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멋있는 어른이 되는 것

전제 조건: 변하지 않는 마음
글 입력 2022.07.16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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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치 않는 마음을 가진 멋있는 어른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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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사용하던 구글 계정을 꺼냈더니 유튜브 기록에 과거 취향이 남아있었다. 과거를 추억하던 과거를 담은 현재의 추천 영상. 덕분에 30대가 되어서 10대 시절 즐겨 듣던 노래를 다시 듣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과거 사이의 선을 발견했다.

 

 


어른이 되는 것


 

20대 후반에 동심을 잃은 걸 깨닫고 걱정했었다. 어릴 때는 가시를 세우고 극단적으로 살았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내 선택이었고 나다운 일이었기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했다. 꺾이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살기가 편해졌고 반골기질은 기척을 감췄고 나는 어른이 사는 세상에 융합되기 시작했다.


20대 이후로 줄곧 10대 때는 모르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을 겪게 되었다. 더 큰 세상은 나를 10대가 꿈꾸는 희망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염세적이고 시니컬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자아가 형성되던 시기에 싫어하던 것과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마음에 이상을 품고 살 것 같았다.


내 마음은 내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더라도 그때의 감성, 그때의 마음은 언제고 되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내 마음마저 지나간 추억으로 박제되었다. 꺼내볼 수도 있고 떠올릴 수도 있는데 내 것으로 평생 지니고 있을 수는 없다.


대학시절 교수님이 Idealism쪽 동기들도 나이 들고나니 다들 Realism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이라고, 원래 다른 사람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이쪽에서 저쪽으로의 이동은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아보니 단 한 걸음이었다.

 

 


이상에서 현실까지 단 한 걸음



그저 사는 대로 살기만 하면 되는 삶을 살고 있다. 괴로운 것도 고민할 것도 삶을 어려워할 것도 없이, 답을 찾는 일도 없고 고뇌도 하지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면 된다. 이런 식의 실존을 원하지 않았는데 이게 내 삶이 되었다.


내가 변화하는 것만큼 손쉽고 불쾌한 해결이 없다는 말에 공감하고 공예품 같은 인간은 되지 않으려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삶을 찾아서 그냥 걸치지 않으려고 그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나는 내가 눈치를 채기도 전에 변해있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을 하면서, 남들과 별 다를 것 없이 그저 살아가고 있었다. 허상 같은 이상과 기대할 것 없는 희망조차도 품지 않는 현실이 내 것이었다.


누군가 어른이 된다는 게, 현실과 타협한다는 게 지금 내가 가진 감정을 잃어버리는 거라고 말해줬다면 나는 과거의 나를 지킬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닐 거라는 헛된 생각으로 나는 그럴 리 없다는 그릇된 믿음으로 아마 지금과 똑같이 변하고도 변한 줄 몰랐을 지도 모른다.

 

내 안에서 오래 살아남을 것 같은 그 감정이 과거의 것이 되는 게 어른이라고 알려줬더라면 약간의 경계심이라도 쥐고 있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그 시절의 내가 모두 빠져나가서 손에는 감정의 모래 한 톨조차 남아있지 않는 이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이상과 현실은 양극단이 아니라 등을 맞댄 사이였다. 고개만 돌리면 눈앞에 바로 타협해야할 현실이 있었다. 현실에 깎여나가고도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감성 한 방울 더 가지고 있다며 나를 위로했던 순간이 마지막의 온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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