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CITY LIGHTS'에 소리를 더하다 - 찰리 채플린 라이브 콘서트 [공연]

Be brave Face life!
글 입력 2022.06.10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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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에 진한 눈두덩이, 꽉끼는 웃옷과 헐렁한 바지 그리고 모자. 이러한 트레이드를 가진 사람으로 누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가? 바로 찰리 채플린이다. 흔히 우리는 그를 슬랩스틱하는 웃긴 사람으로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그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지고 훌륭한 배우이자 감독이었다.

 

영국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는 연기자였던 부모를 따라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한다. 이후 1913년 미국 할리우드로 넘어가 영화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후로 그는 죽는 날까지 배우이자 감독으로 종횡무진하게 된다.

 

그가 영화계에서 활동하던 초창기 당시는 흑백의 무성영화 시대였다. 소리가 함께 나오지 않다 보니, 화면만으로도 모든 것이 전달 되어야 했다. 자막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몸을 크게 쓸 수밖에 없었고 표정도 더 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유성영화의 시대가 오지만, 그만의 익살스럽고 사회풍자적인 캐릭터는 영원했다.

 

이러한 그만의 익살스러운 캐릭터는 지금까지도 사랑받는다.

 

그가 이토록 오래 사랑 받는 데에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 담긴 철학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시각도 한 몫 한다. 그런 까닭에 지난 5월의 마지막 주말, 세종문화회관에서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시티 라이트>에 오케스트라 연주를 입힌 오리지널 라이브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었다.

 

 

OECD 37개국 중 우울증 1위, 자살률 1위, 행복지수 35위의 대한민국.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국민들의 우울감과 피로감이 극대화되고 있는 2022년 현재, 우리가 놓치고 있는 웃음, 눈물, 공감, 휴머니즘의 감성을 채우기 위한 예술 처방을 찰리 채플린 <시티 라이트>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본 공연의 기획 및 제작을 맡은 ㈜봄아트프로젝트 윤보미 대표는 “예술의 가치를 <시티 라이트>작품을 통해 전달하기 위해 지금 시점에 채플린을 소환했다. 찰리 채플린이 <시티 라이트>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한 본질적 메시지는 인간성 회복이다. 그리고 영화 내용이 그러하듯 인간성 회복은 우정과 사랑, 공감의 감정에 기인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부자-빈자, 장애인-비장애인 등 집단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구조에서 잠시 벗어나 상생과 화합의 필요성, 그리고 예술만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효용감을 제공하여 기획자로서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였다. 또한 그간 클래식 공연장에 오면 가질 수밖에 없었던 ‘박수는 언제 쳐야 하지’ ‘갑자기 기침이 나면 어쩌지’와 같은 걱정과 부담은 잠시 넣어두고 채플린과 함께 맘껏 울고 웃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은 없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인 <모던 타임즈>의 학창시절에 잠깐 본 것이 다였다. 또한 무성영화를 제대로 본 적도 없었다. 혹시나 지루해할까봐, 그것이 보기 전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였다. 그렇지만 새로운 시도이자 귀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기대감을 안고 극장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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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오케스트라가 가까이에 있어서 놀랐다. 본격적인 연주  전 연습 삼아 활을 켜고 트럼펫을 부는 소릴 들으니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틀림없이 좋은 시간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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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Export S.A.S.

 

 

영화의 줄거리다.

 

 
1931년 작품인 <시티 라이트>는 미국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가난한 방랑자(The Tramp)와 꽃 파는 시각장애인 여인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로맨스 영화이다. <시티 라이트>는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한편, 삶을 살아가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가 녹아 있어 갈등이 만연한 현대사회에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하는 가치를 제시한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슬랩스틱과 직접
 작곡한 영화음악을 사용하여 웃음으로 풀어낸 만큼 그의 천재적인 면모가 펼쳐지는 걸작으로 평가된다. 특히, 찰리 채플린은 영화 내의 모든 사운드를 배제하고 오직 음악만으로 인물의 움직임을 강조함으로써 캐릭터의 생동감을 극대화하였다. 그는 긴박하거나 역동적인 장면에서 타악기를 활용하여 서스펜스를 유발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표현할 때는 현악기를 활용하였다. <시티 라이트>가 무성영화임에도 음악의 중요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극찬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성영화가 사라져가는 시점이었으나 역설적이게도 찰리 채플린은 이 영화로 무성영화의 정점을 찍게 된다. 이유는 이해하기 쉬운 캐릭터와 연기로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작품 중 최초로 사운드 트랙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인물의 움직임은 현악기, 고조되는 느낌은 타악기로 대체하여 표현하였는데 극에 나오는 모든 곡들을 직접 작곡했다고 한다. 이런 점들을 알고 공연을 보기 시작하니 한층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흑과 백의 단순한 색감, 우스꽝스러운 표정 연기, 오케스트라의 연주의 합은 가히 최고였다. 한 시간 반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만큼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복잡해서 머리 아픈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미국 대공황을 배경으로 빈부격차와 순수한 사랑에 대해 명확한 주제를 적당한 은유와 풍자로 관객에게 이야기 해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연주가 라이브가 아니였어도 감동적이었을 수 있겠지만 조금 지루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인해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었고, 감동받을 수 있었다. 바삐 연주하는 연주자들과 이를 총괄하는 지휘자들은 영화를 얼마나 봤기에 제 타이밍에 이렇게 완벽한 연주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에 더욱 감동했던 것 같다. 오케스트라다 보니 소리의 풍성함은 최고 수준이였다. 개인적으로 바순이나 클라리넷 같은 목관악기를 좋아하는데, 공연에서 많이 들을 수 있어서 기뻤던 시간이기도 했다.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Tomorrow, the birds will sing. Be brave. Face life!"

 

 

"그래, 내일도 새들이 노래할 거야. 그러니까 용감해져, 너의 인생을 살아!"라는 말을 듣는데, 괜히 왈칵했다. 영화 초반 억만장자 친구가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인데,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잠시 했던 것 같다.

 

울림이 있는 1시간 반이었다. 낭만과 행복과 위로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조용한 영화와 아름다운 선율이 선사해준 특별한 하루 덕에, 당분간 새들의 노래 소리를 기대하며 매일 밤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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