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돌이라 불리는 청소년들 [사람]

아이돌에겐 일터가 학교다
글 입력 2022.07.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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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이브(HYBE)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에서 데뷔했던 걸그룹 ‘르세라핌’의 한 멤버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되며 논란이 일었다. 소속사 측은 기나긴 입장문을 써가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전면 부인하다 돌연 해당 멤버를 탈퇴시키고 5인 체제로 활동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소속사가 그간 보여준 행보 때문이다. 소속사는 어떤 유의미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지도 않았고, 그룹의 멤버를 제대로 보호하지도 않았다.

 

(여기서 가해자로 지목된 멤버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회는 가해 사실에 대한 처벌과 교육을 하는 동시에, 그가 청소년인 동안은 최소한의 보호도 함께 이행해야 한다. 이것은 ‘학교 폭력’에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문제다.)


소속사는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윤리 의식 없이 사측의 손익만을 따져 행동했다. 그 결과 청소년들은 보호받지 못했고, 세상에는 어른들이 청소년의 문제를 대충 넘겨버린 선례 하나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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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데뷔 적령기’는 15세에서 20대 초반으로 매우 어린 편이다. 그때는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삶에서는 초반부이며, 교육과 사회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시기다.

 

‘의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연령대와 어울리며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환경이 주어지기도 하고, ‘어려서’ 또는 ‘학생이라서’라는 말로 보호자의 도움을 받거나 사회의 이해를 얻어 성장할 수 있는 때다.


아이돌은 그런 보호 장치가 부족한 환경인 ‘일터’에서 성장한다. 어른들과 상호작용하며 경제 활동을 해야 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말과 행동을 평가당하며 비난을 견디기도 해야 한다.

 

행동이 마음에 안 든다고 관계자에게 뺨을 맞고, 멤버를 바라보는 찰나의 표정이 아니꼬워 보인다는 이유로 성격을 추측 당하고, 조금 부끄러운 일을 했다고 수천 개의 악플을 받는 냉혹한 환경에서 누구보다 빨리 어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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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와 대중들은 그들이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최대한 외면하려 한다.

 

어린 나이에 데뷔시켜 노화 없는 모습으로 오랜 기간 상품 가치를 갖도록 하지만, 어른과 유사한 신체를 가진 사람을 뽑거나 어른처럼 보이게 꾸미는 방식으로 죄책감을 줄여 철저히 ‘어른처럼’ 대하는 방식. 청소년이 가진 ‘젊음’은 필요하지만 ‘어림’은 피곤하다는 태도. 청소년을 대하는 것은 이해와 관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귀찮고 어렵다.

 

하지만 어른을 대할 때는 그렇게까지 많은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게 ‘청소년을 대하는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리면 많은 것이 쉬워진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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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산업은 청소년을 전면에 내세운다. 생산 주체로서도, 소비자로서도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그것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청소년을 이렇게까지 많이 접하는 산업계는 언제나 그에 대한 윤리적 고민을 하고, 보호 방편을 마련해둔다. 대표적인 예로 교육 기관이 그렇다. 오늘날 아이돌 소속사가 교육 기관 만큼의 윤리 의식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을까?

 

멤버들 간의 불화를 세심하게 보살피고, 꼭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회의 지탄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해주는 것. 잘 생각해보면 모두 학교에서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록 지난한 일이겠지만, 청소년과 ‘협업’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에 맞는 규칙과 울타리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청소년은 눈 깜짝할 새 크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보호 없이 방치당한 청소년들은 상처받은 어른으로 자란다. 아이돌 산업계는 청소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어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이 선택한 것은 아이돌이라는 꿈이지, 보호받지 못한다는 부작용이 아니니까.

 

 

[김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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