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나는 당신의 '아는 사람'입니다." - 한소리 작가

글 입력 2022.08.1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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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처럼 모든 게 불확실한 시대다. 확실한 것 하나를 붙잡아야만 이 바다를 건너갈 수 있다는 마음에 조바심이 나고 불안감이 차오를 때가 있다. 사람들은 직업이든 가족이든 명확한 무언가를 꿈꾼다.

 

이런 세상에서, 불안할지라도 기꺼이 불확실한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2020년부터 웹진 ‘아는 사람’을 운영해왔고, 최근에는 에세이집 『우리끼리도 잘 살아』를 펴낸 한소리 작가 역시 그런 사람이다.

 

“이혼한 엄마, 레즈비언 첫째, 바이섹슈얼 둘째, 세 고양이가 가족입니다.”라는 책 표지 문구에서도 드러나듯 한소리 작가는 세상이 정의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가족과 함께한다. 또한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간다.

 

누군가에겐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생동감 넘치는 일상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연결고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가 운영 중인 웹진 이름처럼, '아는 사람'이 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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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4일 한소리 작가를 만나 책과 웹진을 비롯해 불확실한 삶에 대한 광범위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를 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붙잡을 수 있는 확실한 무언가가 아니라 파도를 타는 능력, 내일은 몰라도 오늘은 어떻게든 살아보자는 다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하게, 직관적으로 쓰고 싶었던 『우리끼리도 잘 살아』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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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소리입니다. 지금은 잠깐 쉬는 중이지만 출판사 마케터로 일하고, 문화예술웹진 ‘아는 사람’도 운영합니다. 최근에 에세이집 『우리끼리도 잘 살아』를 출간했어요.


최근에 내신 책 얘기를 좀 들려주세요. 작가님과 작가님의 솔직한 가족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잖아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감상이에요! 제 글이 재미있었으면 하거든요. 원고를 쓴 것도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직관적으로 하고 싶어서였어요. 저는 원래 시를 쓰는데, 시로는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담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에세이 형식을 택했어요. 처음에는 웹진 ‘쪽’에 연재하다가, 한 편 두 편 쓰다 보니 글을 모아서 책으로 출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저기 투고했습니다. 이런 책이 한 권 늘어나는 세상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웃음)


책을 쓰면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원래 편집장님께 원고를 드리기로 한 마감 기한이 있었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글이라는 게 마음처럼 안 되잖아요. 마감은 다가오는데 글은 안 써지고 너무 힘들어서 호캉스를 갔어요. 거기서는 좀 써지더라고요. 생각 외로 돈을 많이 쓰게 되었어요. 그래도 에세이 쓰는 값이라 생각하고 호텔에서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앞서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책을 읽으며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쓰게 되는 일이 많으니까요. 작가님은 어떻게 솔직한 글을 쓰시나요?


최대한 솔직하게 쓴다고 썼지만, 있었던 일을 낱낱이 사실대로 옮길 수는 없어요. 예를 들어 대화를 하다 욕설이 오갔을 경우 그 욕설까지 그대로 옮기기는 어려우니까요. 실제로 편집장님과 얘기해서 비속어를 많이 빼기도 했어요. 그리고 솔직하게 쓴다고 해도 글을 쓰며 미화되는 부분이 많은 듯해요. 책에 나오는 반지하 집에 살던 시절 얘기가 대표적이에요. 당시는 정말 끔찍했는데, 쓰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추억으로 미화가 되더라고요.


이번 에세이를 쓰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셨던 부분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다른 사람, 특히 엄마나 동생의 이야기를 쓸 때 저를 이입하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가족 이야기지만 좀 담백하게 쓰고 싶었기에 연민 같은 감정을 품지 않고 그냥 그때 이런 일이 있었다, 일어났던 사건을 보여주는 식으로 많이 썼어요.


읽으면서 엄마와 딸의 애증 관계에 대한 내용, 그리고 가족과 가족 구성원이 아닌 친구처럼 지낼 때 비로소 더 나은 관계가 된다는 말에 공감했어요. 복잡한 가족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작가님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저는 더 이상 엄마가 내게 간섭할 게 없어질 때 비로소 엄마와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는 게 필요해요. 그리고 비밀은 있어도 되지만 거짓말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흡연 사실이나 여자친구의 존재를 숨기기 시작하면 잘못한 게 없는 데도 마음이 찔리거든요. 엄마가 추궁해오면 왠지 약점 잡힌 느낌도 들고요. 그럴 거 없이 그냥 다 털어놓아 버리면 마음에 걸리는 게 없고, 엄마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어지니 오히려 잘 지낼 수 있게 돼요.

 

 


누구나 글을 싣는 웹진, ‘아는 사람’

“이상하거나 특이하거나 위험해 보일지도 모르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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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쉬고 계신 웹진 ‘아는 사람’ 얘기도 해보고 싶어요. 웹진은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웹진을 만들기 전에 내일 말고 오늘 하루만 잘 살아보자는 취지의 ‘유언집’이라는 프로젝트를 텀블벅으로 펀딩했어요. 그때 펀딩을 설명하기 위해 글을 썼어요. 성소수자이고, 타투도 많고, 우울증도 있는 제가 엄청 특이한 사람인 것 같지만 막상 주변을 들여다보면 저 같은 사람이 굉장히 많거든요. 단지 다른 사람에게 다 말하지 않는 것뿐이에요. 이상하거나 특이하거나 위험해 보일지도 모르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아는 사람’이고, 그 아는 사람은 누구나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었어요.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에도 그 ‘아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너무 좋았기에, 뭔가를 더 해보고 싶었죠. 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예 창작을 전공했기에 문예지를 떠올렸어요. 그렇게 2020년, 웹진 ‘아는 사람’을 시작했습니다.


‘아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대형 출판사에서 나오는 문예지처럼 자본을 갖고 있진 않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투고하고 활동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에요. 또 글을 게재하는 것 외에 문학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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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아는 사람'의 일부

 

 

‘아는 사람’을 운영하며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것 하나를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일하던 갤러리에서 시인들과 낭독회를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당시 갤러리에서는 전종대 사진작가의 <빈터의 배우들>이라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휴관일에 시인들이 각각 사진 앞에서 어울리는 시를 낭독하면 좋을 것 같아 동명의 낭독회를 기획했어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할 때라 관객은 온라인으로 참여했고요. 시인들이 각자 원하는 사진을 고르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어떤 시인은 무릎을 꿇은 사람이 나온 거대한 사진을 골랐어요. 그때 저희가 시 읽을 때도 무릎 꿇고 해야지 화제가 된다고 말했거든요. (웃음) 결국 그렇게 낭독을 해서 기사가 실렸어요.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소소하게 모여서 해봤던 게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지금까지 정말 다양한 일을 해오신 것 같은데, 요즘은 뭘 하고 계신가요? 최근 관심사가 궁금합니다.


잠깐 쉬는 중이라, 최근에 힘을 쏟는 건 영화 및 유튜브 영상 보기와 책 읽기예요. (웃음) 주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볼 걸 다 보고, 점심때부터는 시와 소설을 쓰고 있어요. 대학원에 다닐 때 써뒀던 걸 고치기도 하고, 아예 새로운 걸 쓰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작가님 말씀을 듣다 보면 그렇게 계속해서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도 재능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나요?


너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역시 사람들 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실행력은 좋지만 뒷심이 약하거든요. 돌이켜 보면 가족, 친구, 동료 등 제 장단점을 파악하고 커버해줄 사람들이 늘 곁에 있었어요. 일을 벌여 놓고 혼자 지쳐서 그만두고 싶을 때, 함께 끌고 가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래도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돼요.

 

 

 

알 수 없는 내일을 받아들이는 일

“불확실한 삶을 산다는 건, 언제든 새 꿈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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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리 작가의 반려묘들

 

 

책에는 “세상에서 가장 불확실한 사람이 되려 한다”라는 말이 나와요. 불확실한 것투성이라 다들 확실한 것 하나를 잡으려고 애쓰는 것 같은 세상에서, 기꺼이 불확실한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뒷일을 생각 안 하고 일을 저지르는 경향이 있어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제가 선택한 일이니 제가 다 책임진다는 마음으로요. 이런 성격이 일단 한몫하는 것 같고, 다른 한편으로는 워낙 불확실한 세상이니 불확실하게 사는 게 오히려 확실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예전에는 초중고, 대학교 졸업부터 취업과 결혼까지 쭉 고정된 과정으로 여겨졌잖아요. 그땐 불확실함을 택하는 게 일탈이 될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확실한 게 특이하고, 불확실함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아닐까요?


불확실함과 꿈을 연결할 수도 있을 듯해요. 전 지금도 특별한 꿈이 없고, 매번 변해요. 책을 출간하기 전에는 책 출간이 꿈이었는데, 출간하고 나니 꿈이 사라진 거예요. 하지만 꿈이 없다고 그 사람의 미래가 암울한 건 아니잖아요. 불확실한 삶을 산다는 건 뒤집어 보면 언제든 꿈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게 불확실함을 택한 것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확실함은 별수 없이 불안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작가님은 그 불안을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불안은 결국 오지 않은 일을 상상할 때 생기는데, 저는 상상을 잘 안 해요. 상상이라고 해도 ‘갑자기 좀비 사태가 발발하면 어쩌지?’ 같은 종류지, 지금 하는 게 실패하거나 잘 안되면 어떡하나 하는 상상은 안 하는 편이에요.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미뤄두며 생각을 접어요.


책 중에서 ‘이야기’라고 하면 우리의 삶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말이 좋았어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괜찮은 삶’이란 무엇인가요?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자주 해와서 저는 답이 정해져 있어요. 더울 때 시원한 커피 한잔 정도 살 수 있고, 추울 때는 길거리에서 코트 한 벌 사 입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삶이요. 또, 고양이 두 마리 안 굶기고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갈 수 있는 삶이에요. 그 정도 여유를 가지고, 책임져야 하는 것들을 책임지되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최대한 하면서 살고 싶어요.


대학에서도 대학원에서도 문예 창작을 전공하셨고, 책을 쓰고 웹진을 운영하는 등 글쓰기와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계신 작가님에게 글쓰기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도 제게 글쓰기가 무엇일까 생각을 자주 해요. 굳이 답을 내리려곤 하지 않지만, 저는 일종의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글이라는 게 나를 표현하는 것도 있지만 다른 걸 바라보고 그걸 쓰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남을 칭찬할 수도 있고, 반대로 깎아내리고 다치게 만들 수도 있고요. 어디든 쓰일 수 있으니까 무기 같아요. 제가 소설을 쓸 때도 제 소설이 누군가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거나 2차 가해가 되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저도 소설을 쓰는 건 아니지만 글을 쓸 때 늘 그런 부분이 염려되어요. 작가님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주의를 기울이시는지 궁금합니다.


자기 검열을 해요. 내가 너무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 건 아닌가, 누군가를 갑의 위치에서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쓸데없이 동정하고 있지 않은가 등등 질문을 던져봅니다. 이 책 역시 누군가를 가르치는 글이나 평가하는 글, 우리를 받아들이라는 식의 강압적인 글이 될까 봐 걱정하며 썼어요.


그 다음으로는 이해하기 쉽게 쓰였는가, 깔끔하게 읽기 좋은가, 전달력이 좋은가, 죽을 때까지 나를 따라다녀도 괜찮은가. 내 이름으로 내놨을 때 오점이 되지 않은가 같은 걸 생각해요. 물론 이렇게 주의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후회되는 글이 하나씩 생기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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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리 작가의 반려묘

 

 

작가님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잘 모르겠어요. (웃음) 오늘만 후회 없이 살자는 게 제 모토라서요. 선약을 제외하면 내일 뭘 할지 빡빡하게 정해두는 편이 아니에요. 정해두어도 막상 내일이 되면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거창한 계획 없이 주어진 하루하루를 잘 보내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 이 정도면 잘 살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책의 독자와 이 인터뷰를 읽을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타인의 삶을 보는 것, 타인에게 재미를 느끼는 것만큼 큰 애정이 또 없잖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누군가 제 글을 보고 재밌다고 하면 그게 최고의 칭찬이에요. 그리고 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면 나중에 이 작가 뭐 하고 사는지 한번 살펴봐 줬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그게 뭔지 알 수 없지만, 그때면 또 뭔가를 하고 있을 테니까요. (웃음)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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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ndandy
    • 한소리라는 새로운 사람이 아는 사람이 되었네요.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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