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대화하고 탐험하고 기록하는 사람

익명의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글 입력 2022.07.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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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당신에게,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강현아입니다.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편지 형식으로 쓰고 싶었어요. 수신인은 불확실한 편지는 누가 언제 어디서 읽을지 상상해볼 수 있으니까요. 어떤 사람은 침대 속에서 이 편지를 읽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사람이 가득 찬 출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읽을 수도 있어요. 당신은 어디에서 읽고 있나요?


어떤 형식과 내용 상관없이 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고민한 이유는 내가 나를 규정하면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되기 때문이에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 서술하는 ‘강현아’는 ‘2022년의 강현아’입니다. 혹은 되고 싶은 저입니다. 세 가지 단어를 생각했습니다.

 

 

 

1. 인터뷰어 (Interviewer)



인터뷰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최근에 만난 지인은 우리의 대화를 이렇게 표현했어요. “인터뷰하는 것 같아.” 저는 대화에서 자주 묻는 사람입니다. 오랫동안 본 친구에게는 같은 학창 시절을 보냈어도 이만큼 달라진 우리가 신기해서 물어보고 새롭게 만난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저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해요. 우리는 삶에서 수많은 선택을 마주합니다. 같은 상황일지라도 사람의 선택은 각양각색입니다. 지구에는 70억 명의 사람에게 70억 개의 선택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하지 않나요?


좋은 대화를 위해, 어떤 기준으로 상대방을 평가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르다는 윤리적 판단은 미뤄두고, 그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 보고자 합니다. 문화예술도 기본적으로 같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을 통해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웁니다.


 


2. 탐험가 (Explorer)



저는 탐험가입니다. 오지 탐험 같은 건 아니지만 콘텐츠 탐험을 굉장히 좋아해요. 특히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게 될 때 기쁨이 쏟아집니다.

 

최근에 영화 <팬텀 스레드>를 보고, 제가 주인공 레이놀즈 우드콕처럼 ‘예민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취향을 발견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예민하지만 자기만의 직업 세계관이 확실한 사람입니다. (너무 과한) 사람들을 현실 세계에서는 별로 만나고 싶지 않지만요.

 

저는 주로 특정한 목적지로 수렴형 탐험보다 가능성을 넓히는 발산형 탐험을 선호합니다. 한 가지만 꾸준히 깊게 파는 것보다 넓고 얕게 파는 것을 좋아합니다. 책과 신문을 읽고 영화나 드라마 예능을 보고 라디오나 팟캐스트나 음악을 듣습니다. 이렇게 가득 향유하다보면 가끔 흩어진 콘텐츠가 모여 한 개의 실로 잇는 바느질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한 궤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재미를 즐깁니다.

 

(2022년 7월 기준, 48권의 책을 읽었고 37편의 영화를 봤고 15개의 드라마를 봤습니다.)


저는 비혼주의자입니다. 새로운 문화예술을 접할 때, 미래를 위한 대비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제 삶은 혼자가 될 텐데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슬기롭게 보낼지 탐구하는 방법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할머니가 된 저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고 최대한 좋은 것들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으로 부지런히 콘텐츠를 탐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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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노트 (그림 <삼나무가 있는 밀밭> 반고흐)

 

 

 

3. 기록수집가 (Record Collector)


 

저는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저는 탐험가 기질이 강하기 때문에 지속성이 약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저는 꾸준히 해내는 사람을 좋아해요. 평생 한 가지의 도구를 갉고 닦아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깨끗한 존경심이 생겼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기록’이었습니다.

 

저의 기록에는 나름의 규칙이 존재합니다. 우선 디지털 세상과 아날로그 세상으로 나뉩니다. 원래 한곳에 정착하려고 했으나 각자의 장단점이 명확해서 둘 다 사용 중입니다.


디지털 세상에는 대표적으로 네이버 블로그가 있습니다. 저는 현재 7년째 네이버 블로그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솔직해지는 공간이며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저만의 섬입니다. 지금까지 총 737개의 글을 썼습니다. 1년 동안 100여 개의 글을 썼고 3일마다 한 번꼴로 글을 씁니다. 가벼운 글도, 무거운 글도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아날로그 세상에는 대표적으로 반 고흐 노트가 있습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산 노트입니다. 표지는 반 고흐의 <삼나무가 있는 밀밭> 그림입니다. 빛을 비추면 금박이 반짝여서 아름답습니다. 옆면에 있는 자석은 꼭꼭 숨긴 비밀이 숨긴 공간처럼 느끼게 해줍니다. 저는 이곳에 아침마다 ‘모닝페이지’를 적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의식의 흐름으로 한 페이지에서 두 페이지 분량의 글을 무지의 0.5 굵기의 볼펜으로 씁니다. 보통 15분에서 30분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제가 꾸준히 기록하는 이유는 하루가 헛되게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대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지금의 저에게는 하루가 쉽게 사라집니다. 흔적을 남기고 싶었어요. 대부분 취준생의 삶은 타인의 결정으로 끝나니까요. 누군가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쓰지 않고 온전히 나를 위해 쓰는 기록들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다 보면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품으면서요.

 

*

 

저를 세 단어로 요약하면 인터뷰어, 탐험가, 기록수집가입니다. 약간의 소망을 덧붙여보자면 저는 다정한 지적이고 단단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편지를 다시 쓰게 된다면 바라는 사람이 되었는지 알려드릴게요.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선선하고 평온한 여름을 보내시기를.

 

 

P.S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당신의 이야기의 인터뷰어가 되고 싶습니다. 

 

선선한 여름 밤 한가운데에서

강현아 드림.

 

 

[강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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