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당신을 알고 싶다 -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그라운드 시소 성수

글 입력 2022.08.3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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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953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처음 마주한, 낯선 여성 사진작가의 작품 안에서 나를 발견하는 경험을 했다.


이토록 끊임없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가는 이제껏 없었기에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생전 15만장의 사진을 찍었으나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그 비밀스러운 기록. 인화하지 않은 채 남겨진 수많은 필름 롤을 두고 비비안 마이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녀는 왜 그렇게 숨 쉬듯 사진을 찍었을까.

 

경매장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는 그녀의 작품 세계는 그 시작부터 우연과 운명 그 사이 어딘가를 잇는, 이미 그 자체로 완결되어버린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 물론 관람하는 내내 한없이 조심스러워지기도 했다. 그녀가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내가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하나의 소재로 전시를 대하기보다 정말 사람을 마주한다는 생각으로 관람했던 전시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궁금해하기 시작했으나 비비안 마이어는 세상을 이미 떠났으며 남겨진 기록은 오직 그녀를 기억하는 몇 안되는 사람들과 그녀가 응시했던 한 순간의 풍경들. 물론 그녀의 시선을 담은 풍경은 수없이 많은 작품으로 남겨졌으나 사진의 언어는 고요하다. 은유적이다. 그 너머를 상상하게 만든다. 사진은 글로 남겨진 기록물과는 다르다. 분명히 무언가를 말하고 있으나 이를 바라보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추측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전시라는 것이 이토록 사람을 능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역시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전시는 아련한 여운을 남기지 않는다. 나는 이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다, 하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떠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라운드 시소 성수에서 진행되고 있는,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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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동물원, 뉴욕, 1959년 9월 26일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비비안 마이어는 누구인가



비비안 마이어의 삶은 비밀스럽다. 역사상 가장 충격적으로 데뷔한 사진 작가. 어쩌면 그녀는 데뷔할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15만 장의 사진을 찍었음에도 생전 그 기록을 드러낸 전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데뷔는 타인에 의해서였다. 경매장에서 그 기록이 발견된 것이다. 작은 경매장에서 우연히 그 사진을 낙찰 받은 존 말루프는 천천히 그 이름 모를 사진가에 대해 탐구해갔고, 그녀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으며, 이에 대중은 폭발적인 반응으로 화답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비비안 마이어는 유년 시절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지냈다. 그녀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은 것은 특유의 비밀스러운 사생활과 평생 독신으로 살며 여러 가정에서 보모로 일했기 때문. 하지만 그녀를 알고 지낸 몇 안되는 사람들은 비비안 마이어는 무척 지적인 사람이었다고 설명한다. 정식으로 사진 교육을 받은 적은 없음에도 스스로 탐구하며 숨 쉬듯 사진을 찍고 자신만의 세계를 다져갔다.

 

마침내 오늘날 새롭게 발견된 그녀의 사진은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며, 당대의 거장과 비견되는 가운데 새로운 사진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멘터리 부문에 최종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으며 또한 영화 캐롤의 감독 토드 헤인즈는 비비안 마이어의 삶에 영감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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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공공도서관, 1954년경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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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1955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20세기 거리의 기록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일상적인 거리의 풍경을 담고 있다. 평범한 듯 비범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출연하는 특별한 극장. 세상의 따스하고 아름다운 순간과 비극적이고 슬픈 순간이 동시에 공존하는 무대 위. 그리고 위트, 사랑, 빈곤, 우울, 때로는 죽음. 사진은 정지해 있으나 그 너머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다양한 사실과 감정이 교차하는 장면 속 수많은 인물들은 가장 생동하는 표정을 짓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비비안 마이어를 수식할 때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거리 사진가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로버트 프랭크나 게리 위노그랜드, 다이앤 아버스와 같은. 이들은 대부분 일상에서 찰나의 미학은 포착했다는 점에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몇 장르로 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작가들이 거론되는 이유는, 그만큼 평생에 걸쳐 작업한 그녀의 사진이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비안 마이어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 자신에게 작은 영감은 준 모든 것들을 기록했다.

 

자신이 존재하는 이 땅의 모든 것을 사진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사명을 지닌 사람처럼 호흡하듯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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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954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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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미상, 날짜 미상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나는 나로서 살아가리라, 셀프 포트레이트



그녀의 삶이 비밀스럽기 때문일까. 아니, 이미 그 자체로 매력적인 사진이기 때문이겠다.

 

비비안 마이어의 독창적인 셀프 포트레이트에 더욱 시선이 머무른다. 거리의 쇼윈도, 유리, 혹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무척 자주 포착했다. 여러 개의 레이어 사이의 자신의 모습을 슬쩍 숨기기도.

 

비비안 마이어가 세상 속의 자신보다 뷰파인더 속의 자신을 더 편하게 생각했을지, 혹은 자신조차 그저 기록의 대상으로 여겼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비비안 마이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이 상황에서, 관람객은 그저 사진 너머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그녀를 마주한 채 각자 다른 방식으로 그녀와 대화를 이끌어나갈 뿐이다.

 

전시에서는 그녀의 다양한 셀프 포트레이트 작업물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의 작업물처럼 독창적인 방식으로 사진을 남겨볼 수 있도록, 전시장 곳곳은 다채로운 구조를 숨기고 있다. 비비안 마이어가 사용했던 카메라 너머로 나 자신을 비추어 볼 수도 있고, 수많은 거울로 둘러싸인 공간의 틈 사이에서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담을 수도 있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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