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난 나약한걸, 근데 그게 뭐 어때서? - AJR: Weak [음악]

글 입력 2022.06.1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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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아닌 이상 주로 팝송을 듣는다. 모국어가 한국어다 보니, 한국어로는 듣기에 오그라드는 가사도 영어로 들으면 조금 덜 오그라든다고 해야 하나. 사실 노래를 들을 때 가사보다는 멜로디에 집중하는 타입이라 가사가 노래의 선호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그래도 팝송을 찾게 된다.

 

1년 반 정도 지난 일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유튜브 뮤직이 추천해주는 음악을 랜덤으로 듣고 있었는데, 처음 듣는 매력적인 보컬과 멜로디가 귀를 사로잡은 적이 있다. 미국에서 결성된 밴드 “AJR”의 “Bang!”이라는 곡이었다. 알고 보니 애플의 광고 음악으로도 사용된 적이 있는 노래였더라. 애플 광고는 감각적인 노래를 잘 쓰기로 유명하기에, 내 귀가 막귀는 아니구나 속으로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AJR의 노래에 폭 빠져버렸다. 밴드를 구성하는 삼 형제를 향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오로지 그들이 만들어내는 노래가 좋았다. 그만큼 거의 모든 노래가 내 취향이었다. 적당히 흥을 돋우면서도 귀가 울릴 정도로 과도하게 시끄럽진 않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멜로디면서도 듣기에 거북하지 않은 노래들이었다.

 

그러던 와중, 가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던 나조차도 가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AJR의 노래를 발견했다. 2017년에 발매된 “Weak”이라는 곡이다. 넘쳐나는 사랑 노래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노래했다는 점도 크게 와닿는다.

 

 

 

  

One sip, bad for me (또 한 잔, 나쁘지)

One hit, bad for me (또 한 개비, 나쁘지)

One Kiss, bad for me (또 한 번의 키스, 나쁘지만)

But I give in so easily (난 유혹에 너무 쉽게 넘어가)

And no thank you is how it should’ve gone (“아냐 됐어”라 말해야 하지만)

I should stay strong (나 끝까지 강했어야 하지만)

 

But I’m weak, and what’s wrong with that? (난 나약한걸, 근데 그게 뭐 어때서?)

Boy, oh boy I love it when I fall for that (그렇게 유혹에 지는 내가 좋은걸)

I’m weak, and what’s wrong with that? (난 나약해,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

Boy, oh boy I love it when I fall for that (그렇게 유혹에 지는 내가 좋은걸)

I’m weak (난 나약해)

 

모두가 우리에게 강해지라 말한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버티고, 울고 싶은 순간을 견디는 자가 이기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술과 담배를 끊어내라고 말하고, 상처뿐인 사랑은 왜 다시 시작하냐며 나무란다. 끝없이 강해져야 하는 세상에 AJR의 노래 “Weak”은 반론을 제기한다. “좀 나약하면 뭐 어때.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

 

빠져들어 헤어 나오기 어려운 것이 뭐가 있을까. 술, 담배, 사랑이다. 모든 사람이 주의하라며 경고하는 것들이다. 세상이 경고하지만, 만약 끊임없이 강해져야 하는 각박한 이 세상에서 그것들이 나에게 작은 위안이 된다면, 그 유혹을 져버리지 못하는 나약한 나는 잘못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이 노래는 그런 유혹에 빠지는 것을 애써 거부하지 않는 나의 나약함이 좋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강해지려고만 하지 않았던가.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고, 울고 싶어질 때면 그런 순간을 견뎌내지 못하는 나약한 나를 탓하며 자신을 스스로 책망하지 않았던가. 그런 견디기 힘든 순간에서, 술 한 잔, 담배 한 모금, 잊고 있던 사랑이 작은 위안과 기쁨이 된다면 가끔은 그 유혹에 넘어가도 좋지 않을까? “I’m weak”이라고 외치는 가사 이후에 선전포고하듯 밴드 사운드가 터져 나오고, 덩달아 내 심장도 벅차오른다. “나약한 건 결코 나쁜 게 아니야!”라며 용기를 주는 듯한 소리가 쏟아진다.

 

유독 길었던 하루의 끝, 귀가하는 지하철에서 군중에 휩쓸려 덜컹거릴 때면 자연스럽게 이 노래를 찾아 귀가 허용하는 가장 큰 소리로 볼륨을 높인다. 가슴이 터질 듯한 소리에 생각을 훌훌 털어버리면 정말로 위로받는 듯한 홀가분함을 느낀다. 형용할 수 없는 답답함에 먹먹한 상태라면, 어디서도 찾지 못한 홀가분함을 느낄 수 있는 이 노래의 볼륨을 높여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스스로 되뇌이면 좋겠다. "나 좀 나약한데,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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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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