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원래 그래 특별하면 외로운 별이 되지 - 가별이를 찾아서

글 입력 2022.07.22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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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울컥이는 눈물을 짓누르며 연극을 관람해야 했다. 공허한 가별이의 눈동자와 마주할 때마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 딱 하나 켜진 올곧은 조명이 가별이의 얼굴을 비출 때마다 자꾸 눈물이 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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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가별이를 찾아서>는 주인공인 가별이가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마침내 길을 잃어보는 이야기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28살이 될 때 까지, 극은 때때로 가별의 시점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시점에서, 교차되어 펼쳐진다. 또한 이 연극의 가장 큰 줄기는 세상이 강요한 로드맵대로 자라온 가별이가 어른이 된 지금! 끝내 방황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그 탓에 그녀의 첫사랑인 경준이 그녀를 찾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의 부모님은 가별에게 늘 훌륭한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종용한다. 발음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유아시절부터 말이다. 그들이 말하는 훌륭한 어른이 되는 방법은 정말 간단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 그 뒤엔 대기업에 들어가면 된다고. 그러면 자동적으로 아주 훌륭한 어른이 되는 거라고.

 

쭈뼛대며 학교에 입학했더니 선생님도 똑같이 말한다. 무척이나 긴 나무막대를 들고, 학생들과 눈도 마주쳐주지 않으면서, 큰 소리로 하루 종일 염불을 왼다. “얘들아 공부해 좋은 대학에 가야지 그래야 좋은 어른이 되는 거지!!”

   

그럴 때면 가별이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다만 온몸을 비틀어대면서 모든 과정을 따라갔다. 뭐랄까 보고 있자면 어딘가 고장 난 로봇 같기도 했다. 그녀가 정말 사람처럼 보이는 순간은 첫사랑인 경준이와 친구인 혜나와 얘기하는 순간뿐이었는데 이조차도 부모님의 반대와 경준이의 개인사정으로 가로막힌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들이 가별이에게 남겨준 질문과 흔적들이 있다는 것이다.

   

*

 

친구인 혜나는 가별이에게 훌륭한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는 말 대신 “그래서 훌륭한 어른이 무엇인데?” 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준다. 그 질문을 들을 때 마다 삐끄덕 삐끄덕 움직이던 로봇같던 가별이는 주저앉아 자신에게 물어본다. 대체 내가 되어야 하는 훌륭한 어른이 뭐지?

 

경준이는 자꾸만 진짜 가별을 궁금해 해준다. “가별아 너는 물소리를 좋아해?” “가별아 너는 하모니카를 불고 싶어?” “가별아 가별아. 진짜 너는 어때?“ 

 

그제서야 온몸이 비뚫린 채 몸부림치던 로봇이 가별이가 된다. “응 경준아 나는 물소리를 좋아해” “나는 빗속에서 춤추는 게 좋아” “난 하모니카를 불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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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이 더 생생하게 와 닿았던 이유는 춤이라는 소재를 활용해서 심리를 나타낸 것도, 무대를 흰 천으로 분리시켜 그림자와 조명들을 이용해 다각도로 상황을 관전할 수 있게 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표정이 선명했기 때문이었다. 

 

숨이 막혀 소리를 내지르고 싶지만 짜여 진 길에 끌려가던 가별이의 표정도, 혜나의 질문에 흔들리던 눈동자도, 경준이와의 시간에 난생 처음 짓던 예쁜 웃음도, 가슴에 박혀 지워지지가 않는다.

 

특히 오랜 시간 자신의 속에서 맴돌던 질문들을 외면하지 못한 가별이가, 마침내 방황을 시작하기로 했을 때 짓던 발걸음과, 이후에 경준이와 만나 비로소 불던 하모니카 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난 연극을 보면서 가별이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이렇게 꼭 안아주고 싶은 배역을 참 오랜만에 만난 것 같아 더더욱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학점으로 조기졸업을 해서 좋은 대기업에 들어간 가별이는 행복하지 않았다. 그녀는 겁쟁이가 아닌 욕심쟁이어서 자꾸 그녀를 이루는 무언가를 찾고 싶어 했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결국 그런 것이었다. 이를테면 진짜 가별들.

   

*

 

연극이 끝나고, 눈물을 자꾸 삼킨 탓에 칼칼해진 목을 가다듬으며 밖에 나왔을 때, 함께 연극을 관람한 친구와 혜화의 밤거리를 몇 시간이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저히 그러지 않고선 집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훌륭한 연극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입을 열게 한다고 생각한다.

 

연극 <가별이를 찾아서> 역시 자꾸만 말을 건다. 가별이에게 그랬듯 우리에게도 수많은 질문을 던져주었다. 더이상 짜여진 퍼즐이 아니라 본인만의 질문이 필요한 많은 어른이들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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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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