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면 [영화]

<귀를 기울이면> 속 응원과 격려
글 입력 2022.07.08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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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 몰두하고 있다. 공부 자극 사진으로 유명한 이 장면. 영화 <귀를 기울이면>(1995)의 주인공 ‘츠키시마 시즈쿠’가 스스로의 재능을 시험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는 장면이다.


중학교 3학년 시즈쿠는 어느 날 심부름을 가는 중, 지하철에서 만난 고양이를 우연히 따라가다 ‘지구옥’이라는 골동품 가게를 발견한다. 그곳에서 주인 할아버지 ‘니시 시로’와 손자인 ‘아마사와 세이지’를 만나고 친해진다. 사실 세이지는 시즈쿠보다 항상 도서 카드에 이름을 먼저 올린 인물로 시즈쿠가 줄곧 궁금해하던 사람이었다.

 

세이지는 바이올린 장인을 꿈꾸는 소년이다. 그는 꿈을 위해 이탈리아 유학을 가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다. 시즈쿠는 진로를 정해 나아가는 세이지를 보며, 앞으로 자신도 어떤 삶을 살아갈지 고민한다. 평소에 소설책 읽기를 좋아한 시즈쿠는 자기도 스스로의 재능을 시험하겠다며 소설을 써보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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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즈쿠가 처음으로 꿈에 대해 고민하고, 꿈을 향해 노력하는 과정을 다룬다. 영화에서 귀 기울인 대상은 시즈쿠 내면의 목소리일 테다. 이제 막 자신의 길을 찾고, 노력하는 시즈쿠를 보면 나도 왠지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싶어졌다. 저 공부 자극 사진처럼 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꿈을 향해 노력하는 청춘, 당신도 자기만의 꿈을 찾아나가길. 할 수 있다.'라는 긍정의 메시지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시즈쿠의 노력과 더불어 그 주변 인물들의 '응원'을 그린다. 시즈쿠 주변 인물도 그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들은 시즈쿠가 하고자 하는 일을 존중하고 격려했다.

 

나의 길을 걸어나가는 건 어렵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이 길이 맞을까? 여러 의심과 불안 때문에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더 이상 나 자신을 믿지 못할 때가 있다.

 

이때 누군가의 응원은 내게 다시 시작할 힘과 용기를 준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알기에 이번 글은 <귀를 기울이면> 영화에 담긴 ‘응원’을 소개한다.

  

 

 

응원은 더 큰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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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쿠는 세이지가 이탈리아 유학을 떠나는 것에 상심이 크다. 똑같은 책을 읽었는데 저 멀리 꿈을 향해 나아가는 세이지를 보며,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서다. 친구 '유코'는 풀이 죽은 시즈쿠에게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며, 그녀의 가능성을 알아본다.

 

 
너도 재능이 있잖아. ‘컨트리 로드’도 후배들한테 인기야.
 

 

유코의 격려를 들은 시즈쿠는 기운을 차린다. 이를 계기로 글을 써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기로 결심한다.

 

그 뒤로 시즈쿠는 평소에 읽지 않았던 전문 서적을 찾아 읽고, 밥도 거르며 매일 밤늦게까지 글을 쓴다. 온 신경이 글쓰기로 향한 시즈쿠는 학교 시험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결국 시즈쿠의 성적은 100등이나 떨어진다.

 

시즈쿠의 부모님은 "요즘 하는 일이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니?"라며 시즈쿠가 몰두하는 일에 대해 묻는다. 하지만 시즈쿠는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대답을 선뜻하지 않는다. 부모님은 시즈쿠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도 그녀를 다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시즈쿠를 믿고, 그 뜻을 존중한다.

 

 
네가 도서관에서 뭔가 열중하는 건 봤다. 대단하더구나. 여보 원하는 걸 하게 하자. 다들 똑같이 살진 않잖아. 좋아, 시즈쿠. 네가 믿는 대로 살아보렴. 하지만 남달리 사는 건 쉽지 않을 거야. 누구 탓도 할 수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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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주신 단단한 믿음을 바탕으로 시즈쿠는 글을 완성한다. 시즈쿠는 ‘시로’ 할아버지께 처음으로 자신의 소설을 선보이는데, 할아버지는 시즈쿠의 노력을 인정해주며 불안했던 시즈쿠의 마음을 다독인다.

 

 

시즈쿠의 원석을 보게 돼서 기쁘다. 수고했다. 넌 멋진 애야. 서두를 필요 없다. 천천히 다듬어 나가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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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쿠와 세이지는 각자의 시험을 치르고 함께 언덕을 오른다. 이들은 서로 자전거를 태워주고 밀어주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언덕 위에 올라선 시즈쿠는 세이지에게 "네가 있어서 열심히 한 거야.", "나를 더 잘 알게 됐어"라며, 자신의 성장에 세이지의 몫이 있음을 전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힘을 준 건강한 관계에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결국 '나의 성장이 오로지 나만의 노력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시즈쿠의 가족만 봐도 그렇다. 시즈쿠의 가족은 엄마의 석사 공부를 위해 배려한다. 아빠는 엄마의 글에서 잘못된 문장을 함께 봐주고, 시즈쿠의 언니 '시호'는 엄마의 공부 자료 정리를 돕고, 시호와 시즈쿠 자매는 바쁜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하기도 한다. 가족의 배려 덕분에 엄마는 석사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귀를 기울이면>은 자기만의 원석을 갈고 닦으며 성장하는 일에 노력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의 '응원' 역시 귀중한 것임을 나타낸다.


 

 

서로에게 응원이 필요한 이유


 

감독 콘도 요시후미는 <귀를 기울이면> 이후 느낀 점으로 지금 아이들이 처한 상황이 우리 때와는 많이 달라서 굉장히 힘들어지지 않을까, 아이가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어렵게 된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따라서 감독은 차기작으로 아이들을 격려해 줄 수 있는 작품을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이들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느낌이 든다. 그 잣대에 아이를 적용시켜 아이의 가치가 결정된다. 때문에 측정할 수 없는 아이는 설자리가 없어지고, 살아갈 희망이 없어지는 것 같은 상황이 되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있고, 못 하는 아이도 있다. 모두가 놓인 상황 속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 아이들을 격려해 줄 수 있는 것이 생겼으면 좋겠다.
- 콘도 요시후미
 

 

모두 고유한 매력을 지닌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버리고 오직 상대 본연의 모습에 귀 기울인다면,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응원이 자연스레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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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사회는 서로를 응원하긴커녕 모든 걸 노력 부족 탓으로 돌린다. ‘노오력’, ‘노’를 길게 늘어뜨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추기며 생긴 신조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요즘 노력하지 않으며 사는 사람이 있을까? '갓(God)' +'생(生)', 신의 경지에 이르는 삶을 사는 것이 유행이며, 많은 이들이 각종 ‘챌린지’에 참여해 부지런히 일상을 살아간다.


각자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저마다 가능한 노력의 크기는 다르기 때문에 타인의 노력이 부족하다며 훈수 둘 필요 없다. 오늘날 전염병은 끊이질 않고, 물가는 치솟고, 취업은 쉽지 않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겠다. 어쩌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가 훌륭하다. 그러니, 모두에게 ‘너는 멋져! 최고야!’라는 말을 건네며 서로의 삶을 응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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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스튜디오 지브리 공식 홈페이지

 

 

[강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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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조윤미
    • 성장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위주로 봤는데 누군가의 응원이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어요. 시즈쿠 엄마의 석사 과정 준비는 놓쳤던 장면인데 다시 감상할 기회가 된다면 봐야겠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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