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필요한 앎을 향한 융합과 횡단의 글쓰기 -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도서]

새로운 나의 언어를 찾기 위한 여정, 융합의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
글 입력 2022.08.3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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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잘되지 않을 때, 말문이 막힐 때, 표현할 언어를 찾지 못할 때가 있다. (중략) 글이 내 몸과 멀리 떨어져 있을 때, 그래서 '잡념'이 몸을 점령하고 있을 때, 이런 순간이 가장 괴롭다. 어떻게 하면 나를 붙잡고 있는 '아는 것'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중략) 어떻게 하면 더 용기를 내서, 잠깐 각성하는, 쉬운 '부활(rebirth)'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는 '갱생(regeneration)'을 할 수 있을까.

 

_머리말 p.18-19

 

 

새로운 언어_표지.jpg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 다섯 번째 책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는 새로운 지식과 언어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융합 글쓰기를 제안한다. 이에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와 그것의 예시를 보여주는 29편의 글이 담겨 있다.

 

‘1장-생각대로 살지 않으려면’에서는 융합적 사고를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에 관해, ‘2장-파국의 시대, 공부란 무엇인가’에서는 융합적 사고를 공부하는 법에 대해 다룬다. ‘3장-다른 것을 다르게 보기’에서는 소제목대로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4장-고정된 프레임을 넘어서’에서는 대상을 바라보는 고정된 시선을 허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글쓰기를 ‘내 몸을 타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함과 동시에 글쓰기의 핵심적인 방법으로 ‘융합’을 언급한다. 이때 융합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학문 간 대화, 통합, 절충’ 혹은 서로 다른 지식을 합치는 범학문적 접근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융합이란, 지식의 경계를 가로질러 질적인 변화로 나아가는 지적 작업이다. 가장 근접한 번역은 ‘횡단(橫/斷)의 정치(trans/versal politics)다. 횡단의 정치는 사고를 교차하거나 기존 의미의 문지방을 넘어(횡단해) 사회 변화(trans/formation)를 추구한다. 이 책의 제목의 부제가 ‘융합과 횡단의 글쓰기’인 이유다.

 

 

“주류 언어가 나의 삶을 삼켜버릴 때,

현실이 교착 상태에 빠져 공동체가 고통받을 때

새로운 말을 찾는 과정이 융합이다.”

 

 

이 책은 ‘융합’에 관한 책이다. 끊임없이 융합에 관한 정의를 내리고 직면하는 문제와 상황을 융합으로 대응한다. 저자 역시 본문에서 “이 책 전체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바는 융합의 정확한 의미”라고 따로 언급할 정도로 융합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하다.

 

융합은 지속적인 이동, 재해석이다.

융합은 부정의한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탄생했다.

융합은 사회가 요구하는 가로지르기이며 앎의 변화이다.

융합은 서로 다른 것의 결합이 아니다. 생각하는 힘이자 다른 방식으로 고민하는 태도이다.

융합은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지식이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에서 새로운 앎이 탄생하는 과정이다.

융합은 지배적 담론에서 벗어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자기만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공부법이다.

융합은 왜, 지금 대화가 필요한가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밖에도 융합에 관한 설명은 틈마다 등장한다. 다행히 마지막 4장에 ‘이쯤에서 융합에 대한 ‘요약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며 친절하게 정리해 주는 구간이 있어 혼란을 겪을 일은 없다. 다만, 이 중에서도 마음에 와닿는 정의와 융합의 방식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반복적으로 ‘융합’에 관한 설명을 읽다 보면, 하나의 관통되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융합은 머무르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때 움직임의 주체는 나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나 스스로가 융합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그저 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일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도, 사회도, 국가도 변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 쉽게 변하지 않는 이유다. 현실은 우리가 고른 프레임에 맞춰 재구성되니까.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변화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꺼이 융합의 글쓰기를 권한다. 그리고 ‘기존의 프레임을 해체하라’, ‘일방적으로 그어진 경계를 허물고 자신이 직접 관계를 구획하라’,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이를 메워보라’하는 등 새로운 앎을 향한 구체적인 행동양식을 제시한다.

 

 

다른 앎과 만나 혼란을 느끼면서 기존 개념에 의문을 품고, 차이와 경계의 기준을 재설정해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사안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 본문 p.179

 

 

인용한 구절에서 말하듯, 우리는 ‘혼란을 느끼고, 의문을 품고, 질문하고, 과감하게 허물고 해체하여 다시 생각하고 재구성해 보는 과정’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

 

생각대로 살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면, 지배적인 담론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언어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잠시 멈추고 ‘융합’의 방식을 고민해 보라. 분명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의 나아감이 필요하고, 더 필요한 앎을 향해 나아가려 하는 용기가 필요할 테다.

 

하지만 사는 대로 생각해 보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저항이 되는 삶, 즉 확신보다는 모색하는 삶을 살아보는 일은 분명 스스로의 삶에도 유의미한 횡단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세계로의 나아감과 용기에 힘이 되어줄 단단한 문장을 건넨다.

 

 인간은 단지 자기 행위로서 구성 중(in process)인 존재다.

 사는 대로 생각하자. 그것이 나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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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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