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형 뮤지컬, 퍼포먼스 판소리극 공연 '적벽'

글 입력 2022.08.2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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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적벽 (8.20-9.29) 포스터.jpg

 

 

현장에서 울려 퍼지는 판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국악기 공연은 그래도 몇 번 봤었는데, 판소리는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항상 궁금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가까이서 들어보리라, 홀로 다짐을 해보게 될 정도로!

 

그러던 중 공연 <적벽>을 알게 되었다. 5대 판소리 중 하나에 속하는 적벽가의 내용을 소재로 삼아 한국무용과 함께 버무렸다는 퍼포먼스 판소리극 <적벽>. 마침 가보고 싶었던 공연장에서 하는 것을 보고 '옳다고나' 싶었다.

 
사실 퍼포먼스 판소리극이라는 수식어는 내가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만큼 공연 <적벽>을 잘 설명해 주는 수식어가 또 있을까? 줄거리는 소리를 통해 전개되며, 장면 장면을 더욱 풍부하게 묘사하는 화려한 군무. 여기에 판소리의 핵심인 고수의 장단과 추임새까지! 한국으로 이민 온 뮤지컬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적벽>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공연답게, 다양한 영상 이미지를 한껏 활용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M씨어터의 무대는 전환이 어려운 구조인데, 다행히 하얀 배경을 가지고 있어 영상을 상영하기에 좋다. 공연 <적벽> 역시 무대 영상을 바꾸는 방식으로 무대를 표현하였다. 개인적으로는 똑똑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영상 이미지의 일렁거림과 퍼포먼스의 조화가 아름다웠고 무대만 떼어 놓고 봐도 한 편의 미디어 파사드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2 적벽 (2).jpg

 

 

하지만 공연 <적벽>은 어느 정도 적벽가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깊이 있고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나처럼 적벽가의 줄거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프롬프터에 띄워지는 적벽가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게 되어 공연의 전반적인 그림을 조화롭게 감상하는 데 한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소리의 경우,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사용되어 한 번에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 더욱이 프롬프터에 의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소리뿐만 아니라 퍼포먼스 역시 <적벽>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는데, 그 모든 부분을 자연스럽게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2022 적벽 (8).jpg

 

 

적벽가의 중심 내용은 유비-관우-장비 세 사람과 조조 사이의 갈등이다. 삼국지의 일부 내용을 담고 있는데, 도원결의와 삼고초려 등 익숙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 흥미를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괜히 반가운 기분이 드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그 뒤로는 정신없이 극의 내용을 따라가기에 바빴다. 부끄럽지만 삼국지의 내용도 잘 모르고 있었던 터라, 적벽대전은 굉장히 생경한 주제였고 그 과정에 등장하는 제갈공명 등의 여러 인물들은 혼란을 더하기에 아주 좋았다. 하지만 함께 공연을 관람했던 친구가 시작 전 몇 가지 주요 골자를 알려 준 덕에 그나마 소화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친구에게 다시 한번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렇지만 친구의 말을 들으니, 한 시간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도 적벽가의 주요한 내용들을 다 담아내었다고 한다. 굉장한 심혈과 정성이 더해진 공연임엔 분명한 것 같다. 2017년 국립정동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2020년까지 4년간 공연을 지속해왔다는 <적벽>. 관객을 대면할 수 없었던 코로나 시기에도 무관중 생중계로 공연을 지속해 나갔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며, 정동극장에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로 한 단계 나아간 공연 <적벽>. 힘껏 도약을 한 만큼, 2022년 공연 <적벽>에서는 탄탄한 배우 군단을 만날 수 있었다. 조선판스타, 풍류대장 등 미디어를 통해 판소리의 매력을 널리 알린 박자희와 오단해가 각각 제갈공명과 조조 역을 맡았고 지난 4년간 <적벽>에 출연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소리꾼 정지혜가 새로이 장비 역에 캐스팅되며 극의 무게를 더하였다.

 

따라서 공연 <적벽>은 단순히 볼거리가 풍부한 공연이라고 치부하기에, 무척이나 섬세하고 치밀하다. 극의 규모와 화려한 외연에 홀려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같은 사실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것 같다. 4년이라는 세월, 그리고 코로나 시기에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발전하고 성장해온 기록이 오늘의 2022년 공연 <적벽>을 만들어 냈다.

 

공연 <적벽>은 지난 8월 20일(토)에 시작하여 다가오는 9월 29일(목)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2023년, 2024년 등 계속해서 공연 <적벽>을 만나볼 수 있을 테지만,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2022년판 공연 <적벽>은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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