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망이 눈으로 보인다면, '장-미셸 오토니엘 : 정원과 정원' [미술]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정원, 2022.06.16.(목) ~ 2022.08.07.(일)
글 입력 2022.07.1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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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립미술관 

 

 

아이스크림 한 덩이를 입안 가득 채워도 쉽게 더위가 가시지 않는 요즘이다. 옷차림이 가벼워질 수 있는 여름이 좋다가도 지겨워질 무렵엔, 밖으로 나가기 싫은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그래도 이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장-미셸 오토니엘 : 정원과 정원》 전을 놓치기에는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마음먹고 보러 갔다.

 

전시를 보기 전, 미술관 밖 벤치 앞에 앉아 나무를 올려다본 참이었다. 왕방울만 한 금색 목걸이가 나뭇가지 곳곳에 걸려 있었는데, 목걸이 좀 착용했다고 여느 나무랑은 다르게 특별해 보였다. 확실히 옷이 날개라는 말에 수긍하게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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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목걸이>, 2021, 스테인리스스틸, 금박, 가변크기

 

 

위처럼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은 어떤 밋밋한 장소에 놓이더라도, 화려하게 분위기를 바꾸는 힘이 있다. 앞서 살펴본 시립미술관 야외조각 공원에 위치한 <황금 목걸이>는 오토니엘을 대표하는 작품이며, 시그니처 같은 그의 작품을 전 세계 곳곳의 정원이나 야외 공간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이 황금 목걸이는 평범한 나무라도 산신령이 깃든 것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고목에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오랫동안 빌거나, 마을을 지켜달라는 등의 소원을 비는 인류의 모습도 다시 기억하게 해주면서 말이다. 그 나무를 보니, 소소하게나마 오늘은 너무 무덥지 않기를 바라던 내 소원도 들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황금 목걸이>를 착용한 나무는 오랫동안 염원을 빌던 대상이었음을 기억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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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셔스 스톤월>, 2022, 다양한 색상의 인도 유리 벽돌, 가변크기

 

 

전시장 한편에 걸린 <프레셔스 스톤월> 역시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평범한 벽돌이 아니다. 형형색색으로 빛이 나며, 심지어 벽돌 위에는 벽돌색과 비슷한 빛도 피어오른다. 작가는 처음으로 유리 벽돌을 이용해 이 작업을 시작했는데, 인도에서 사람들이 언젠가 자신의 집을 짓겠다는 희망을 품고 벽돌을 쌓는 것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염원을 제작하기 위해 작가는 인도 유리산업의 중심지, 피로자바드의 유리 공예가들과 협업했으며, 사람이 입으로 불어서 제작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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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강>, 2022, 청색 인도 유리 벽돌, 26 x 7.1 m

 

 

나아가 유리 벽돌들로 강을 이루기도 했는데, 전시장 안쪽에 들어서면 와 - 하고 바로 보이는 <푸른 강>이 그 작품이다. 마치 푸른 물결이 잔잔히 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작품의 색들이 서로 비추어가며 반짝여서 아름답다. 예로부터 생명과 행운을 상징하는 푸른색 안료는 다른 색상에 비해 제작하기 어려워 귀하게 여겨졌다는 부분에서, 이 역시 소망의 색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나무를 향해 비는 사람들의 오랜 소망. 집 마련을 희망하며 쌓여가는 벽돌, 생명이 가득하게 빛나는 푸른 유리 벽돌들이 머금은 소망들은 작품들을 통해 가시적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 등장하는 감정의 구슬을 모으는 감정 캐릭터들처럼, 작가는 개인의 기억 속 소망들을 연결하고 오브제로 빛을 발하도록 했다. 빛나는 작품을 보는 빛나는 관객의 눈빛, 그리고 소망의 구슬들에 비치는 또 다른 관객과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각기 다른 빛 띠고 있다.


슬픔은 나누면 줄어든다는 사람과 늘어난다는 사람이 있지만, 기쁨은 나누면 확실히 두 배가 된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기쁨과 소망은 전달되어 커질수록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소망들을 연결하며, 아주 정성스럽게 공을 들여 조각한다.

 

한편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에게 경의를 표하는 그의 작품에는, 라캉의 개념인 응시와 욕망 개념이 엿보인다.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 알게 되는 사랑의 존재처럼, ‘욕망’ 역시 부재하거나 결핍된 것을 향한 본능이다. 라캉은 ‘응시’에 대해서는 주체를 고정시키는 행위라고 보았다. 즉 타자 속에서 주체인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는 개념으로, 상징체계가 잡혀있는 사회문화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주체는 타인의 응시를 통해 자신을 규정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한 그의 이론은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며 비판적으로 볼 부분도 생기지만, 분명한 점은 라캉의 욕망과 응시 개념은 나의 욕망이 타인으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불러오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장녀’라는 주체를 가족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장녀에게 어울리는 욕망을 희망하도록 양육되었다는 사실이나, 그 욕망에서 장녀가 가진 결핍 사실도 짐작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욕망과 응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라캉의 이론처럼, 그의 작품은 관객의 마음을 맑게 비추어, 욕망의 주체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소망의 기원에 대해 고찰하도록 하고 있다. 희망을 전달하는 동시에 욕망의 방향성에 질문을 던지는 이 작가의 작품의 정원을 들여다보며, 각자 사유의 정원에 깊이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 위 전시의 도록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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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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