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언어는 안녕하신가요 : 웹툰 '양아치의 스피치' [만화]

글 입력 2022.08.1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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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는 굉장히 단순한 내용이다. 어느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첫눈에 반하여 그 여학생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아주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청춘물이다. 이 익숙한 내용 속 주인공인 남학생은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아주 현실적인 언어를 구사한다. 문제는 이 ‘현실적인 언어’에 있다.


이 웹툰의 주인공 ‘이솔’은 평범한 남학생이다. 대화할 때 비속어와 은어를 입에 달고 사는, 현실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남학생. 하지만 이솔이 첫눈에 반한 여학생 ‘송이도’는 전혀 다르다. 마치 뉴스 속 아나운서처럼 정갈한 언어를 구사한다. 이도는 솔에게 사귀기 위한 조건을 제시한다.


 
“일주일 안에 네가 밈, 유행어, 은어, 신조어, 비속어, 비문 없이 15분 이상 나랑 대화할 수 있다면 사귈게.”
 


이 만화는 여학생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한 남학생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언어 습관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한 남학생의 이야기이다.

 

 

 

1. 이솔의 언어는 왜 문제가 될까?



우선 1화 속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솔의 대사를 한 번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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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글로 살펴보았을 때 솔의 언어는 상당히 어색하고 어리숙해 보인다.

 

하지만 위 대사를 직접 읽어보면 생각보다는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위 대사를 대화체가 아닌 인터넷상의 언어처럼 써본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만큼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언어가 이미 익숙해져 있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어느 부분에서 솔의 언어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첫 번째로, 솔의 언어에는 은어가 많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 유튜브의 댓글들을 보면 아주 간결한 문장 속에 수많은 은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0~2010년대에는 젊은 층 사이에서 사용되던 은어가 주로 줄임말이었고, 이제는 밈(meme), 즉 온라인 유행어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언어는 활자뿐만 아니라, 말로 소통되기도 한다.


하지만 은어는 그 정의처럼, 특정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만 소통이 원활한 언어이다. 누군가는 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밈도 마찬가지이다. 단어 하나로 압축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서 사용하기는 쉬워도, 모두가 그 밈을 이해할 수는 없다.


 
“밈은 유행을 타니까. 수명이 짧고, 압축되어 있고, 우리끼리만 통하니까. (...) 우리는 평생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면서 살 수 없어. 보편적 사회인이 되려면 모두와 통하는 말을 해야 하고, 그건 장기적으로 나한테 이롭기 때문이야.” - 8화 ‘아구니’ 中
 


어머니와 대화하던 중 ‘뇌절’이라는 단어를 무심코 사용한 적이 있었다. 그러더니 어머니께서 “‘뇌절’이 뭐니?”라고 물으셨다. 당장 부모님과 대화할 때도 밈은 사용하기에 적절한 단어는 아니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밈을 이용하여 대화하는 것은 편리하고, 때로는 재치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 외의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소통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두 번째로, 솔의 언어에는 비속어가 많고 내뱉는 문장이 짧다. 사실 솔의 언어는 문장으로 끝맺었다고 보기에도 어렵다.


말에는 품격이 있다. 물론 전문적이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단어만 내뱉는다고 말의 품격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비속어를 남발하는 사람을 좋게 바라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장으로 끝맺지 못하는 습관도 평상시의 대화에서는 자연스러울 수 있어도 그렇게 좋은 어투를 구사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말의 품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말속의 진심도 곡해되기 쉬워진다.


 
“말을 못한다고 해서 생각까지 못 하지는 않는다. 놀랍게도 이솔은 머릿속에서 이런 복잡한 생각을 거침없이 펼쳐갔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 ‘…갈라치기…쩌네.’ 그 말을 내뱉자, 이솔이 진지하게 생각한 복잡하고 생경한 심정은 그저 ‘갈라치기 쩌는’ 얄팍한 감정이 되었다.” - 10화 ‘이쪽과 저쪽’ 中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사람의 표정,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이고, 두 번째는 언어적 표현이다. 하지만 표정과 몸짓으로 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할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의 자세한 생각을 들여다보기에는 어렵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바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준비된 것이 중요하다.

 

 

 

2. 이솔의 언어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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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생겨났을 때는 내가 태어나기 전이었기에 잘 모르지만, 분명 그것은 매우 파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인터넷이 ‘발달하고 있다’라고 말하곤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무수히 많은 정보가 쌓이면서 인터넷은 하나의 공간이자 세계가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인터넷이 우리의 일상생활처럼 익숙하게 다가오자, 사람들은 때로는 인터넷을 일상생활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인터넷 속 모든 것이 진짜라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그대로 믿고 수용하며, 그것과 다른 것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배척한다. 마치 한동안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이 진리로 여겨졌던 시대처럼 말이다.


인터넷은 모든 것이 편리하다. 정보를 얻는 것도, 언어를 구사하는 것도, 이 모든 것을 포함하여 그저 어떤 행위를 하는 것도. 하지만 편리한 세상이 그저 장점만 가지고 있는가? 그만큼 사람의 행위와 사고방식이 단순해지는 것이다.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 책과 같은 여러 자료를 읽는 행위는 생략되고 그저 검색창에 단어를 검색하는 것으로 끝나버리고, 언어를 구사할 때 어떤 단어를 사용할지 머릿속에서 구상하던 과정이 생략되고 그저 짧은 문장으로만 끝을 내고 만다.


이처럼 단순해진 사고방식 앞에 복잡한 것을 내놓게 되면, 그것을 처리하기가 어려워진다. 솔이 이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거나 표면적인 뜻만 받아들이고, 책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를 끊임없이 인터넷 사전으로 검색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솔처럼 복잡한 것을 어떻게든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모습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인터넷에 익숙해진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을 무시한다. 그리고 복잡한 것을 내놓는 상대를 이상하게 여긴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조언을 하는 어른들을 ‘잔소리하는 꼰대’로 받아들이는 만화 속 아이들처럼.


하지만 인터넷의 가장 큰 맹점은 모든 정보가 정확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인 만큼, 그곳에 있는 정보 중에서는 그저 누군가의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된 것일 수도 있고, ‘가짜 뉴스’처럼 아예 누군가를 속이려는 허위 정보가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잘못된 정보들까지 모이며 정보들이 상충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더 믿고 싶은 정보를 진짜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인터넷이 가지는 가장 치명적인 악영향이라고 생각한다.


편리한 것은 우리에게 달콤한 유혹처럼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편리한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고, 복잡한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세상에는 복잡하게 해결해야 할 일들이 훨씬 많다. 언어도 그러하다.

 

 

 

3. 이솔의 언어는 어떻게 개선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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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웹툰은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의 편리함을 가장 잘 이용한 만화이다. 웹툰이라는 숏폼 콘텐츠 자체가 인터넷의 편리함을 보여주는 콘텐츠인데, 거기에다가 총 20화밖에 되지 않는 분량이다. 하지만 그 안에 아주 많은 유용한 정보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만화임은 분명하다. 즉, 늘 그렇듯이 편리함에 이끌려 들어온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 습관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작품의 결말을 쉽게 알려주고 싶지 않다. 소설의 내용을 블로그나 나무위키를 보고 알아내는 것과 소설을 직접 읽는 것이 다르고, 영화의 내용을 유튜브 리뷰를 통해 알아내는 것과 영화를 직접 보는 것이 다르듯, 만화도 그러하다. 어떻게 솔이 자신의 언어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을지, 이러한 치열하고도 유쾌한 과정은 직접 웹툰을 통해 확인해보라고 하고 싶다. 20화라는 짧은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더욱이 어렵지 않은 일이니까.


 
“야, 쉽게 찾은 답은 쉽게 머리에서 빠져나간다. 다른 사람의 답이 너한테 똑같이 적용되지도 않고.” - 9화 ‘고민의 밤’ 中
 


이 웹툰을 직접 보면서 각자의 해답과 메시지를 찾아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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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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