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연과 사람, 그리고 집 -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소극적인 향유자로서 네마프(nemaf)
글 입력 2022.08.2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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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포스터_네마프2022.jpg

 

 

생애 처음으로 대안 영화제에 다녀왔다. 국내 유명한 영화제가 여럿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치나 일정이 맞지 않아서 참여하지 못했는데, 이런 태도라면 내 인생에 절대 영화제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회를 놓치지 말고자 일정을 쪼개어 참석해봤다. 바로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Seoul International ALT Cinema & Media Festival, nemaf)>이었는데, 벌써 22회째다. 이런 참석은 처음이라 감이 잡히진 않았다. 그래서 대안 영화제란 것부터 찾아봤다.

 

대안 영화제란 독립 영화를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것으로 네마프(nemaf) 경우는 영화와 전시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뉴미디어 페스티벌이다. 대안영화, 디지털영화, 실험영화, 비디오아트 등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으며, 이는 2000년 인디 비디오 페스티벌로 시작했고 마포구 일대에서 매년 8월에 개최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안 영화제로 올해는 ‘자연은 미디어다’라는 메시지로 30여 개국 130여 편이 상영, 멀티 스크리닝 전시됐다.

 

이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59개국으로부터 총 1,475편(한국출품 872편, 해외 출품 519편, 전시 출품 84편)중 65편(상영 56편, 전시 9편)의 작품이 선정됐다고 한다. 올해 대안 영화제는 8월 18일부터 26일까지 9일간 참여할 수 있으며 영화는 메가박스 홍대, 서울아트시네마로 이외 전시는 서교예술실험센터와 언더독 뮤지엄에서 관람할 수 있다. 23일부터는 온라인상영관 서비스도 진행한다.

 

본인은 8월 20일(토)에 메가박스 홍대점으로 방문했다. 과정은 나에게 다소 생소했다. 엘리베이터를 올라가 영화관에 도착해 매표소 근처에서 스태프에게 보고 싶은 작품을 골라 티켓을 끊었다. 바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니 안내소가 또 있었다. 그곳에선 팸플릿 배부 외에 아트북도 판매했는데, 작품도 작품이지만 이런 영화제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구했다.

 

점심 시간대라 그런지 관람객은 별로 없었는데, 나는 2관에서 12시부터 13시 24분까지 상영하는 ‘트리하우스’를 선택했고, 상영작과 어울리는 분위기에서 영화가 시사하는 바에 편안히 집중할 수 있었다. 아트북은 귀가해 읽었는데 주최사에 대한 것부터 모든 작품의 해설이 들어가 있었다. 그중에 <트리하우스>에 관한 해설도 있었다, 내가 영화를 감상하며 받았던 감상과 비슷했다. 단지 두리뭉실한 감상이 글로 접하니 더 선명했다. 대중 영화가 아닌지라 이해하는데 아트북이 필수같다.

 

 

개막작_(자아)인식을위한 공간으로서의 자연.jpg

 
 
 

자연과 사람, 그리고 집



영화 <트리하우스(2021)>은 민 키 쯔엉(Minh Quy Truong) 감독의 작품으로 베트남 영화다. 그는 1990년대생으로 베트남 중부 고원의 작은 도시인 부온마투옷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소개를 참고하자면 그는 촬영 동안 현실적인 즉흥성과 함께 추상적인 개념과 이미지 결합을 영화 안에서 실험했다고 한다. 실제로 작품은 독립 영화답게 굉장히 실험적이었고, 다큐멘터리와 영화 그사이의 장르에서 이미지를 자주 활용했다.

 

작품은 ‘집’을 소재로 공간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컨셉은 2045년 화성으로 이주한 주인공 페르소나를 설정하여 전쟁을 겪은 20세기 베트남 시절부터, 현재 주인공이 바라보는 시점까지 집울 담았다. 집은 산속의 동굴부터 시내까지, 그리고 자연에서 도시로 나온 이들과 도시에서 숲으로 들어간 반대의 상황과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세계를 여러 가지 형태로 정반대의 집을 소개하며 베트남이 보유한 광활한 자연과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영화는 84분이다. 그 절반은 거의 푸르름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고요하다. 바람 소리와 풀벌레 소리, 근원이 어딘지 모르는 자연의 소리, 인터뷰와 이동하는 교통수단 외에는 특별한 사운드는 없었다. 자연은 미디어라더니, 자연이란 미장셴이 대부분을 관통하는 영화제인가 싶었는데 초점은 그것이 아니었다.

 

영화는 동굴에서 태어나 산속에서 성장한 어느 여성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녀의 거주지인 자연을 번갈아 가며 우리에게 베트남을 알린다. 화자인 2045년 화성이란 컨셉보단 스크린을 가득 메운 초록빛 자연에 정신 팔려 90년대 필름과 같은 화질조차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자연을 강조했다면 무엇보다 좋은 화질로 자연을 담았을 텐데, 반대로 아날로그한 감성을 살려 인터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영화는 화자의 내래이션과 그리고 주민들과의 대화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자연인의 삶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집의 개념으로 이야기의 크기를 키우더니 단순히 삶의 공간에서 삶의 여부까지 확장한다.

 

몬탕나드(Montagnards)란 소수 민족을 소재로 산 자들의 집과 죽은 자들의 집을 대비하여 반전 효과를 준 연출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더욱 강화한다. 20세기 베트남 전쟁으로 쑥대밭이 되어 외압에 의해 자연의 집을 소실한 주민들의 터전까지 보아하니, 영화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자연과 집이 아니라 정확히 어떠한 공간의 형태가 ‘집’이라 단정 지을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는 것 같았다.

 

정부에 의해 획일화된 노란 벽돌 집에서 강제 거주를 당하며 농사를 배운 부족의 삶은 보다 윤택해졌으나 과연 그들이 행복할지, 첫 인터뷰를 진행했던 여성은 가족은 끝내 해변 근처의 마을로 내려왔는데, 그녀는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른바 ‘계몽’의 명목하에 그들에게 문명을 전도하였으나 전통을 파괴하고 그것을 죽은 것으로 치부한 세력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집은 형태가 아니라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제전_애프터워터.jpeg

 
 
 

소극적인 향유자로서 네마프(nemaf)



물론 <트리하우스>를 전부 이해하진 못했다. 대안 영화제니 어느 정도 감안했으나 일행은 독립영화 자체가 처음이라 많이 어려워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이해를 멈추고 영상에 집중하니 그제야 흐름이 보였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실험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이번 상영이 지나면 영영 못 볼지도 모르겠다.

 

해설집을 보니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자연이란 광범위한 범위 내에서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모습을 영화에 담았고 각자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제를 뽑아 실험적인 작품으로 만들었다. 10분 미만의 단편에서 치대 한두 시간짜리 까지, 어떤 작품은 GT(Guest Talk) 시간도 따로 마련됐다. 작품에 대한 정보를 미리 찾아보기도 했는데 검색하면 없는 작품이 수두룩해서 진입장벽이 좀 높은 것 같다.

 

다른 영화를 살펴보니 이번 주제에 가장 근접한 작품이지 않았나 싶다. 보통 예술 영화는 인간중심의 시선이 가득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만은 ‘자연’이라는 넓은 개념으로 확장해 모든 존재에 탈권위, 역동적인 관계로 시선을 넓히고자 ‘{자연이 미디어다: 작용} (nature as Media : inter-action)이라는 슬로건을 지정했고, 실제로 아트북을 읽었을 때, 감독만의 시선으로 자연의 섭리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사회 문제나 인간의 감정 등의 분야를 꼬집는 해설이 많았다.

 

선정된 모든 작품을 감상한 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어려웠던 만큼 확실한 감상도 있었다. 도파민에 절인 뇌가 깨끗해진 기분이고, 이너피스가 마음속에서 우러나왔다는 점? 독립영화가 낯설더라도 어느 정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가끔 영화감상에 대한 체력이 부족할 때, 조금씩 대안 영화와 친해지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그러다보면 감상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영화를 소화하는 근육도 더 단단해질 것 같다.

 

매년 8월마다 개최한다고 하니 이번 계기로 소극적인 향유자 타이틀을 시작으로 대안 영화와 조금씩 친해지고 싶어졌다.

 

 

 

전문필진_이서은.jpg

 

 

[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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