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외로움’ 의 사용설명서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08.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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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는 외로움이란 감정은 쓸쓸하다. 혼자 외딴섬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느낌이다. 동시에 혼자 무언가를 오롯이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때로는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에 푹 빠져 생각 정리를 하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을 단순화시키기도 한다.


다른 이들은 외로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서점에 가도 행복하게 사는 법, 잘 사는 방법에 대한 책들은 넘쳐나는데 외로움에 대한 책은 본 적이 없다. 나는 문득 알고 싶었다. 다른 이들이 체감하는 외로움에 대한 양면성에 대해서.

 

나는 외로움이란 감정에 대해 좀 더 깊게 알고 싶어져 포털사이트에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텅 빈 방안 사이로 경쾌하게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퍼진다.

 

 

 

외로움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나는 외로움에 대한 책 한 권을 골라 조용한 분위기 속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외로움을 씁니다’라는 책은 마케터로 일하는 분이 쓴 에세이로 나와 비슷한 점이 꽤나 많았다. 사람의 모습과 성격이 제각각이듯 외로움의 크기와 모양도 다 다르다. 외로움이란 감정은 분위기, 환경, 지식 등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달라지니까.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만의 외로움이 있다. 누군가로부터 위로받더라도 가시지 않고 남아 있는 외로움이 1%쯤은 있을 것이다. 외로움이라는 마음의 공백을 관찰하고 채워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위한 시간을 갖게 된 것, 내가 끝까지 즐겁게 해주어야 하는 사람은 '나'임을 알게 된 것, 모두 외로움을 쓰면서 얻은 수확이다.

 

- 책 '외로움을 씁니다, 본문 중

 

 

책의 내용을 보며 꽤나 공감했다. 사람이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이유는 아마도 본인이 공감할 수 있는 1%의 시간을 쓰기 위함이다. 또 그 방법은 다양한 행동 속에서 나타난다. 나는 오락실 사격을 하거나 코인노래방에 들어가 고음이 쭉 올라가는 발라드를 부르는 편이다.

 

함께 할 사람이 없어 그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이 아니다. 혼자인 시간 그 자체만으로도 내 마음을 환기 시키고 싶은 날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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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외로워본 사람만이 외롭지 않을 수 있다. 외로웠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이의 외로움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상대의 마음을 얻는 데 유리하다. 즉 외로웠던 경험이 쌓여 외로움의 기술이 된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진 경험이 쌓여 '사랑의 기술'이 되고, 여행의 경험이 쌓여 '여행의 기술'이 되듯 외로움에도 나름의 기술이 있다


- 책 '외로움을 씁니다, 본문 중

 

 

 

외로움이란 감정안에는 저마다 몫이 있으니


 

나는 꽤나 외롭다고 하는 친구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이다. 아주 단편적으로는 애인이 없어 외롭다는 친구부터,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데도 외롭다, 번듯한 직장에 잘 다니면서도 끝말은 외롭다로 끝나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우리는 상대방의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습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들의 허기진 마음을 잘 들여다보지 못한다.

 

몇 달 전 금쪽상담소에서 한 연기자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다. 큰 정원에 대리석과 샹들리에, 마음껏 백화점에서 명품을 살 수 있고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연기자 A 씨는 늘 외롭다고 말했다.

 

벽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든다나? 그녀가 외로운 이유가 무엇일까의 물음표를 달고 계속 따라가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남편만 기다리는 생활, 주체적으로 하지 못한 채 그저 타국에서 집을 그리워하고만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외로움은 안 좋은 것, 안 좋은 생각을 할지도 모르니 피해야 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외로움은 어떻게 상쇄시켜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는 찰나, 유튜브에서 마음이 뭉클해지며 무척 공감이 가는 댓글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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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부정적인 외로움에 머무른 채 있었던 것, 몫이 주어진 무언가를 하는 것, 몸이 안 좋은 할머니가 오이를 사다가 오이소박이를 담으실 때, 자식들을 위해 한통 한통 담는 표정, 그게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다.

댓글에는 사람이 몫이 있어야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살아갈 동력을 얻는다고 한 댓글러가 말했다. 꼭 억만장자가 되어야 마음이 풍족한 것은 아니듯.

 

혼자 무언가를 묵묵히 하는 건 외로운 게 아니라고, 또 다른 자기애의 한 방법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물며 매일 아침 화분에 물을 주어 꽃이 피는 걸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그 사람의 몫이 되는 것이다.


 

외롭고 좋잖아'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외로움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상황인데 좋다고 한다. 사실 외로움을 바라보는 관점, 즉 프레임을 조금만 바꿔보면 말이 된다. 외로움은 혼자만의 시간이라 할 수 있으니, 말하자면 '가진 자의 여유'인 셈이다. 지금 이 순간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외려 기뻐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외로움은 궁극의 자기애

 

- 책 '외로움을 씁니다, 본문 중

 


 

외로움과 즐거움의 중간, 오롯이 내 시간을 사용하는 그 순간


 

그제서야 나는 아빠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빠는 철도박물관 봉사, 숲 해설사를 하면서 일지를 쓰고 한 달 이십여만 원을 번다. 나는 그때마다 아빠의 모습이  안쓰러워 '이제 그런 거 안 해도 돼, 쉬어도 되는 나이야'라고 핀잔을 주곤 했다. 그러나 아빠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빠는 이게 편하더라며 20만 원 받으면 전기값이라도 벌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사실 아빠에게 가만히 있는 것은 더 큰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아빠도 아빠에게 필요한 몫이 필요했던 것. 아빠는 본인의 방식대로 외로움의 시간과 싸우고 있었을 것이다.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지금 이렇게 아트인 사이트를 통해 내가 느낀 감정들을 놓는 것도 그러한 일이다.


나는 지금 삶 속에 또 다른 몫을 찾고 있다. 외로움은 외려 피하는 감정이 아니다. 혼자 집중하고 쌓아가는 시간을 통해 행복의 이유를 찾아가는 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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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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