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쉼은 어떤 향인가요? [문화 전반]

쉼과 향
글 입력 2022.06.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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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유독 향에 민감한 사람이었다. 여전히 대중교통 속에서 독한 파우더 향을 맡으면 금세 어지러움을 느끼고, 길거리에서 담배 냄새가 나면 숨을 참고 지나간다. 한여름에 사람들 사이에 끼어 이동하는 잠깐의 시간을 견디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모든 향에 민감한 것은 아니다. 싫어하는 향이 확실한 만큼 좋아하는 향도 확실하다. 바닷바람의 짭짤하고도 시원한 향, 꽃집의 상쾌한 풀 향과 같이 자연에서 오는 냄새를 가장 선호한다. 그런데, 요즘 자연의 향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인센스’, 즉 ’향’으로 더 잘 알려진 물체에 빠졌다.


처음 인센스라는 단어를 알았을 때는 그래서 그게 향이랑 뭐가 다른데?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리고 한참 뒤, 직접 구매하고서야 향과 다르지 않은 물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향’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제사 혹은 절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 집안은 제사를 지내지 않아 절의 향이 조금 더 익숙하다. 자연을 눈앞에 둔 채로 듣는 일정한 목탁 소리와 마음을 진정시키는 향 냄새. 다 같이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향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고요함과 평화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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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인센스를 명상이나 진정의 용도로 구매한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 선물을 고르던 때에 눈에 들어온 것이 인센스였을 뿐이다.

 

인센스는 다루기 어렵고 배치하기도 힘든 인테리어 소품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제품은 별도로 홀더가 필요하지 않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구매를 결심한 이유는 ‘아쿠아’ 향이었다. 상쾌한 물 내음을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물 향이 담긴 인센스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받아서 켜본 인센스의 첫인상은 정말 흥미롭게도, 모기향이었다. 향과 함께 연기가 날아간다는 특성 때문인지 계곡 가까이 숙소를 잡은 어느 날의 여름휴가가 떠올랐다. 부정적인 느낌이 아니라 특유의 모기향 대신 부드러운 물 향이 날리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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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비가 내리던 어느 저녁, 창문을 활짝 열고 두 번째 불을 붙였다. 비의 영향인지 바람이 안으로 들어오며 연기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흰색인지 파란색인지 모를 연기가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듣기 좋은 빗소리와 물 냄새가 어우러지며 꽤 영화 같은 밤이 지나갔다.


길을 가다 카페의 마당 곳곳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불멍’이라는 단어를 그날 처음 알았다.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사람들이 왜 타는 것을 보며 멍해지는지 알게 되었다. 인센스는 켤 때마다 느릿하게 올라가는 연기를 보고 향에 취하며 멍을 때리게 된다.


생각해 보면 나의 쉼에는 항상 향기가 함께했다. 차를 우려 마시는 동안에는 푸릇하고 씁쓸한 향이 난다. 가끔은 달콤한 가향차를 우려, 다 마신 후에도 코 끝에 달콤한 향이 맴돈다. 원두를 갈고 커피를 추출할 때만큼 방 안에 향이 가득 퍼지는 때도 없다. 원두에서는 쌉쌀하고 산미가 있는 초콜릿 향이 나기도, 달콤하고 끈적한 군고구마 향이 나기도 한다.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 생각을 비워내는 일은 필수적이다. 머릿속이 항상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면 온전한 쉼을 가지기도 어렵다. 굳이 인센스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향과 함께 잠시 생각을 쉬어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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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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