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세계를 한 뼘 더 깊고 단단하게 쌓아가는 방법 - 오늘도 자람 [도서]

글 입력 2022.05.2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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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자람>의 저자 이자람을 어떻게 간단히 설명할 수 있을까? 공연예술가, 소리꾼, 뮤지션, 음악감독, 배우, 작창가, 작가⋯. 이름 앞에 어떤 포지션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웬만한 건 다 잘해서 주변 사람들이 ‘이잘함’이라고 부를 정도라 하니, 한두 개의 직업으로 그녀를 표현해보려는 시도는 잠시 접어두는 게 좋겠다. 그 대신 첫 에세이를 통해 그녀가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한 ‘인간 이자람’에게 온전히 주목해본다.


매일의 연습부터 한끼 밥상을 잘 차려 먹는 일까지, 이 책에는 그녀가 한 뼘씩 자라나기 위해 행하는 일상의 노력과 생각들이 담겨 있다. 또한 그녀는 그동안의 인생에서 느낀 다양한 깨달음들을 진솔한 말투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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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때부터 「내 이름(예솔아!)」라는 히트곡으로 이름을 알리고, 몇십 년 동안 판소리 기술을 갈고 닦아왔으며, 작창(作唱)도 하고 록밴드를 이끌기도 하는 소리꾼 이자람.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너무 많은 재능을 가지고 특별한 예술인의 길을 걷는 그녀의 이야기에 깊게 공감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없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나는 곧 그녀의 꾸밈 없는 이야기들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었고, 그녀가 과거에 느꼈을 감정들에 나도 모르게 공감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와 다르게 어린 시절부터 TV에서 얼굴을 알린 연예인이 아니고, 커다란 국내외 극장에서 공연해본 적도 없으며, 몇 년 동안 소중한 가르침을 주던 스승을 보내드려야 했던 적도, 한 가지 기술이나 능력을 갈고닦기 위해 매일같이 노력하는 것이 인생의 습관이 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이토록 그녀와 다른 성장 환경 속에서 다른 경험을 쌓으며 살아온 나에게, 그녀의 이야기가 마치 가까운 친구의 이야기처럼 다가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소리와 언어로 이야기를 실감 나게 전달하는 데 능한 훌륭한 이야기꾼이라서? 그것도 맞다.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롭고 독특한 표현이 많았고, 스토리텔링의 방식이 굉장히 유려하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그녀의 진솔함과 솔직담백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뻔하거나 화려한 말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겪으며 몸으로 깨친 삶의 이치와 교훈이 솔직하게 담겨있다. 한 챕터씩 읽을 때마다 그녀가 자신의 일과 인생에 대해 굉장히 깊은 사유를 하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고, 그렇기에 전달하는 이야기도 깊이 있었다.


너무 훌륭한 사람임에도 거만하게 화려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 대해 털어놓음으로써 조심스레 생각을 공유하고자 하는 점도 인상 깊었다. 책에 담긴 솔직한 이야기에 나도 독자로서 마음을 열고, 내 과거와 현재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가진 경험과 기억의 종류가 다르더라도 나만이 가진 경험 속에서 연결고리를 찾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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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면 나 역시 그녀처럼 ‘남들이 보는 나’, ‘내가 원하는 나’, ‘진짜 나’ 사이에서 갈등했던 적이 있다.

 

나 역시 극장을 사랑하며,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공연을 많은 관객들과 나누길 원하고, 종종 예술의 사명감에 대해 고민한다. 혼나거나 미움받는 것이 두려워서 배움의 길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거나,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때도 있다.

 

그녀가 슬픈 이별을 겪었을 때와 같이 나도 크나큰 슬픔 앞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해보았고, 내게 비극의 굴레를 씌우지 않고 싶었다. 또한, 무언가를 위해 몸과 마음까지 해치고 싶지 않아서 나의 한계치와 소멸점을 예민하게 살피며 살아가고 있다.


나에게 그런 감정과 경험이 머물렀다는 사실은 현실의 일상 속에서 쉽게 잊은 채 살게 된다. 그러나 <오늘도 자람>을 읽으며 나의 세계를 더 깊고 단단하게 쌓아가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게 되었다.

 

이자람은 분명 특별하고 강인한 사람이지만, 그런 면모를 뽐내기보다 매일 한 뼘씩 자라온 과정과 노력을 담담히 적어내는 모습에서 겸손함 역시 배우고 싶었다. 나는 이전에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고, 따로 음악을 들어보거나 다른 정보를 알고 있지는 않았는데 책 한 권만으로도 이런 공감과 유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솜씨가 놀라웠다.


책을 덮자 맨 뒷면에 소설가 김애란의 추천사가 적혀있었다. 나는 아직 이자람의 공연을 본 적은 없지만, 이 리뷰를 읽는 이들에게 <오늘도 자람> 도서를 추천하고 싶은 나의 마음과 비슷한 부분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덧붙여, 조만간 나에게도 이자람의 무대를 볼 기회가 있기를!


 

혹 그를 접할 기회가 없던 분들이 계시다면 진지하게 청하고 싶다. 그의 무대를 보시라고. 여기 그의 몸이 길어낸 말을 보시라고. 우리에게는 이런 창작자가 있다고. 귀한 일이라고 말이다.

 

- 김애란(소설가) 추천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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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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