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을 담은 시선의 흔적 - 루이스 웨인展 [전시]

고양이를 그린 사랑의 화가
글 입력 2022.06.2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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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매력을 지닌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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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잠금 화면을 동물 테마로 설정한 후, 고화질 동물 사진을 매일 마주한다. 카메라에 미소 짓는 강아지 사진부터 초원을 거니는 코끼리 사진까지, 다양한 동물의 한순간을 접하다 보면 일상에서 지친 마음도 어쩐지 상쾌해지는 것 같다.

 

웬만한 동물은 다 좋아하는 편이지마는 그중에서도 이렇게 귀여운 표정을 짓는 고양이의 사진을 보면 마음이 떠오르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보통 고양이라고 하면 새침하고 까칠한 이미지가 강해서일까. 어쩌다가 살짝 사람에게 곁을 내어주거나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줄 때면 꼭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을 많은 이들이 느낄 것이다.


사진 하나를 보면서도 잠시나마 애정이 차오르는데, 그 대상을 뮤즈로 삼아 평생 작품으로 남긴 사람은 고양이에 얼마나 큰 사랑을 품었던 걸까? 루이스 웨인(Louis Wain), 고양이 화가라고도 불리는 그는 고양이를 주제로 한 일러스트레이션을 세상에 남겼다. 어두운 삶 속에서도 따뜻함이 담긴 그림을 그려낸 그의 일생은 올해 4월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영화로도 소개되었다.


불우하고 평탄하지 않은 순간이 더 많은 인생이었지만 그 삶이 남긴 그림은 사진 속 고양이와는 다른 사랑스러움으로 많은 이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런 그의 작품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아시아 최초 한국에서 특별전으로 만날 기회가 생겼다.

 

 

 

“고양이 화가”, 그 이야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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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는 전반적으로 몽글몽글한 느낌을 주는 파스텔 톤의 벽지에 루이스의 그림이 자리한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당시 등장한 카메라와 경쟁을 해야 했던 그는 양손으로 빠르게 그림을 그리며 정확한 묘사가 돋보이는 삽화가로 인정받는다. 더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The Illustrated London News)에 정규직 삽화가로 취직한 그는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 가정을 이루지만 아내의 유방암 투병으로 주로 집에만 머무르는 시간을 보낸다.


그즈음 아기 고양이 피터와 만나며 피터를 스케치하고,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담은 그림을 그리며 이러한 작품들을 토대로 "고양이 화가"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11일 만에 그려낸 한 폭에 백오십여 마리의 고양이가 담긴 작품도 본 전시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엉이와 고양이의 만남의 순간과 같은 종을 넘어선 동물의 조우를 포함해 스포츠를 하는 강아지들 외에 자연스럽게 사람처럼 행동하는 동물들의 모습이 각 삽화에서 다양하게 표현된다.

 

 

 

고양이 애호가들의 영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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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는 이 나라의 고양이에 대한 경멸을 완전히 없애고, 노처녀들이나 관심을 가지고 키운다는 편견을 가정 내 반려동물로 영원히 바뀔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함께 가정을 일군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일생의 반려자를 잃은 슬픔을 루이스는 고양이 피터를 그리며 해소한다. 애도의 기간에 그려낸 고양이는 옷도 입고 사람의 행동거지를 하며 점점 사람과 닮아가고 그렇게 루이스의 그림은 고양이 의인화의 시초로 자리 잡는다.


당시 귀족들의 옷차림과 행동을 따라 하면서도 실제 그들보다 더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고양이 그림은 대중에게 호평을 얻으며 이후 루이스는 고양이 그림만 정기적으로 기고하게 된다.


따스한 핑크빛 벽지로 둘러싸인 전시장에는 고양이들이 작품 프레임 밖에서도 깜짝 등장한다. 또 다른 자신들을 바라보면서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또 졸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지루해하는 것 같기도 한 고양이들. 프레임 안에서도 밖에서도 꾸밈없이 드러나는 진솔함은 다시금 고양이라는 생명체가 가진 사랑스러움을 증폭시킨다.

 

 

 

더 다양하고 즐거운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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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심한 구순구개열로 친구들을 많이 사귀지 못한 루이스는 조용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친구들과 학교에서 어울리는 시간보다 동물, 식물을 더 탐구했던 기억은 그가 이를 더 섬세하게 바라보고 그림으로 그려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미술을 넘어 음악과 스포츠 활동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이 또한 그림 속 고양이들을 통해 자유로이 펼쳤다.


골프와 테니스, 악기를 다루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행복하며 활기차 보인다. 따스한 색깔로 그려진 고양이들의 모습은 루이스가 자신의 꿈을 현실로 담아내고자 한 결과물일 것이다.


대중적으로 성공했지만, 사람을 쉽게 믿는 성품을 지녀서였을까. 당시 루이스의 부채는 더욱 늘어만 가고, 가족과 피터를 잃고 일에 집중하던 즈음 그는 마음의 병을 얻어 정신병동에 입원한다. 이 시기에 그는 이전과는 다르게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고양이 그림과 풍경화를 그린다. 전과는 다른 화풍에 사람들은 그가 조현병에 걸렸다고 여기기도 했지만, 실은 태피스트리와 직물 디자이너였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작품에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사랑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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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의 그림은 대부분 작은 캔버스 속에 한 마리, 또는 복수의 고양이들이 사람이 하는 행동을, 모습을 보이며 화려하지 않지만 소중한 일상을 살아가는 장면을 주제로 하고 있다. 밝은 순간보다 어두운 면이 더 많은 듯한 삶을 살던 그는, 평온하고 즐거움이 이어지는 고양이의 세상을 어떤 마음으로 화폭에 담아냈을까.

 

"사랑한다는 것은 큰 힘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이죠." 전시장을 거닐던 중 언젠가 지인이 해준 말이 떠오른다.


색과 빛을 잃은 듯한 현실에서도 특정 대상을 향한 애정을 화폭에 그려낸 루이스의 그림은 오늘날의 관객들에게도 따스함과 사랑의 힘을 전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그가 표현하고자 한 사랑의 모습을 잠시나마 마음 한 켠에 담는다. 우리의 모습을 하고 우리의 표정을 짓는, 더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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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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