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도서]

글 입력 2022.07.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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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에세이스트, 철학자, 활동가, 생물학자, 생태학자, 조경가, 농부 등 스물한 명의 작가들이 지구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는 인류세 시대의 작가들이 써 내려간 성찰과 응답의 기록이다.


 

새 삶으로 이끌어주도록 만든 건 그 해변이 아니었다. 하지만 해변이 그들을 그곳으로 이끈 덕에 우리는 그런 관대함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고민거리들과 옹졸함에서 벗어나 절대적인 미지의 세계, 늘 우리를 관대함으로 이끄는. -94p

 


나 역시 바다를 찬양한다. 내 취향을 몰랐던 20대 초반엔 여행을 갈 때면 줄곧 바다를 향해 갔다. 그냥 물놀이가 좋아서 그런가보다 했다.

 

20대 중반이 되고서는 고민을 털어내기 위해 바다로 갔다. 내 마음의 고향으로 설정해두고 곧 취향이 되었다. 너무 즐겨서 그런가, 지금은 가끔만 생각이 나지만 내가 쓴 글엔 바다를 생각하는 글이나 문장이 여전히 많다.


바다를 보며 생각을 태웠고, 바다를 보면서 잔잔한 마음을 배웠다. 넓디넓은 수평의 자연에서 힘을 얻었다. 수평선만 있는 바다의 색과 소리 그리고 투명함에는 노을, 사진, 그네, 감상, 불꽃놀이와 같은 기억과 시간도 담긴다. 저번 달에는 무릎이 해롱해롱 해지면서까지 등산을 다녀왔었다. 그리고 그곳 산 정상에서, 난생 처음 닮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구조대에서 일하시며 시설정비를 하시던 분은 송골송골 맺힌 땀에도 방긋 웃으며 빛나는 눈을 하고 있었다. ‘육체가 건강하고 정신이 건강한, 영혼이 건강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나도 저런 사람이고 싶다. 닮고 싶다. 대단하다.’ 생각이 들었다. 산과 같이 맑고 건강한 기운을 닮고 싶었다. 등산을 하며 자연을 배웠고, 사람을 배웠다. 자연은 늘 내게 배움을 주고, 상상을 주며 행복을 준다.


 

우리는 개울가에서 죽은 여우 한 마리를 발견했고, 죽은 여우를 먹고 사는 벌레들과 구더기를 보여주었다. 나는 올빼미 똥을 파헤쳐 올빼미와 새끼들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생쥐들과 들쥐들의 뼈, 이빨, 털 쪼가리들을 보여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딸에게 삶이 삶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전 직장 상사 중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는 법이라고. 누군가가 난 자리에는 항상 누군가가 채워지고, 가능하다면 원한다면 그 위기를 너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말이다. 최근의 내 좌우명과 같은 생각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을 하던지 모두 다 배울 점이 있다고.


좋게 흘러가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나와 같은 상황에 빠진 누군가에게 저 사람처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하고 배울 수 있다. 선택하고 어떤 과정을 겪으며 결국엔 결론지어지지만, 끝은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이 된다.

 

도태되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사람에게서든 자연에서든 다가온다. 무언가의 죽음은 무언가의 생명으로 이어지고, 암흑 같은 기억에서 일어날 수 있다. 삶을 통틀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자연’같은 굴레 안에서 겸손을 배운다.


오늘 면접을 보고 왔다. 이 선택과 결과에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못 봤으면 빈 부분을 채워 오려 넣으면 되고,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생각하련다. 절망에서 희망을 보고, 나를 계속 다듬어가는 그 모든 순간을 돌아보고 있자니 “삶이 삶으로 이어져 온다.”


도서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를 읽으며 오늘을 포함한 최근의 일을 리뷰로 녹여냈다. 책을 향유하면서 자연을 생각하고, 고마워하고, 되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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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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