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폭풍전야는 평화롭다. [사람]

글 입력 2022.07.3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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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오기 전엔 평화롭다. 쨍한 날씨와 그 속에서 고요함을 느낀 한 주였다.

  

정말 더운 날씨의 연속으로 집에서 회사까지 출퇴근하는 2km 채 되지 않는 거리를 걷다 보면 땀으로 샤워를 할 정도였다. 버스를 타고 가기엔 거의 절반을 걷고, 겨우 두 정거장을 타는 애매한 위치라서 항상 고민하다가 가끔씩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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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평화로운 일주일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 읽었고, 미뤄두었던 랭보 시집도 읽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한 스토아 철학 책도 읽었다. 한가롭게 주중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거의 1년 만에 만난 친구는 대화를 해보니 그녀는 나를 닮아있었고, 나도 그녀를 닮아있었다. MBTI가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그녀도 회사 생활로 T로 변했고, 오히려 나는 요즘 N으로 변해 외향형, 내향형만 다르고 다 같아졌다. 그래서인지 더 말이 잘 통하는 기분이었다.

  

고등학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것보다 잘 만나지 못하고 지나가버린 대학생 시간이 길어져 더 멀어진 것처럼 느낄 수도 있는 우리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그냥 사소한 이야기부터 미래 꿈 이야기까지 깊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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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 있어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끔씩 만나도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딱 우리 둘이라는 걸 서로 공감하면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고 웃으면서 헤어졌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 경계선 안쪽에 있는 소수만 가끔씩이라도 챙겨줄 수 있을 때 챙기는 것으로 나의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인간관계 잘 헤쳐나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그 방식이 남이사 상관 안 하는 내 성격에 딱 맞는 것 같아 계속 그렇게 살려고 한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붙잡는다.

 

*

 

폭풍전야의 먹구름이 떠오른 건 금요일이다. 구름 한 점 안 예쁜 구석이 없던 주중을 지나, 조금씩 먹구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주엔 태풍 예보가 있다. 나의 사적인 마음에도 꼭 들어맞았다. 어쩌다가 예전에 일했던 회사의 선생님과 연락을 했다.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결론은 음. '9월 말 시험을 위한 공부하기'였다. 정말 어쩌다가 약속했다. 열심히 공부하기로.

  

그 전날 친구와 만나서 최대한 올해는 놀고 내년부터 공부하자고 여유로운 청춘을 살자고 다짐했는데 말이다. 이렇게 내가 남의 말에 휘둘리는 사람이란 걸 모르고 있진 않았지만, 하루 아침에 내 생각이 바뀔 정도인 것을 보니 평화로운 척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불안함의 씨가 싹트고 있었나 보다.

 

어쨌든 어딘가에 취업할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살고는 있지만, 내가 취업에 합당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언젠가 공부해서 괜찮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며 계획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그런 저기 내 마음속 한구석을 비집고 들어오셨다. 어차피 직장인 되어서 돈 벌고 금융 치료받을 사람이면, 더 빨리 시작하는 게 좋지 않냐는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 우리 가족들도 그런 편이고 같은 생각인 것 같다. 내 나이에 언니들도 이미 일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너무 내가 말도 안 되는 문화랍시고 허우적 대고 마음속 교양을 찾는답시고 별 구체적인 그림 없이 시간을 보냈다. 웃긴 건 그렇게 좋아했던 예술에 대한 심장 떨림도 이젠 없으니 빨리 털고 나오는 게 답이었는데 자꾸 외면했다. 정신 차려야 할 때였는데, 갑자기 연락 와서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고 보니 조금은 깨달았다. 지난 주인가 박효신 배우님이 나오는 뮤지컬을 티켓팅해서 1층 4열을 얻었지만, 그냥 지금 돈도 부족하고 문화 예술을 돈 아깝지 않게 즐길 자신이 없어서 취소해버렸었다. 그 일이 떠오르면서 아 나는 지금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음을 느꼈다. 온 우주가 나보고 공부를 하라고 하고 있었는데 왜 이리 난 시간을 낭비하고 있던 걸까?

  

그래서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9월 말 시험을 위해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안 되면 내년까지 좀만 더 하면 되니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계속해서 올해 하반기 취업을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이제껏 하지 않았으니 그냥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 미뤄두고 있었다. 그럴수록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내가 좋아하는 롤 모델 중 한 명인 '켈리 최'님의 유튜브 어떤 영상을 보게 되었다. 요즘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져 힘들어하거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해주셨다.

 

 

어떤 일이든 일을 하면서 고민하라

 


일을 하면서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는 게 좋다. 가만히 앉아서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다간 실행력이 이미 떨어져 버렸기 때문에 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일단 일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아 이직을 하든 창업을 하든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정말 맞는 말인데, 누구나 다 아는 말인 것 같지만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준 조언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금은 시간을 내어 여유를 즐기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면서 가만 누워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하는 취업, 혹은 창업의 방향이 내 인생의 전부를 결정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더 고심했다. 하지만 이는 답이 아니었고, 켈리 최 님께서는 우선 빨리 일을 해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최고를 찍는 경험을 하는 게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녀의 말대로, 아침 시각화와 수면 전 명상을 통해 미래의 나를 제대로 꿈꿔보기 시작할 것이다.

  

그를 위해서 공부를 먼저 시작해야 했는데, 내가 이미 실행력이 부족한 상황에 와있는 것 같아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일상에 텐션을 조금씩 주기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왕복 4시간 출퇴근 본가 생활을 멈추고 왕복 30분인 서울 집에서 당분간 지내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내 약점인 거시경제학부터 공부하기로 했다. 잠시 잊었던 경제학 이야기들을 되살려 친해지기로 해본다.

 

일하면서 짬짬이 경제금융 시사상식 책들 보면서 이론과 현실을 잇는 연결을 만들고, 퇴근하고 도서관이나 비어있는 집에서 공부한다. 계획만 원대하지 않길 바라며 이번 주를 마무리하고 다시 활기차게 8월을 살자고 으쌰 으쌰 힘내본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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