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여름 밤의 환상적인 가족 속으로 [영화]

영화 <남매의 여름밤>, 여름을 좋아하는 방법
글 입력 2022.08.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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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여름밤_포스터.jpg

 

 

 

현명하게 여름을 보내는 방법, 여름 배경인 영화 보기



나는 여름을 계절 중 4번째로 좋아한다. 태생적으로 땀이 많아서 집 밖에 나서면 내가 땀을 뒤집어쓴 건지 땀이 나를 뒤집어쓴건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이럴 때 온몸에 시원해지는 액션영화도 좋은 선택이지만, 반대로 나는 여름의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를 선택했다. 바로 <남매의 여름밤>이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여름을 세심하게 화면으로 옮겨 담는다. 매미 소리, 콩국수, 비빔국수, 길어진 해와 분홍빛의 노을, 초록빛의 식물, 잘 익은 제철 과일 포도를 마당에서 따고,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까지. ‘지금의 여름이 저렇게 아름답나?’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특히, 해가 길어진 여름의 분홍빛 노을을 배경으로 옥주가 자전거를 타고 동주가 쫓아가는 장면은 여름밤이 환상적인 꿈처럼 보인다.

 

 

남매의 여름밤_노을.jpg
영화 <남매의 여름밤> 스틸 사진

 

 

 

할아버지와 옥주, 보이지 않는 틈을 메우는 관계


 

가족은 나도 모르는 틈을 찾고 비집고 들어올 수 있는 존재다. 할아버지가 사는 2층 양옥집에 처음 도착하고 함께 콩국수를 먹는데 행동의 어색함이 묻어나온다. 아빠는 할아버지 집에  얹혀사는 미안함 때문인지 과하게 할아버지를 챙긴다. 옥주도 할아버지가 먼저 수저를 들기 전에 콩국수를 먹기 망설이지만 아직 어린 동주는 망설임 없이 국수를 먹는다.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날이 많아질수록 어색함은 사라진다. 영화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장면은 할아버지 생신날이다. 가족들이 할아버지 몰래 케이크의 촛불을 켜고 고모가 할아버지 눈을 가려 거실 정중앙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다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다. 과묵했던 할아버지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피어오른다.

 

가족은 애쓰지 않고 서로의 존재만으로 공백을 채울 수 있다.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시선만으로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할아버지가 거실에서 앉아 노래를 듣고 계실 때, 옥주는 그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고 한 발 떨어져 있는 계단에 앉아 함께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옥주의 손에 직접 키운 방울토마토 몇 알를 동생 손을 빌려 쥐여주고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아끼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옥주의 마음에 할아버지의 자리가 생겼는데 실제 할아버지가 사라졌다. 옥주가 할아버지 장례식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기 망설였다. 할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집에 들어서면 두 눈과 두 발로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옥주는 동생과 아빠와 밥을 먹다가 중간에 울음을 참지 못하고 방으로 도망간다. 아직 빈자리를 마음으로 인정하기에는 어렵다.


여름이 지나면, 옥주의 방에 놓인 분홍색 모기장은 사라지고, 할아버지가 열심히 가꾼 텃밭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다. 현실 속 할아버지의 흔적이 점점 흐려질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옥주의 마음에는 여전히 할아버지의 자리가 있을 것이다.


 

남매의 여름밤_춤.jpg
영화 <남매의 여름밤> 스틸 사진

 

 

 

에필로그, 나의 여름밤


 

<남매의 여름밤>을 보고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떠올렸다. 나는 시골에 있는 외할머니댁에 언니와 동생과 잠시 머물렀다. 왜 부모님이 우리를 두고 가셨는지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름밤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옥상에 놓인 평상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할머니는 나에게 마늘종 장아찌를 권하셨고, 나는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억지로 한 개를 먹게 되었다. 이상하게 맛있었다. 끈적끈적한 여름이 잠시 시원하고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후식까지 알차게 수박을 먹고, 앞에 문방구에서 산 폭죽놀이를 했다.

 

영화 속 할아버지의 생일의 하루처럼, 그날은 여전히 나에게 환상적인 여름밤이었다.

 

 

[강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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