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당신의 여름 씀

나를 묻는다면 당신의 마음에 있다고 할래요
글 입력 2022.07.3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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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3년차, 그간 만난 사람들의 사람들의 명함이 쌓인 상자를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도 질문 받고 싶다. 누가 나의 일상을 궁금해 해주면 좋겠다. 내 삶을 조목조목 따져서 물어봐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이어가다가 깨달았다. 내가 하면 되잖아?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고, 나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나니까.


그래서 올해 초, 처음으로 셀프 인터뷰를 진행했다. 블로그에 올라간 셀프 인터뷰는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에 힙입어 조금 더 나아가 주변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금은 현생에 치여 잠정 보류 상태지만, 일 벌이기 좋아하는 세포들은 늘 꿈틀대며 새로운 인터뷰이를 찾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열어보려 한다. 7월을 보내며, 당신을 위한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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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뭐하고 지내시나요?

 

“일하고, 운동하고, 사람 만나고, 글을 쓰고 지내고 있습니다. 루틴화되어 가는 삶 속에서 열심히 굴러가고 있어요.”


- 루틴화된 삶이라. 무료하진 않나요?

 

“일 자체가 변수가 많은 직업이기도 하고, 활동적인 편이라 무료할 틈이 없어요. 오히려 자극에 익숙해져서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단점이 있죠.(웃음)”


- 자극이 매번 있다는 것은 피곤하기도 한 일이기도 할 텐데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정말 당장 일어나 집에 가고 싶기도 하고, 몇 시간이고 앉아서 떠들고 싶기도 해요. 어쨌든 기자라는 직업의 장점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명함 하나로 그 새로운 사람들이 저를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주죠. 그리고 그것들이 공개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고단하다기보다는 뿌듯하고, 사랑하죠.”


- 직업을 사랑한다는 건 신기하네요. 일은 늘 하기 싫은 것 아니었던가요.

 

“그렇죠. 직업과 일은 다르고, 또 회사와 직업은 다른 거 같아요. 저도 회사를 사랑하진 않죠.(웃음) 대신 연차가 쌓일수록 직업 자체에 대한 애정은 늘어나는 것 같아요. 여느 직장인처럼 ‘일하기 싫다’는 걸 느낀 적은 있어도 직업을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피드백이 바로 오는 직업이라서 더 재미있기도 하고요. 이건 하나의 해프닝이기도 한데, 소개팅을 하면 직업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시거든요. 저는 또 직업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급발진…을 해서 물어보지 않은 부분까지 마구 쏟아낼 때가 있어요. 그러다 아차, 싶어서 ‘말이 너무 많았죠’ 이랬는데 그분이 떨떠름하게 웃으면서 ‘일을 많이 좋아하시나봐요……’ 이러시더라고요.”


- 그래서 소개팅은 잘됐나요?

 

“망했죠, 뭐. 소개팅에서 일 얘기하면 망하는 거라던데?”


- 빨리 넘어갈게요. 좋은 피드백도 있지만, 늘 좋은 것만 맞이할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해요. 악플에는 어떻게 대응해요?

 

“대응을 안 하죠. 할 필요도 없고……. 처음에는 봤을 때 겁이 나긴 했어요. 어디서 알고 오는 거야 싶기도 하고,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이렇게 무작정 감정을 쏟아내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하루는 그 아이디를 눌러서 대체 무슨 댓글을 달고 다니나 봤어요. 혐오와 무지로 점철된 그 부끄러운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달고 다니더군요. 기사를 읽고 댓글을 달려면 포털 로그인을 해야 하잖아요. 그 정성도 놀랍고, 정말 말할 곳이 없어서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나 싶기도 하고요. 어쨌든 그렇게까지 해서 반응을 남길 만큼 제 글이 유의미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거 같아서 그냥 둡니다! 놔두면 알아서 자기들이 삭제하더라고요. 고소당할까 봐 그런가. 사실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관심이라는 말을 더 믿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무관심보다는 반응이 오는 게 좋아요.”


- 멘탈이 강한 편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인가요?

 

“음, 사람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부분인 것 같아요. 직업이 생기고 본 사람들은 대체로 단단하고 나이보다 더 성숙하고 어른스럽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요.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들한테는 뭐, 흑역사 많고, 웃기고, 유치하고 그런 거고. 대학생 때는 한참 방황하던 시기라 우는 모습을 본 친구들이 많아서 그것도 또 다른 모습일 거 같고요. 그래도 살아온 시간에 비교해 겪은 것들이 적지는 않아서 뭐랄까, 굳은살이 박인 느낌? 그런 것들 때문에 (멘탈) 튼튼해 보인다는 말을 꽤 듣는 거 같은데, 또 막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결론은 반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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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일기

 

 

- 글은 언제부터 썼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원고지에 뭔가를 가득 채우는 기분이 좋았어요. 제일 먼저 원고지에 글자를 채우고 제일 마지막까지 글을 쓰고 나면 상을 주더라고요. 처음엔 상을 받아서 좋았는데 나중에는 제가 생각하던 이야기를 남들이 읽어주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이 읽히면 좋겠다. 기왕이면 영향력 있고 힘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자를 직업으로 선택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 무엇에 대한 글을 써요?

 

“경험과 주변 사람, 그리고 환경들.”


- 기록 강박이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기록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제가 사라져도 저라는 사람을 유추할 수 있는 흔적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하나 둘 기록하기 시작한 것들이 습관이나 의무처럼 굳어져 버린 것 같아요. 기록 강박이라는 게 실제로 있는 질병은 아니래요. 그런데도 같은 증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나중에 일기장 보면 재밌어요. 그때 내가 무슨 고민을 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볼까요. 남들이 모르는 나의 정보를 알려준다면요.

 

“저는 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 대부분의 정보는 알 것 같은데, 지금 생각나는 것 위주로 말을 해볼게요. 더위를 많이 타고, 한 번 잠에서 깨면 잘 못 자요. 손톱은 조금만 자라도 짧게 깎는 편. 머리는 묶는 게 좋아요. 일이 전부 끝나야 주변 정리를 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빨래를 해요. 편지의 마지막에는 대부분 ‘당신의 여름’으로 끝맺어요. 아플 때면 꾸는 악몽이 있어요. 사랑할 때는 돌부처가 되고 싶다 정도?”


- 사랑할 때는 돌부처, 어떤 뜻인가요?

 

“사랑할 때면 우선순위에서 제가 밀려나요. 다행히 지금은 경험이 조금 생겨서 일을 뒤로하고 해야 하는 것들을 팽개치고 달려들 정도로 나이브하진 않죠. 그래도 여전히 사랑하면 1위는 상대방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랑할 때는 감각이 둔하고 흔들리지 않는, 돌부처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 최근에 울었던 기억은?

 

“생각보다 자주 울어요. 이해하는 감정들의 폭이 넓어지니까 가끔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감정이랑 마주할 때가 있어요. 그럼 별수 없이 앉아서 엉엉 울어요. 저 같은 경우는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떠오르면 정말 견디기 힘들게 눈물이 나요. 최근에는 동생이랑 통화하면서 울었어요. 동생한테 가끔 엄청나게 못된 언니가 될 때가 있는데, 그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본심이 아닌데 자꾸 밉게 튀어나오는 말들이나 행동들이 있어요. 전화해서 그렇게 말한 거 사과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다가 둘 다 엄청 울었죠.”

 

- 요새 가장 큰 고민은 뭐예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는 것 같아요. 꾸준히 발전하고 싶지만 아직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 수빈씨는 변화무쌍한 타입인가요. 일정한 사람인가요.

 

“어렵네요. 변화를 즐기는 쪽이라고 해둘까요. 새로운 것들이 제게 영향을 주는 과정이 즐겁고, 좋으니까. 쉽게 질려 하는 것도 변화가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일 듯하네요. 그래도 항상 뿌리는 두고 사는 것 같아요. 사주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척박한 땅에 뿌리내린 풀 한 포기라, 생명력은 엄청나게 강하고 독립심이 강하다, 뭐 이런 이야기요.”


- 사주를 믿어요?

 

“흠, 어느 정도는 데이터라고 보는 편인 것 같아요. 타로보다는 들어가는 정보값이 많잖아요. 생년월일시까지. 사주에 역마살도 있고, 웬만한 일은 보통은 하는 타입에 도전도 꺼리지 않는 성격이라 진로를 정하기 어려웠겠다는 분석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노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고 하니 믿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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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수빈씨를 어떤 사람으로 봤으면 좋겠어요?

 

“본업 존잘?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저한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것 같아요. 일 잘하고 입체적이고 매력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뻔한 사람이지 않고 싶다! 이런 느낌?”


- 남들이 잘 안하는 것에 도전도 많이 하죠. 

 

“네, 맞아요. 주짓수가 그런 종류의 도전이었어요. 3개월 동안 그 운동이 안 맞을지도 모르는데 덜컥 그냥 결제해버렸죠. 솔직히 금방 그만둘 줄 알았는데.(웃음) 지금은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자 공간이 됐어요. 제가 생각이 정말 많은 편인데 유일하게 아무 생각 없이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그때뿐이더라고요. 집중하지 않으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집중력이 떨어지면 다치니까 정말 온전히 거기에 집중하게 되는 거죠. 좋은 시간이에요. 몸으로 무언가를 익히고 써본다는 게 직관적이기도 하고요.”


-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좋아하는 편이군요.

 

“아무래도 그렇죠. 솔직하잖아요. 내가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했는지가 보이니까.”


- 일기에는 무엇을 쓰나요?

 

“그 날의 나.”


- 여름이 한 달 정도 남았어요. 더위를 많이 타는데도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단 제가 태어났죠.(웃음) 농담이고요. 나중에 지나서 보니 여름에 기록된 모습이 제일 밝고 생기있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이 ‘인간 여름’, ‘퍼스널컬러 여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마냥 좋아하는 계절만은 아니에요. 웃기죠. 계절 자체가 너무 극적이라 감정도 그 흐름을 많이 따르거든요. 한 달에 반은 성질 급한 비가 내리고, 태풍도 오고. 그것들이 조금 마무리될 것 같으면 땅을 바짝 말리고 사람들을 무너뜨리는 무더위가 찾아오죠. 그래도 좋아하는 이유를 꼽자면 자신을 태워서 주변을 일구는 모습이 화려해서 좋은 것 같아요. 시끄럽고 또 숨가쁘게 모든 것들이 흘러가는 시간이죠. 여름이 더워야 과일이 달다는 말도 있잖아요. 태풍이 와서 바다를 뒤집어 줘야 산소가 돈다고도 하고요.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존재라는 점이 좋아요. 사람 좋은 것에 이유를 붙이자면 한없이 조심스러워지지만 존재하는 것들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망설여지지 않아요. 그냥, 여름의 모든 것들이 꿈결처럼 흘러가는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여름처럼 사랑하고 여름처럼 잊히고 싶어요.”


- 그렇게 좋아하는 여름이 끝나면 무엇을 할 건가요?

 

“다음 여름을 기다리겠죠. 언제나 그랬듯이. 그 사이에 여름을 너무 그리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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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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