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이란 무엇인가 - 반쪽의 이야기 [영화]

사랑은 엉망진창에 끔찍하고 이기적이고... 대담한 것이다
글 입력 2022.06.0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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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드윅>을 봤을 때 가장 와닿은 노래는 플라톤의 '향연'을 바탕으로 하는 'the Origin of Love'였다. 고대 그리스인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네 개의 팔과 다리, 하나의 머리에 두 얼굴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다 신들이 인간을 반으로 쪼개어 결국 평생 인간은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되는데, 이 여정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그 반쪽을 마주하게 되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영화 <반쪽의 이야기>의 '반쪽'이 바로 위 문단의 '반쪽'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영화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얼핏 나머지 이야기가 그 반쪽을 찾아 헤매는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철저히 장르의 문법을 지키다가도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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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골 '스쿼하미시'에 사는 고등학생 엘리 추는 다른 학생들의 에세이 숙제를 대필하면서 돈을 번다. 어느 날 학교 풋볼팀의 선수인 폴 먼스키가 러브레터 대필을 부탁한다. 상대는 학교에서 가장 예쁘기로 유명한 애스터 플로레스. 엘리는 폴의 제안을 거절하려 하지만, 때마침 급전이 필요했기 때문에 편지 하나당 50달러를 조건으로 편지를 쓰게 된다.

 

엘리는 폴의 처참한 러브레터 초안에 절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 역시 어떻게 러브레터를 쓸지 감을 못 잡아 골머리를 앓는다. 일단 아버지와 함께 보던 빔 벤더스의 영화의 대사를 적어 편지를 보내는데, 의외로 애스터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다.


엘리는 폴의 이름으로 편지 그리고 문자를 주고받으며 애스터와 함께 철학적이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다. 폴과도 애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막역한 사이가 된다. 폴이 실제로 애스터와 데이트하고 친해지면서, 폴의 곁에 있는 엘리 역시 애스터와 직접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 애스터는 항상 남자 이야기를 하는 다른 친구들과 엘리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서로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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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은 엘리를 좋아하게 되지만, 엘리는 애스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세 사람이 모두 다니는 성당에서 동네에서 알아주는 부자인 애스터의 남자친구 트리그가 공개청혼을 하고, 애스터는 그것을 집안에서 원하고 있기 때문에 승낙하려고 한다. 그때 엘리가 자리를 박차고 자신이 생각한 사랑에 대해 크게 이야기한다.

 

그를 폴이 거들고, 곧 애스터는 자신에게 계속 편지와 문자를 보냈던 것이 폴이 아닌 엘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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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인물, 편지, 대필이라는 소재를 다룬 이야기에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클리셰를 영화는 단순히 답습하지 않고 비튼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전형적인 사랑의 결실로 이야기되는 '사귄다'는 형태를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엘리, 폴, 그리고 애스터 모두의 성장과 깨달음을 그려내는 것이다.

 

엘리는 가정사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지만 자신이 가고 싶었던 대학교에 진학하고, 폴은 자신의 가업에 열정을 쏟는다. 애스터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집안에서 원하는 대로 트리그와 결혼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꾸준히 염원하던 미술을 하기 위해 앞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는다.


누구 하나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이 영화가 성장 이야기일 뿐 사랑 이야기는 아닌 것일까? 나는 이게 사랑 이야기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영화 내내 엘리는 자신의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보여주었다.

 

이는 세 인물 모두 마찬가지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결코 이는 그리스인들의 생각처럼 만난 순간 자신의 반쪽인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는 사랑은 아니다. 영화에서 보여준 사랑은 바로 노력하는 사랑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반쪽이 아니라, 그 반쪽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랑.

 

거창하게 플라톤의 뭐시기를 들여다 볼 것도 없이, 단순히 서로를 자꾸 떠올리는 것. 그래서 마음이 엉망진창이 되곤 하지만 결국 다시 그 마음을 그 사람에게 기울이게 되는 것. 계속 노력하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의 시작이고 기원이지 않을까.


 

"Love is messy and horrible and selfish... and bold."

"사랑은 엉망진창에 끔찍하고 이기적이고... 대담한 것이다"

 

- Elley Chu 엘리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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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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