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국 현지 도슨트의 모마미술관 그림 해설 - 그림들 [도서]

내 방에서 하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탐방
글 입력 2022.08.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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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도슨트를 듣는 사람, 그리고 도슨트를 듣지 않는 사람

 

도슨트가 자신만의 작품 해석을 막기 때문에 듣지 않는다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 나는 도슨트를 꼭 듣는 사람이다.

 

첫 번째 이유는 그림에 대한 지식을 채우고 싶은 욕망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도슨트가 그림을 흥미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도슨트를 들으면 한 그림 앞에 오래 서있게 된다.

 

그러니까 나에게 도슨트는 이런 역할이다. 내가 한 요리는 그 음식의 절대적인 맛에 비해 내 입에서 (대부분의 경우) 더 맛있게 느껴지곤 한다. 그럴 때면 그 이유는 요리에 스토리가 담겼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한다. 이 요리를 해먹고 싶던 이유부터 시작해서 재료를 구한 과정, 요리를 해낸 모든 단계가 다 이야기가 돼서 애정도가 상승하는 것이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도슨트를 통해 평면의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에 스토리가 생기면서 그림이 더 흥미진진해지고, 또 이 그림을 좀 더 맛보고 싶다는 감칠맛이 생긴다.


 

그림들-표지띠지_웹크기.jpg

 

 

도슨트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을 상대로 전시를 설명하는 안내인을 말한다. 안내인과 함께 전시관을 돌아다니며 듣는 도슨트도 좋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해진 도슨트 시간을 맞추지 못하기에 오디오 도슨트를 통해 녹음된 목소리로 설명을 듣는 날이 많다. 오디오 도슨트는 유명인들이 내레이션을 맡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귀가 즐겁다. 요즘은 미술관에서 제공해주는 오디오 기계 외에도 앱이나 QR코드를 통해 다양한 도슨트가 잘 마련되어 있다.


도서 <그림들>의 지은이는 미국 현지에서 미국의 대표 미술관을 중심으로 1,700여 차례 그림 해설을 진행한 Sun 도슨트로, 이 책에선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그림 중 대표 컬렉션 16편을 선정하여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한 미술관에 너무 많은 작품이 있을 때면 점점 지금까지 본 모든 작품과 지금까지 들은 그림 해설이 뒤죽박죽 섞이면서 머리가 아파오곤 한다. 그런데 이 책 속의 그림은 관람객들에게 가장 사랑 받아온 대표 컬렉션 16편인 만큼 그 개수가 많지 않고, 한 번쯤은 보거나 들어본 그림들이 대부분이라 더 상쾌하게 감상할 수 있다.

 

또 해설이 짧고 쉽게 담겨 있어 끝까지 체력이 고갈되지도 않을 뿐더러, 미술관과 달리 책은 언제든 덮고 다시 펼칠 수 있기에 앞 페이지에서 봤던 작품을 다시 감상하거나 며칠간 멈췄다가 다시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훌훌 넘어가는 책이기에 멈추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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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마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도서 <그림들>은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부터 시작하여 모네, 피카소, 앙리 마티스, 샤갈, 르네 마그리트, 달리, 프리다 칼로, 에드워드 호퍼, 몬드리안,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키스 해링, 그리고 장 미셸 바스키아까지 그들의 그림 한 점씩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16개의 챕터는 모두 각 작품을 모마 미술관이 소장하게 된 배경부터 짧게 소개하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작품을 작가가 그리게 된 배경, 작품을 두고 펼쳐지는 다양한 의견들, 그리고 이후 미술계에 끼친 영향 등을 찬찬히 이야기한다. 그래서 미술을 아예 모르는 이도 재밌게 들을 수 있다.

 

그 작품과 관련된 다른 그림들을 모두 첨부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당시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화가들의 그림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그림 한 점에 담긴 모든 스토리가 입체적으로 담겨있다 보니 작가가 지향했던 표현의 방식이나 미술을 넘어서 작가가 추구했던 삶이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그림의 해설을 읽다 보면 신기하게도 처음엔 '그냥' 그림이었던 것이, '복작복작한 사연과 이야기들이 움직이고 있는' 그림이 된다. 이게 그림 해설의 가장 재밌는 요소인 것 같다. 그림 한 점이 수많은 감정과 생각, 상황을 담고 있다는 걸 듣고 나면, 그림이 더 이상 평면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 이미지가 다른 무수한 이미지들을 쏟아내고 시끌벅적해진다.

 

또 다른 특징 하나는 각 그림이 모마미술관에 실제로 어떻게 전시되어 있는지 현장감을 담은 사진들도 첨부되어 있다는 점이다. 모마 미술관을 당장 가볼 수 없는 나를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각 작품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의 뒷모습이나 옆 벽면에 걸려 있는 다른 작품들과 함께 찍힌 사진들이다. 그래서 작품의 크기에서 오는 분위기나 압도감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아래의 그림은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되는 작품으로 유명한'(p.250) 마크 로스코의 그림이다. 그림만 떼어놓고 보면 이게 왜? 싶다가도 크기가 주는 강렬함을 보고 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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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1 마크 로스코, <넘버 5/넘버 22>

 

 

각 챕터의 마지막 페이지마다 해당 작가의 흑백 사진들과 함께 (빈센트 반 고흐와 모네는 자화상으로 대체) 그들의 한 줄 명언이 담겨 있다. 근데 자꾸만 그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게 된다. 나와 눈을 맞추고 있는 사진들, 살짝 옆을 보고 있는 사진들을 보면 요상한 감정이 마음에 떠오른다. 작가들의 표정이나 눈빛, 또 자세가 그들의 그림과 너무 닮아 있어서다. 따뜻하고 동화 같은 그림들을 그린 마르크 샤갈의 얼굴엔 사랑스러움이 묻어난다. 선과 한정된 색으로 사물의 보편적인 본질을 그리고자 한 몬드리안의 얼굴은 꼼꼼함을 넘어 예민해보인다.

 

<그림들> 책을 감상하면서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물을 냅다 퍼붓는) 요즘의 날씨와 (그 속에서도 기어코 굴러가는) 일상에서 기분 좋은 햇님을 만난 기분이랄까. 왠지 맑은 날씨의 뉴욕을 떠올리면서 감상하게 되는 책이었다. 책의 구조 자체가 쾌적하다. 뉴욕에 가지 않고도 모마 미술관을 즐겨보고 싶은 이라면 그 누구에게나 추천한다.

 

 

 

컬쳐리스트 권현정.jpg

 

 

[권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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