소개하기도 하고, 그들이 처한 환경을 효과적으로 설명해주었다.

 

판소리와 시대적 배경을 가미한 대사의 특성상, 익숙지 않은 용어가 난무해 어느 정도 인지를 한 채 감안하고 관람했으나 무대 양쪽에 설치된 프롬프터에 대사를 띄우는 관람자를 향한 배려 덕분에 사건의 전개 과정을 파악하는 데도 큰 무리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화려한 의상과 부채를 활용한 군무는 눈을 뗄 수 없게 이끌었고 적벽대전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해 지루할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 조명과 높고 낮은 산세를 나타낸 듯한 세트 장치는 배우들이 걸어 다니자 현실의 산으로 둔갑하는 신기한 경험을 마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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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적벽에는 배우 외에 주목해야 하는 또 하나의 군단이 있었다. 대금, 피리, 아쟁, 드럼 등 다양한 악기로 현장에서 뮤지컬 배경음악을 연주하는 '라이브 밴드'의 존재다.

 

극을 연출하는 데 있어 밴드의 연주 공간은 보통 관객들이 볼 수 없는 위치에 마련된다. 오직 배우들에게만 집중을 유도하는 형태다.

 

하지만 본 공연에서 라이브 밴드는 배우가 연기하고 움직이는 무대 중앙 바로 뒤, 관객들도 볼 수 있는 공간에 앉아 뮤지컬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공동체로 활약한다. 심지어는 밴드 일원 중 한 연주자가 넘버의 뒷부분에서 짧은 연기를 선보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도 있었다.

 

그 광경을 본 관객들은 하나같이 웃음을 터뜨렸고, 극장의 분위기는 한층 활기를 띠었다. 모두가 즐기고 있는 공연이라는 게 그대로 느껴져 흥미로움을 감출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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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까지, 공연은 계속된다

 

 

제1막부터 9막까지, 탄탄한 줄거리와 볼거리로 눈과 귀가 즐거웠던 탓에 100분이라는 긴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계략에 성공해 혼란의 시대를 구한 유비, 관우, 장비와 적벽에서 굴욕적으로 패한 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조조의 모습, 그리고 뭉클했던 형제의 맹세로 막을 내리는 적벽의 서사가 현대에 값진 교훈을 건네주고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전통 콘텐츠가 살아남고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이유를 적벽이 입증해냈다고 생각한다. 판소리 장르를 단번에 소화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세련된 편곡과 감각적인 무용 퍼포먼스로 점철된 긴박하고 웅장한 적벽대전의 역사를 생생하게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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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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