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어떤 구슬을 가지고 있나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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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정을 바라볼 때 자연스럽게 인사이드 아웃의 구슬을 떠올린다. 나는 모래사장에 흩어져 반짝반짝 빛나는 깨진 구슬 조각을 차곡차곡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구니에 조각이 하나둘씩 쌓인다.
가만히 앉아 구슬을 맞춘다. 깨진 모양이 딱 맞지 않아도 이리저리 돌려가며 하나의 구슬을 완성한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매끈한 구슬의 형태가 아니지만, 얼추 비슷하다. 바닥에 굴리면 금방 멈춰버리는 게 흠이지만, 나만의 알록달록한 구슬은 그때부터 보물 1호가 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컨트롤 본부에 다섯 가지 감정이 있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다. 라일리의 경험에 따라, 행복하고 좋은 기억은 노란 구슬, 슬픈 기억은 파란 구슬, 화나거나 분노 가득한 기억은 빨간 구슬, 반찬 투정하거나 예민한 기억은 초록색 구슬, 소심해지거나 두려운 기억은 보라색 구슬으로 저장된다.
다섯 감정은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기쁨이는 슬픔이를 통제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기쁨의 머리가 파란색인 이유도, 우리는 한 감정으로만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기쁨은 자신의 행동이 의미 있을 수 있는 이유가 슬픔이 있기 때문인 걸 깨닫는다.
기쁨으로만 세상을 살 수 없다. 라일리가 하키 시합을 져서 울고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따뜻한 포옹을 기억할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슬픔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기쁨이 찾아온다. 영화 초반에 노란색이 100% 채워진 핵심 기억인 구슬은 노란색과 파랑색, 초록색과 보라색, 빨간색과 노란색이 뒤죽박죽 섞인 구슬로 채워진다.
우리는 알록달록 뒤섞인 구슬을 소유하기 위해서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냥”이라는 말로 많은 감정을 무시하고 산다. 한국 사회는 튀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일종의 덕목이다.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참고 깎아내는 것에 익숙하다.
<유퀴즈 온 더 블록> 방송에서 소설가 김영하는 교수 재임하던 시절 학생들에게 “짜증 난다.”라는 표현을 제외하고 작문을 시켰다고 말했다. 감정을 뭉뚱그려 표현하지 않고 감정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연습이다. 우리는 연습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라일리도 우리도 성장한다.
[강현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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