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진을 찍는 모든 이에게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글 입력 2022.07.04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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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 <결정적 순간>의 발행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이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10월 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결정적 순간>에 수록된 오리지널 프린트, 출판 당시의 편집자 및 예술가들과 카르티에 브레송이 주고받은 서신을 비롯하여 작가의 생전 인터뷰, 소장했던 라이카 카메라를 포함하는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1908-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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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작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서 찍은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린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그림을 배우던 카르티에 브레송은 1930년대 초, 사진작가 외젠 앗제와 만 레이의 사진을 접한 것을 계기로 사진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카르티에 브레송에게 있어 카메라는 눈의 연장이었으며, 그의 작업방식은 직관과 본능에 의거하여 삶의 진정성을 포착하는 것이었다. "사진보다 인간의 삶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던 그는 일체의 인위성에 반대하며, 연출이나 플래시 사진을 크롭하는 행위 등을 배제했다.

 

그 대신, 대상이 형태적으로 완벽히 정돈되면서도 본질을 드러내는 '결정적 순간'에 셔터를 눌렀다.

 

[나는 관찰하고, 관찰하고, 또 관찰한다. 나는 눈을 통해 이해한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1963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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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학적 완전성과 일상적 휴머니즘을 동시에 담아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 세계는 '결정적 순간'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될 수 있다.

 

1952년 출간된 이래 사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산이 되어 버린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 <결정적 순간>은 로버트 카파가 "사진작가들의 바이블"이라 일컬을 만큼 당대와 후대의 사진작가들에게 큰 파급력을 불러온 책이자,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난 대표적인 저서이다.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은 책의 서문에 인용된 "이 세상에 결정적 순간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레츠 추기경의 회고록 문구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진 제목이다. '결정적 순간'은 사진이 발명된 이래 가장 회자되는 표현이자 상징으로 등극했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사진작가들의 굴레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카르티에 브레송이 세계 곳곳을 종횡무진하며 발굴해 낸 경이로운 삶의 순간들을 비롯해, 간디의 장례식과 나치 강제수용소의 모습과 같은 역사의 변곡점이 된 순간들이 생생하게 담긴 이 책 속의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시대의 변화와 세대의 차이를 넘어서는 진정한 사진예술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다.

 

 

 

사진을 찍는 모든 이에게


 

마지막으로 눈여겨볼 것은 사진에 대한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내고 있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글이다.

 

[내가 찍고자 했던 사진은 하나의 상황으로 구체화되는 사진이다. 그 한 장면에 모든 게 담겨 있고 그 자체로서 형상과 직결된 사진인데 나에겐 그런 것이 본질적인 것이자 시각적 즐거움이었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1973

 

[어떻게 주제가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있다. 세상만사에는 다 주제가 있는 것이므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우리가 느끼는 것에 솔직하기만 하면 충분하다.] - <결정적 순간> 서문에서 발췌, 1952

 

이번 전시가 책에 근간을 두고 있는 만큼, 사진 작품만큼이나 전시 전반에 걸쳐 서술되는 작가의 글들이 일견 방해의 요소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카르티에 브레송이 사진에 대해 던지는 크고 작은 물음들과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글로써 함께하다 보면 작가와 관객 사이 100년 간의 간극이 어느덧 사라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왜 사진을 찍을까?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일까? 이 전시는 사진을 찍는 모든 이를 위한 전시이다. 전시 관람을 마친 뒤 집에 가는 길에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하나 샀다. 올해 여름의 결정적 순간들이 어떤 형상으로 카메라에 담기게 될지 기대된다.

 

 

[최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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