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대체불가한 능력 [사람]

글 입력 2022.07.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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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할 수 없는 어떠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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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기계보다 사람이 더 정확할 때가 있다. 나는 아직도 사람의 감각과 경험을 믿는다.

 

세기의 대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각인될 만큼 신선한 충격이었으니까. 그로부터 약 6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AI 면접,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가상의 캐릭터(인간AI)가 나와 우리생활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정말 강산이 여러 번 변했고, 말로만 내뱉었던 이야기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AI기 술에 대한 연구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나는 AI 챗봇의 대화 수준이 인간과 가까워 지고 있다는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다. 그러나 사람끼리 나누는 유대감을 AI 로봇과 나눌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직도 물음표라고.

 

분명 먼 훗날, 또 한 번 강산이 바뀌면 필요한 부분이 보완 돼 인간과 흡사하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감각을 믿는다. 때로는 설명되지 않은 일들이 문득 일어나듯이. 사람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내용과는 대적할 수 없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우리 외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절대 대체불가하신 분, 때론 TV에서 분석한 자료를 뛰어넘는 마술같은 예측을 하는 사람이니까.




할머니 기상캐스터


 

날이 어둑어둑하더니 굵은 빗방울들이 성난 듯이 하늘에서 고함을 쳤다. 가끔씩 우루룽쾅쾅 소리를 내기도 하면서 천둥을 동반한 비가 내렸다. ‘어쩐지 골반이 욱신 거리더라니’ 서른의 내가 구시렁대며 출근 준비에 나섰다. 그런데 일기예보의 예상이 빗나갔다.

 

어제까지는 분명 하늘이 맑고 날씨도 따뜻하다고 했었는데. 그래서 퇴근 후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잡았는데, 잠시 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칠 줄 모르는 비가 창문을 두드렸다. 어제 할머니가 한 말이 맞았다. 그 말은 어린 시절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오늘 우산 챙기라 비 많이 올 것 같다”

 

할머니가 대충 창밖을 훑어보며 우산을 챙기라고 할 때마다 나는 되묻곤 했었다.

 

“할머니가 내일 비 올지 안 올지 그걸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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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묵직한 말이 이해가 되지 않은 초등학교 1학년의 나는 고개를 갸우뚱 움직였다. 그때의 나는 모든 말 뜻이 이해가 되지 않았나 보다. 그저 그 말을 듣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커서 모든 것들이 알고 싶었다. 할머니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 후 무려 20년이 지났다. 나는 다시금 생각해 본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하던 모습을 말이다.

 

알파고는 바둑을 둘 때 일정한 알고리즘에 따라 직관적으로 바둑을 둔단다. 즉 기계는 바둑 기사들이 둘 법한 자리를 추측해서 그 자리에 돌을 두어 좋은 수를 찾아나간다. 그런데 이를 깬 것이 바로 이세돌이다.

 

실제로 이세돌은 인류 역사상 모든 바둑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바둑을 둬본 경험의 차이로 알파고를 이겼다. 학습과 확률이 아닌 오로지 쌓인 경험에 의한 1%의 승리인 것이다.

 

할머니의 날씨도 거센 풍파를 이겨내면서 몸소 알게 된 경험이었을까. 그래 그랬을 것이다.


TV 속 기상 캐스터가 오늘의 일기예보를 전한다. 우비를 입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나라 지도를 가리키면서 이야기한다. 월요일부터 쭈욱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며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내일은 비가 내리겠습니다. 많은 양의 비가 내리겠는데요."

"남부 지방은 10에서 30밀리 중부지방은 5밀리에서 50밀리 내리겠습니다."

"또한 지역에 따라서 최고 100밀리 내리겠습니다.“

 

어떤 날은 예보가 딱딱 들어서기도 하지만 그게 틀렸다는 듯 해가 쨍쨍할 때도 있다. 회사에 기껏 가져간 우산이 무용지물일 때도 있다. 또 갑작스럽게 요란하게 비가 올 때가 있다. 비는 과녁을 맞추는 화살처럼 바닥을 세게 때렸다가 위로 솟는다. 그 모양이 포물선처럼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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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묻고 싶지만 물어볼 수 없다. 그래서 가끔 그 물음표가 목 끝까지 차오른다. 할머니는 지금 내 곁에 없으니까. 창밖을 바라보니 먹구름이 껴있다. 내일은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왠지 모르게 내 양쪽 무릎이 욱신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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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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