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사이트] 글과 사람에 걸친 어색하고 매력적인 공백

11회 오프라인 모임 후기
글 입력 2022.08.3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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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사람 간 어색하고 매력적인 공백 연결



사람과 글 사이의 어색한 공백을 연결하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 나는 아트인사이트에 흩뿌린 글자들 사이로 돼지처럼 코를 박아대고, 글자 사이에서 삐죽하게 튀어나온 시간의 조각들을 발견하는 것을 즐긴다.

 

평소라면 거기서 끝이지만, 아트인사이트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그것들은 어색한 지표처럼 그들에게 꽂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만난 그들에게 코를 박아댈 수는 없지만, 이 기묘한 격차 속에서 나는 어떤 형체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내가 이 친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두른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이유다.

 

모임은 신촌의 공존에서 진행되었다. 조금 늦게 도착한 그곳에는 내가 보고 싶었던 사람과, 자주 접하지 못한 사람과, 남몰래 기묘한 감정들을 키워왔던 사람들이 있었다. 거의 만난 적 없는 이들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좀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글을 좇아 읽다 보면 때로 능히 그렇게 되긴 한다. 술에 취해서 미친 것처럼 글 쓴 부코스키씨에게도 정신과 의사가 조언을 해주지 않았던가. 글에는 그런 힘이 있다.

 

하지만 내가 이들에게 가진 감정은 내적 친밀감이라고 하기엔 건방지고, 판단이라고 하기에는 애정을 담은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런 감정들은 짝사랑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주 밝은 쪽은 아니다. 정신과 의사도 부코스키의 글을 읽으면서 약간의 연심을 담아 보내지 않았을까? 여기까지 따지고 보니 난잡하게 여러 명을 동시에 사랑해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신발 밑창에 비벼끈 잔불처럼 잘 숨겨진 감정이니 이 글을 쓰는 나를 당황스럽게 생각해주지는 말아주길.

 

 

 

2. 그 묘한 곳에서 만난 사람들



아무튼 알 필요도 없었던 나의 고백은 여기까지 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잠깐 공유해보고자 한다. 내가 들어서자마자 각 그룹 위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따지고 보면 어색한 순간인데, 별다른 부담 없이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사실 이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관계성은 정말 특이하다. 모두가 필진이면서 독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는 늘 '내가 글을 쓰는 것'과 '당신의 글을 읽은 것'이 주요 주제가 된다.

 

양쪽 다 몇 시간 만에 풀만 한 주제는 아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도저히 끊길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왜냐면 내가 글을 쓰거나, 너의 글의 읽거나 모두가 너와 나의 인격이 길가의 돌멩이보다 더 촘촘하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히려 그래서 친한 친구들과 나눌 수 없는 이야기를 신속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하자면, 10시부터 18시는 좀 버겁긴 했다. 다섯 시쯤 나의 노쇠한 두뇌는 조용히 아기 의자에서 침을 흘리고 있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질문과 답변을 교환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 밖, 그 사람의 글을 읽고 보내는 익명 질문은 깊지 않지만, 그동안 숨겨왔던 것들을 물어보기엔 좋은 기회다. 운이 좋게도 나는 평소에 궁금했던 사람에게 질문을 보냈다. 나는 답변하는 것을 즐기지 않지만, 답변을 듣는 것은 즐긴다. 글을 쓴다는 감각이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진지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사실 질문을 보낸 사람과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내가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늘 가지고 있었던 충동이다. 앞서 말했던 두 가지 고리의 주제에서 나는 이해하고, 이해받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의 이런 변태 같은 상상은 다행히 지친 두뇌가 양손에 딸랑이를 집어들어 망상에 그쳤다.

 

아트인사이트의 넓은 스펙트럼만큼이나 여러 가지 답변이 나왔다. 아트인사이트에는 글쓰기를 전업으로 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답변을 들으면서 이것이야말로 아트인사이트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후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정영선 대표님 말대로 골방에 처박힌 사람에게서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발견하기 어렵다.

 

즉흥적으로 모두에게 공유되는 짧은 답변은 좋은 글쓰기 연습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트인사이트가 반 정도는 대중 교육기관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이날 모임을 하면서 한 번 더 그것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아트인사이트를 글쓰기의 자격, 혹은 예술의 자격을 요구하는 역겨운 구별 짓기로부터 자유로워서 사랑했다. 하지만 이제, 그보다 각 개인의 가능성을 단순한 쓰기 이상으로 배양한다는 점에서 사랑한다. 지나치게 구분 지어진 사회에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사실 이것이 예술이 가진 최대의 이득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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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파도 타는 정영선 대표님


 

위와 같이 아트인사이트의 스펙트럼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했으니, 나도 좀 더 솔직하게 이 만남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잠깐의 시간을 근거로 이야기하기에는 좀 건방지긴 하지만, 정영선 대표님은 정말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현대인에게 그림자처럼 붙어있는 지긋지긋한 눈빛이 없었다. 그의 눈에는 지루한 굴종의 빛이 없었다. 남들이 뭐라 하건, 나는 그것을 고귀함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지치지 않은 어떤 시절에 가슴팍에 숨겨놓았던 그것 말이다.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파도를 타는 여자를 상상했다. 어떤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그와 딱 맞는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여성 캐릭터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예술 세계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바이다. 다시 그에 대한 감상으로 돌아와서, 파도를 탈 때는 자연스러움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파도의 흐름에 맡기면서 몸은 보드를 고정해야 한다. 몸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 몸을 고정하고 있다는 인식이 든 순간 몸이 속절없이 무너진다.

 

내가 만난 정 대표님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여러가지 직업을 전전했다. 문화 콘텐츠 기획자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지만, 그는 아무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작업들이 불분명한 것은 아니다. 그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모든 과정을 직면한다. 그는 파도를 타는 것처럼 가끔 밀려 나오는 파도의 흐름을 보고 그 위에 올라타 자세를 잡는다.

 

숙련된 서퍼 역시 파도를 탈 수 있는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하지만 파도에 몸을 싣고, 어떤 인식도 없이 그 위에 올라탈 수 있다면 해안까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움직일 수 있다. 정 대표님의 작업물이 우여곡절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도 그랬다. 끝없이 몰려오는 고난과 사회적 차별을 마주하고 파도에 올라타,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나는 그러한 점을 진심으로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의 강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다른 점은, 소통에 대한 강조였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조금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인격이 드러나는 글쓰기를 정말 힘겹게 느낀다. 사실 이 글이 8월의 마지막에 업로드 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글에는 나의 인격이 불필요할 정도로 표현된다. 나의 무지함, 나의 좁디좁은 세계는 언제나 수치심을 유도한다. 나에게 글쓰기는 해방감을 주지만, 그 해방감만큼이나 수치심이 두번째 파도처럼 밀려온다.

 

나는 내 좁은 골방에 쳐박힌 글을 진심으로 쓰고 싶지 않았다. 정 대표님에게 이런 굴레를 끊는 방법을 물었다. 그의 답변은 단순했다. 그는 독자를 상정하라 했다. 된다면, 광고를 위한 글을 써보라고 하셨다. 아트인사이트를 하면서, 나는 단 한 번도 남을 위한 글을 써본 적 없다. 이 글들은 나를 위한 글이지만, 나를 위해 서만을 쓴 것은 아니었다. 그 말은 내가 숨겨왔던 모순만큼이나 나를 꿰뚫었다.

 

솔직히, 이 글이 어떤 독자를 위해 쓰였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에세이는 나에게 익숙한 형식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읽힐 걸 상상하면 단 한 줄도 쓰지 못하겠다. 그것을 인식한다면 이 글은 12월에야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조언을 적절히 받아들일 수 없어 아쉽지만, 최대한 진심을 담아 써보기로 했다. 이 글은 그때 나와 마주쳤던 아트인사이트의 필진들과 대표님, 정 대표님을 생각하면서 쓰였다. 어쩌면 내가 늘어놓은 지지부진한 진심 사이에서 교집합을 찾길 바라면서 말이다. 여기부터 시작하면 그처럼 다음 파도에 자연스럽게 몸을 실을 수 있겠지.

 

 

[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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