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성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두 가지, 연대와 화합 [영화]

영화 ‘82년생 김지영’과 ‘툴리(Tully)’
글 입력 2022.07.0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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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아래 글에는 결말과 관련한 직접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주연이 되는 영화는 많았지만, 여성의 삶을 다루는 영화는 많지 않았고, 그 안에서 직접적으로 문제로 삼는 영화는 더욱 없었다. 아래 두 영화는 ‘엄마’로 살아가는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두 영화의 주인공 모두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데, 이 정신 질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육아의 현실 : 영화 <툴리(Tu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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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리(Tully)>(제이슨 라이트맨, 2018)는 한 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마를로(샤를리즈 테론)는 딸과 아들, 그리고 셋째까지 낳게 된 엄마이다. 육아에 치이며 무기력하고 공허하게 살아가는 마를로에게 남동생인 크레이그(마크 듀플라스)가 야간 보모를 제안한다.


그래도 아이는 엄마가 직접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마를로는 거절하지만, 셋째를 낳으며 해야 할 일이 불어나고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그녀는 보모 툴리(맥켄지 데이비스)를 부른다. 엉뚱하면서도 활기찬 툴리는 마를로에게 육아의 조력자이자 친구가 되어준다.


남들이 보기에도 훨씬 생기를 되찾은 듯한 마를로는 툴리와 몰래 브루클린으로 나가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사고가 나는데, 치료받는 과정에서 마를로에게 극심한 과로 증세가 있었으며, 툴리는 그녀의 어렸을 때의 이름임이 밝혀진다. 즉, 툴리는 마를로가 만들어낸 가상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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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를로는 가상의 인물로 과거의 자신을 만들어낸 것일까? 그녀는 자신을 타자화하여 기댈 정도로 의지할 만한 다른 사람이 없었다. 이 점은 그녀가 차 사고를 내기까지 그 누구도 보모의 정체와 그녀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에서 더 비극적으로 드러난다.


물론 그녀에게 ‘조언’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아들 조나(애셔 마일스 팔리카)가 유난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자 전담 교사를 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교장 로리(가밀라 라이트), 임산부인 마를로에게 디카페인 음료도 카페인이 들어있다고 충고하는 한 아주머니, 야간 보모를 구해서 조금 더 편하게 생활하라는 크레이그와 그의 아내 엘리스(일레인 탄)까지, 그녀와 어떤 관계이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그녀에게 조언을 건넨다.


하지만 조언은 가볍다. 전담 교사를 구하는 데에 드는 많은 돈, 야간 보모라는 잘 모르는 타인이 가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는 불안함은 모두 마를로의 몫이었다. 사람들은 육아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하고, 정작 그 조언의 무게는 육아의 당사자인 어머니가 모두 견뎌야 한다.


그리고 그 조언에는 마를로가 있지 않다. 모두 아이를 더 잘 키우고 건강하게 자라게 만들기 위한 내용이다. 사람들은 ‘육아(育兒)’에서 ‘아(兒)’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아이는 대상이지, 결국 ‘육(育)’이 주가 되지 않는가. 육아의 주체는 아이가 아니라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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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직접적인 구성원인 아버지는 어떠한가? 마를로의 남편 드류(론 리빙스턴)는 마를로의 셋째 임신에 관해 크레이그와 대화할 때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게임을 하고, 지친 마를로가 냉동 피자로 식사를 건네면 슬쩍 불만족스러운 티를 내고, 마를로가 많이 힘들어 보이면 괜찮냐는 가벼운 질문만 건네는 사람이다.


드류는 세 아이의 아버지임에도 육아에 있어서 외부인이 된다. 그러나 분명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 둘이 맺어낸 결실이다. 하지만 왜 아이는 어머니 혼자서 키우고 그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느끼는가? 어머니가 육아하는 것이 자연스러워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차라리 모성애만으로 육아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쉬웠을까. 육아는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므로 이를 금전적으로 보상할 수는 없더라도 꾸준히 감사를 표하고 위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여성’으로 이어지는 공감과 연대 : 영화 <82년생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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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김도영, 2019)은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이다. 1982년 봄에 태어나 국문학과를 졸업하여 광고기획사를 다니다가 대현(공유)과 결혼하여 딸 아영(류아영)을 낳고 주부로 사는 지영(정유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지영이라는 여자의 일생을 연도별로 정리하여 리포트 형식으로 작성한 소설의 내용을 영화에서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단편적인 장면의 연속으로 구성하였다. 형식과 구성이 변화하면서 여성에게 일어나는 차별을 고발하던 내용에서 여성의 연대를 다루는 내용으로 주제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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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은 언젠가부터 가끔 다른 사람에 빙의가 된 듯 말한다. 그 대상은 지영의 어머니인 미숙(김미경), 학교 선배인 승연, 지영의 외할머니인 미숙의 어머니(예수정)로, 각각 관계성이 다르지만 모두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빙의’가 된 지영이 말하는 내용은 모두 여성을 걱정하는 내용이다. 미숙일 때는 시댁에서 바쁘게 일하는 지영을, 승연일 때는 애를 낳고 힘들어할 지영을, 그리고 미숙의 어머니일 때는 지영 대신 아영을 돌보려는 미숙을 걱정한다.


이러한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상대가 겪은 고생을 본인도 겪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딸, 아내, 며느리, 엄마가 되며 자신을 잃고 타인에게 헌신하는 여성을 모두가 경험하였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상대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자신이 겪은 힘든 일을 남도 겪어보라는 이기적인 태도가 아닌, 남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이타적인 마음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에 대한 애정 어린 공감과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82년생 김지영>에서 그려지는 여성의 연대는 더욱더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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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여성의 연대는 그 외에도 여러 장면에서 등장한다. 학생 시절 지영이 스토킹을 당하자 버스에 같이 타던 여성(염혜란)이 거짓말을 하며 도와주고, 회사 내 여자 화장실에서 카메라를 발견한 혜수(이봉련)가 지영에게도 평소에 조심하라 귀띔하고, 퇴사하여 직접 회사를 차린 김팀장(박성연)이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지영과 함께 일하자고 말한다.


<82년생 김지영>은 누군가의 무엇으로 사는 여성을 그릴 뿐만 아니라 여성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여성끼리 공유하고 해결해나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여성만이 겪었고, 여성이기에 가장 잘 아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는 이러한 문제들이 개인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즉, 개인의 문제가 아닌 여러 여성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문제임을 뜻한다. 시간과 대를 넘어서, 그리고 전혀 관계없는 타인까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은 문제들이다. 그래서 여성이 가정에 얽매이는 관습과 성차별은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이다.


영화에서는 소설처럼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암울한 방식이 아닌 여성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돕는 모습을 보여주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주제를 전달한다. 그리고 그 방식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다. 공감으로 이어진 연대만큼 견고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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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는 모두 평화로운 끝을 맺는다. 하지만 주인공이 정신 질환이라는 극단의 갈등으로 나아가야만 나머지가 그 문제를 자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다소 씁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평화로운 결말은 현재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아직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여성의 고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해 비극으로 끝나거나, 남성과 여성의 성 대립 구도를 형성하여 여성이 승리하는 결말만으로 페미니즘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을 이해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문제 제기뿐만 아니라 그 해결책도 제시할 필요가 있으며, 각기 다른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모두가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더 화합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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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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