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홍콩을 떠올리는

5년 전의 홍콩
글 입력 2022.07.0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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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왔다.

 

장마는 습하고도 흐리기 때문에 차분하게 옛 생각들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나 비슷한 날씨, 비슷한 색으로 가득했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올라 두둥실. 올해는 문득 홍콩이 생각이 났다.

 

홍콩.

 

아련한 곳이다. 5년 전 홍콩을 처음 가봤기에 그 추억에 대한 향수가 오른다. 뿐만 아니라 홍콩은 역사적으로도 묘하게 '노스탤지어'적인,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묘한 특징이 가득하던 시절에 대한 연민이 가득하다. 홍콩 반환 이전의 그 낭만과 혼란스러움이 바로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홍콩이 아련하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고 흐린 날들이 계속 되니까 홍콩이 떠오른다. <아비정전>의 그 살짝은 탁한 배경이 생각나고 <화양연화>의 그 위태로운 분위기가 생각난다. 아마 그것은 내가 홍콩을 갔을 때의 강하게 받은 인상과 연관되어 있으리라.

 

5년 전, 홍콩을 처음 갔기에 나는 많은 기대로 설렘이 가득했었다. 내게 홍콩은 낭만이었다. 공안의 감시가 일상생활 속에 존재하는 중국과 달리, 영화예술이 뛰어난 호평을 받고 음식문화가 다채로워 많은 문화예술이 꽃피던 곳, 그것이 내가 상상하던 홍콩이었다.

 

홍콩에 가기 전에, 홍콩에 대해 조사를 해봤다. 이제는 중국의 한 행정구가 되어버렸지만서도 약간은 독립적인 위치에 있는 독특한 홍콩. 자신의 정체성이 강하다는 홍콩. 내가 배웠던 중국어와는 또 다른 광동어를 사용한다는 홍콩. 홍콩, 그래, 그 곳은 내게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홍콩 상공을 날고 있자니 생각보다 흐릿한 날씨에 살짝은 당황했다. 그리고 빼곡하게 들어선 것으로 보여지는 건물들이 굉장히 밀집도가 높아서 답답했다. 착륙하면 나아지겠거니 하는 나의 생각은 완전히 처참하게 깨졌는데, 공기의 질이 누가 왔어도 서울과 비교했을 때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리자마자 환상이 약간은 깨졌지만 그래도 어떠한가. 이곳은 낭만의 도시이지 않은가. 친구들과 놀이공원을 들리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던 그 날의 밤, 잠이 없어 괜시리 두리번거리던 내게 보인 것은 창문 너머,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창문이 너무 많았던 회색의 아파트였다.

 

'진짜 홍콩'은 그 다음 날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홍콩의 하늘은 계속 뿌얬다. 그 당시 날씨가 흐린 것이였냐, 한다면 그 영향이 있기야 했다만 완전한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었다. 정말 공기의 질이 별로 좋지 않았어서 숨을 얕게 쉬고 다녔다. 거리로 나가보니 내가 상상했던 그 네온 사인 간판이라고 할까, 세로로 중첩되어 있는 간판들이 정말 많긴 했지만 뭔가 그 사이키델릭하면서도 사이버 펑크의 모태가 되는 그런 느낌은 상의를 런닝셔츠 하나만 입은 배불뚝이 아저씨에 의해서 곧바로 사라졌다.

 

그 지역 사람들로 추정되는, 의자에 앉고 주변을 배회하던 사람들은 자신들과 닮았으면서 묘하게 이방인 티가 나는 나와 일행들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골목은 매우 좁고 축축한 것이 괜히 느와르 장르가 탄생한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주변 건물들을 보니, 과연 어젯밤에 보았던 그 닭장같은 아파트처럼 회색빛이었다. 약간 낡은 그 건물들은 회색의 하늘에 더 진한 회색으로 거리를 뜬금없이 지키고 있었다. 구룡성채가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느낌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 이후엔 <중경삼림>에 나온 에스컬레이터를 직접 타보고 딤섬들도 먹었었지만 아무리 깊게 느끼려 해도 한국에서 상상하던 그 낭만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회색 아파트가 너무 생각이 많이 나서, 그 까만 하늘에서 턱, 하니 보이던 그 모습에 계속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나는 문득 그 아파트가 떠올라서 굉장히 놀라곤 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아파트를 떠올리면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장마가 오면, 그 흐릿하고도 축축했던 홍콩이 떠오른다. 그것마저도 아련하게 보였던 이유는 거리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조금 흐릿했던 눈빛 때문일까. 지금은 중국과의 마찰로 그 때의 홍콩을 또 볼 수 없을 것이니 그 기억또한 나에겐 아련한 기억이 되어버렸다.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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