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는 음식, 그 사소함에 대해 [음식]

글 입력 2022.07.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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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 VS 사소한 마음


 

모 식당 대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시간을 투자해 식당에 방문해 만 원 짜리 고기를 먹으며 사람들은 이만 원 짜리 같은 느낌을 받고 싶어 한다고. 식당에 방문하는 손님은 음식 맛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서비스, 서빙 등 여러 가지를 아우르며 대접받기를 원한다.


방금 먹은 음식이 내 오늘 하루의 기분을 좌우한다는 말도 있다. 음식 맛뿐만 아니라 서비스, 분위기, 청결 등 다양한 요소는 우리 마음 속에 스며든다. 때문에 손님들은 조금은 맛이 떨어질지언정 사소한 포인트에서 감동을 받기도 등을 돌리며 돌아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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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서비스와 맛으로 일회성 집 혹은 매일 찾아오는 곳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 이 사소함에 대해 풀어 보려고 한다.

 

얼마 전 불쾌한 일이 있었다. 친구와 함께 먹고 싶은 음식점을 갔는데 한동안 공사를 해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음식점을 찾아 나섰다. 불현듯 7년 전에 고등학교 동창 모임으로 갔던 가게가 머리를 스쳤다. 가격도 맛도 괜찮았던 기억이 났다. 오래전 먹은 음식인데 맛과 분위기 모두가 좋았기에 나는 스스럼없이 그곳을 방문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문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가게 자체는 넓었는데 테이블마다 치우지 않은 접시들이 곳곳에 보였다. 잠시 후 왜 테이블 위에 치우지 않은 그릇들이 가득했는지 의문이 풀렸다.

 

넓은 식당 속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한 분이 홀 전체며 계산대, 서빙 모두를 관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혼자 장사해서 힘드신 건가? 친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마음이 좀 먹먹해 지던 것도 잠시뿐. 그럼에도 불쾌했던 이유는 아주 사소한 부분들이었다. 물과 컵 세팅도 안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테이블은 사이다를 쏟았는지 제대로 닦지 않아 끈적끈적했다. 우리 테이블뿐만 아니라 다른 테이블도 끊임없이 사장님을 불렀다.


내가 방문한 식당은 보통 세 가지 요리를 세트로 팔았는데 요리 나오는 속도가 들쑥날쑥 했다. 나는 식당 홀을 쭈욱 둘러봤다.


음식 세 가지 중 하나 혹은 두 가지를 먹고 나머지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았다. 살짝 늦은 점심시간이었는데 나중에는 손님이 왔는데도 서빙하기 바빠 홀정리는 물론 제대로 된 응대도 되지 않았다.


나와 친구 또한 두 가지 음식을 먹고 나머지 하나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아르바이트생이 갑자기 안나오거나 피치 못한 사정이 있었을 거야.” “저 사장님도 사정이 있겠지”라며 마음을 다독일 때였다. 내 앞에 앉은 친구가 포크로 샐러드 파스타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화를 냈다.


나도 똑똑히 친구가 가리키는 접시 속 파스타를 봤다. 처음에는 아몬드인 줄 알았는데 다리가 달려 있었다. 분명히 벌레였다. 세번째 요리가 나왔지만 우리는 화가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일 화가 났던 건 벌레가 나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장의 태도였다. 벌레가 나온 것을 인정하면서도 미안하다는 한마디 말없이 그릇을 치우기에 급급했던 모습 말이다.


이상하게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다. 내가 먹은 파스타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 어딘가에서 꿈틀대고 있지는 않을까 찝찝한 기분이 계속 든 것이다.


결국 우리는 나와서 김밥을 사 먹었다. 김밥에 라볶이를 먹는데도 배부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먹으면 먹을수록 찜찜한 느낌이 가득했다. 나는 그 이후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젓가락으로 뒤적거리면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재밌는 영화를 봐도 게임을 하며 기분전환을 하려고 해도 마음 한편에 자리잡은 찝찝함 때문에 며칠 간 후유증에 시달렸다.


일명 음식 트라우마. 서비스, 위생, 맛, 태도 이 중 하나라도 좋았으면 괜찮았을까.

 

사장이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면 또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번 삐뚤어진 기분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

 

 

 

오늘의 나는 어떨까? 맛보다 작은 재미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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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포춘쿠키라고 하루 한 줄 글귀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포춘쿠키는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서는 후식으로 나눠주는 과자로 맛은 그저 그렇지만 과자를 깨서 열어보면 하루 운세나, 조언들이 써 있는 쿠키다. 한때 온라인에서도 퍼진 적이 있는데 포춘 쿠키 이미지를 클릭하면 쿠키 베어 무는 소리와 함께 나를 위한 글귀가 흘러나왔다. 커피 한 잔을 먹으며 포춘쿠키를 떠올려본다. 


최근 회사 근처에 있는 바나 프레소를 자주 찾는다. 아니 바나프 레소라는 브랜드를 회사를 다니며 처음 알게 됐다. 커피 맛이  ‘와 맛있다’ 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여느 브랜드 커피와 견주어 봤을 때 보통에 속한다. 그런데도 아침마다 자꾸 발걸음을 하게 되는 건 ‘오늘의 한 줄’이 궁금해서다. 처음 바나 프레소를 방문했을 때는 컵 속 스티커에 글귀가 새겨진지도 몰랐다. 그런데 하루 이틀 먹게 되다 보니 글귀를 확인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됐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것까지도 말이다. 뭐 그 사람을 꿰뚫어보는 철학가나 무당도 아닌데 그저 랜덤으로 부여받는 글귀가 뭔 재미가 있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짧은 글귀를 보면 괜히 오늘 뭐라도 된 것 마냥 힘이 난다.

글에는 힘이 있다는 말처럼, ‘완벽한 당신’ ‘모든 건 네가 귀엽기 때문이야’ ‘오늘은 행운이 따를 거야’ 같은 추상적이지만 한마디를 보며 괜히 힘을 얻게 된다.

특별하게 맛있는 것이 아닌데도 발걸음이 끌려 찾게 되는 것이 카페다. 앞서 말한 음식점과 카페. 두 곳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나만 알고 싶은 카페, 음식점이 있다


 

손님은 사소한 것에 감동받고, 재밌어하고, 특별함을 느낀다. 사소한 것 하나로 하루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것. 그건 단순히 맛이 아닐 것이다.

고객의 마음과 소리를 읽고, 생각해 주는 것, 바로 사소한 포인트 들일 것이다. 중요한 건 진심이 담기면 시간이 걸릴지언정 누군가는 알아줄 거라는 것.
 
우리가 냉동 삼겹살을 찾는 이유가 옛날 집에서 호일 위에 구워 먹던 레트로 감성을 느끼기 위해서 인 것처럼. 조금은 허름해도 집 밥을 느낄 수 있는 백반집을 찾는 것처럼. 우리는 그때의 감성, 분위기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위로받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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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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