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봄날은 간다’로 감상하는 영화 속 이별 이야기

글 입력 2022.08.12 19:4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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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야 되는 이별의 기능



[크기변환]봄날은간다2.jpg

 

 

 

시놉시스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이영애)와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는 자연의 소리를 들려줘야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위해 함께 일을 하게 된다. 시간을 보내며 한층 가까워진 두 사람은 은수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랑하게 된 은수와 상우는 내일이 없을 것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결혼에 대해 부담감이 있었고 상우는 날이 갈수록 그녀에게 푹 빨려든다.

 

이에 은수는 상우에게 단호하게 이별을 고하며 그와 멀어지기 시작한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의 마지막이 보이자 상우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며 나지막이 그녀에게 원망을 표현한다. 마음을 정리하기 힘든 상우는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그녀와 다시 잘해보기 위해 혼자 노력한다. 이별의 아픔이 가시지 않는 도중 상우 친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그녀를 놓아줄 수 있게 된다.


 

[크기변환]봄날은간다1.jpg

 

 

 

영화 속 주인공의 대화 장면


 

상우 : 할머니, 이제 가요

 

상우 할머니 : 할아버지랑 같이 가야지

 

상우 : 할아버지 돌아가셨어요. 이제 여기 없어요, 할머니 가요.

이제 정신 좀 차리세요!

이제 정신 좀 차리세요!!

 

[상우가 흐느낀다]

 

 

   

봄날은 간다에 대한 에디터의 견해



이별에도 승자와 패자가 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서로 맞지 않는 짝이라는 걸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누구는 이별을 고하고 누구는 이별하자는 소리를 상우처럼 듣게 된다. 사랑은 고백을 통해 비슷한 시점에서 점점 커지지만 왜 이별은 둘 중 더 쓰라린 사람이 생기는 걸까 고민해 보게 된다.

 

후자는 결단력 싸움에서 차질이 생겼기 때문에 아픔이 가중치로 부여되는 것이다. 상우와 은수처럼 사랑에 대한 기대 장면이 극단적으로 나눠지면 결코 그 끝은 핑크빛 회로로 꾸며지지 않는다. 애초부터 사랑의 목적의식이 달랐던 이 둘은 사랑의 무게감과 속도에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랑의 경험도 없던 미성숙한 상우가 한 번의 이별로 관계의 묶음을 복잡한 양상이라 받아드리는 은수를 그릇에 담는 것은, 그릇의 무게를 담을 힘 조차 없는 어린 남자아이가 어른들 앞에 힘 자랑 하겠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뽐내고 있던 것이다.

 

한 번 사랑의 지진을 경험한 은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남녀의 완벽한 마무리가 결혼이 아니란 걸 체감했고, 사랑은 그저 인생에서 당 떨어졌을 때 한 입 베어 삼키는 초콜릿이었을 것이다. 사탕과 달리 초콜릿은 예측할 수 없는 날씨 변화에 따라 갑자기 부서지기도 하고 녹아 사라져버리기도 하는 간식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지키고 싶은 사랑은 너무 진지해져 뜨거워지면 안 된다. 너무 심각해져 뜨거워 오르는 분위기 또한 피해야 한다.

 

또한 사랑도 경력직이 능수능란하게 상대를 조절해가며 이별에도 큰 타격 없이 다음을 위해 발전할 수 있는 것 같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 의미처럼 인간은 만나는 순간부터 이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있다. 기간이 길고 짧음의 차이점이지, 이별에서의 상실은 삶의 필연적인 동반자라는 것을 어떤 관계든 대입 시키면 된다. 몇 번 사람을 상대해 본 경험은 또다시 인연은 들어올 수 있다는 믿음이 생성되기 때문에 이별에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게 된다.

 

죽음을 별개로 놓고 생이 있는 동안 이별이 없는 관계도 있지만, 이별을 해야 숨통이 밝아지는 관계도 있다. 그러니 이별의 결심 순간이 다가왔다면, 이왕 할 이별 되도록 깨끗하게 상대 앞에서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머물러 주는 것이 자신의 마음을 더 고요히 다듬을 수 있다.

 

속에서는 상대를 향해 가지 말라고 엎드려 소리치고 싶어도 그런 모습은 상대의 그림자조차 사라질 때 뒤에서 혼자만 알 수 있도록 자신을 지휘했으면 좋겠다.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고점에 오랜 시간 정지되어도, 이 감정은 다시 내려가도록 작동되어 있다. 그 정지 시간을 혼자 힘으로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며 이때를 참지 못하고 옆 사람에게 기대어 아픔을 공유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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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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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파랑파랑
    • 사랑을 초콜릿에 비유한 표현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좋아하는 영화인데 이렇게 리뷰로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늘 잘 읽고 있습니다.
    • 1 0
    • 댓글 닫기댓글 (1)
  •  
  • 볼살천사
    • 2022.08.24 13:54:21
    • |
    • 신고
    • 파랑파랑<봄날은 간다>는 언제나 잔잔한 분위기에 매혹되지만 상우와 은수의 감정선에 집중하면, 또 언제나 마음 아픈 영화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더 매력이 짙은 것 같습니다.

      재밌게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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