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천재 보모 사진작가의 숨겨진 비밀, 책 '비비안 마이어'

글 입력 2022.08.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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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독 사진이 어렵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사진전들과 그들의 인기를 보면서, 몇 번 그 대열에 합류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사진 앞에서 또 다른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며, '이게 뭐지?'라는 또 다른 물음표를 얻었을 뿐이었다. 엄연한 하나의 학문으로, 심지어 분석과 연구의 대상이기도 한 사진인데. 이렇게까지 감흥이 없는걸 보면... 설마 나, 아직까지 사진은 예술이 아니라는 보수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걸까?

 

비비안 마이어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았다. 아무리 사진에는 문외한이라고 해도, 교양인이라면 그녀의 이름쯤은 알고 있어야 하니까! 농담이고, 예전에 어느 프로그램을 통해 스쳐 지나가듯 봤던 이름이었다.

 

개인의 신상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천재 사진작가. 원래 직업은 보모였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며 더욱 유명세를 치르게 되었다는 등. 자극적인 이야기가 더 중요했던 그 프로그램에서는 작품보다 그녀의 뒷이야기에 더욱 열을 올렸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비비안 마이어는 굉장히 피상적이며 자극적인 인물에 불과했다. 그 이상의 관심을 유발하기엔,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따라서 책 <비비안 마이어>는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이라는 장르부터 비비안 마이어라는 인물까지, 뭐 하나 제대로 꽂혀있지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자꾸만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정말 잘 읽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내가 퍽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 없는 확신과 함께.

  

나는 책 <비비안 마이어>의 저자에게 존경을 표한다.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한 사람의 일대기를 추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매번 기약 없는 비밀과 마주한다고 하면, 그래도 가끔은 현타가 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저자는 포기하지 않았고, 기어코 해냈다. 비비안 마이어라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나아가 삶을 대했던 태도와 심정까지 섬세하게 파고들어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낸 것이다. 진정 '존경'이라는 두 음절이 아깝지 않은 저자에게, 무한의 존경을 표하며 시작하는 바이다.

 

거리의 사람들을 사랑했던 비비안 마이어. 비비안 마이어는 인물에 굉장한 초점을 맞췄던 사진작가였다. 특히 그녀가 사진으로 담은 인물에는 어린아이들도 많았는데, 잘 갖춰진 모습의 아이들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담아낸 것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사진을 보면, 순간 포착한 느낌을 가진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연출이나 설정을 한 사진들도 있지만, 그 역시 사진의 주인공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방안으로서 활용되었다. 더 예뻐 보이도록, 더 멋있어 보이도록 억지로 노력한 사진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이렇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주목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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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비비안 마이어의 일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에서 종종 언급되는 유년기의 기억. 아무래도 이 지구상에 자신의 유년기를 아무렇지 않게 떠나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불운한 가정사를 속 비비안 마이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했던 할머니와 엄마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서류 상에서 거의 대부분을 거짓으로 작성했던 두 사람은 현실 속에서도 거짓 연기를 했을 것이 분명하다. 자신의 역할극이 들통나지 않도록 서류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연기를 했을 것이 뻔한 두 사람 밑에서 성장한 그녀가 과연 본인 자신으로 살 수 있었을까?

 

욕구가 있었을 것 같다.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솔직한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 같다. 하지만 피부에 철썩 달라붙어버린 가면을 벗는 일은 너무도 어려워서, 살아가는 내내 자신의 흔적을 누구와도 공유하지 못했을 것이다. 보모로 일하며 여러 집을 전전했음에도 비비안 마이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하는 방증이다. 아, 그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런 비비안 마이어가 유일하게 자유로웠던 순간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 순간이었다. 렌즈를 통해 꾸밈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그 자연스러움을 사랑했던 그녀. 가깝게, 더 가깝게 카메라를 들이밀어 포착한 순간순간은 어쩌면 세상 무엇보다 꺼내기 어려웠던 그녀의 진심, 너무도 자유롭고 싶었던 그녀 자신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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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비비안 마이어>를 읽으며, 비로소 사진도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컷의 사진 안에 참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던 시간이었다. 이런 사진이 작품이고 예술이고 분석과 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구나! 비비안 마이어는 사진이라고 다 같은 사진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자명하게 알려 주었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이 개최 소식과 함께 관련 서적들도 새로이 출간되고 있는 듯하다. 올해가 그녀와 관련된 뭔가 특별한 해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그녀의 사진을 더 보고 싶다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또 인연이 닿는다면 이번에는 그녀의 사진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책 <비비안 마이어>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좀 더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그녀를 이해하게 되었으니, 다음은 그녀를 느낄 때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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