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훈련을 전시하기 [미술]

글 입력 2022.08.25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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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트 캠프(Boot Camp)’는 신병 훈련소라는 뜻으로, 다양한 분야의 초보자를 훈련시키는 기관 또는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퍼포먼스 공간 윈드밀(Windmill)에서 8월 19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프로젝트 <부트 캠프(Boot Camp)>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팀 ‘퍼부해(퍼포먼스를 부탁해)’는 전시 제목을 통해 자신들을 퍼포먼스의 ‘신참’으로 밝히며 7일간 공개 퍼포먼스 훈련을 이어간다.

 

대략적인 훈련 커리큘럼은 아래와 같다.

 

 

8.20

공간 끌어오기: 함께 방문했던 공간을 부트캠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한다.

 

8.21

퍼포먼스를 기록으로, 기록을 퍼포먼스로: 우리의 기록은 퍼포먼스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기록만을 보고 구현한 퍼포먼스는 어떤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까?

 

8.23

3인 1각: 3명이 한 팀이 되어 제한된 시간 안에 하나의 퍼포먼스를 구성한다.

 

8.24

한 걸음만: ‘한 걸음만큼의 원’이라는 제한된 반경 안에서만 움직인다.

한 걸음, 다섯 걸음, 열 걸음: 정해진 시간에 따라 한 걸음에서부터 점차 반경을 넓혀가며 동시에 움직인다.

 

8.25

0m, 1m, 5m: 2명의 퍼포머는 서로 간의 거리가 제한된 상태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할 수 있을까?

 

8.26

나의 방식 내려놓기: 각자의 퍼포먼스에서 주로 보였던 동작과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이번 훈련에서는 이를 내려놓는다.

 


신참의 훈련을 전시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8월 21일, <퍼포먼스를 기록으로, 기록을 퍼포먼스로> 회차의 ‘퍼포먼스를 기록으로’ 파트를 관람했다. 여섯 명의 퍼포머는 말을 잘하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각자의 공간에서 바닥을 기며 선을 긋기도, 캐리어를 끌고 땅바닥에 눕기도 하며 훈련을 진행했다.

 

관람객들은 퍼포머들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훈련을 지켜보았다. 지문을 소리 내 읽기도, 퍼포머와의 갑작스러운 접촉에 당황하기도, 자신의 인상착의를 설명 당하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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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느껴진 것은 ‘거칢’이다.

 

매 회차별 퍼포먼스의 내용은 직전 리허설동안 만들어진다. 별도의 텍스트나 캡션도 없다. 빠르게 만들어지는 작업은 완전히 정제되기 어렵다.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촉박한 상황에서 창작을 요구받을 때면 결국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훈련이라는 긴박한 환경은 각각의 퍼포머들이 겪어온 일상, 그들이 가진 가치관 등을 더욱 투명하게 드러낸다. 우리는 그런 것을 개성이라고 부른다.

 

훈련은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행위다. 신참의 훈련을 전시한다는 것은 불완전한 자신을 타인에게 기꺼이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그것은 성장에 대한 열망이 불완전함을 이길 때만 가능하다.

 

어떤 예술 분야에든 초기의 강한 개성이 매력적인 작업물이 있다. 그 시기를 지나면 개성은 세련되게 깎여나간다. 내일이 궁금한(실제로 매일 다른 퍼포먼스를 한다고 하니 내일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신참’ 퍼포머들의, 언제 파편으로 날아갈지 모르는 강한 개성을 확인하기에 좋은 시기이다.

 

전시는 8월 26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장에서는 퍼포먼스 외에도 계속 업데이트되는 훈련 기록을 함께 볼 수 있다. 마지막까지 알찬 훈련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마친다.

 

 

전시 정보

퍼부해: 인스타그램 @perbu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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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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