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머와 공포 사이 팀 버튼만의 축제 - 팀 버튼 특별전

글 입력 2022.05.2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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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심을 부르는 괴물들



'팀 버튼스럽다.', ~스럽다는 말이 널리 쓰이려면 정말 독보적인 색깔이 필요하다. 팀 버튼 감독은 이에 아주 적합한 아티스트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감독이 누구인지 예상이 간다. 그만큼 독창적인 그만의 색깔과 묘한 분위기는 참으로 팀 버튼스럽다.

 

이번 특별전에서 그의 초기 스케치부터,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작품들까지, 그의 활약을 볼 수 있다. 더불어 그가 어떻게 자신만의 색깔과 세계관을 구성해왔는지도 알 수 있다. 단편 영화도 두 편이나 시청할 수 있고, 곳곳에 아주 짧은 단편들도 알차게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DDP라는 공간을 정말 잘 활용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DDP' 그 자체의 건축물과도 참 잘 어울렸다. 그렇게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작품에서 유독 빛이 나는 주인공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괴물'들이다.

 

그는 괴물들이 사람들보다 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졌다고 표현했으며, 자신의 악몽 속에 나오던 괴물들이 영감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그의 작품에서 괴물은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괴물은 사전적인 정의로 괴상하게 생긴 물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평소에 '아름답다.'라고 표현하지 않았던 존재들이다.

 

팀 버튼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늘 괴물들이며, 그 괴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공포'를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동정심'이 드는 건 피할 수가 없다. 우리는 왜 괴물들을 보고 동정심을 느끼게 된 것일까? 그의 작품 속 괴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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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은 다수보다는 소수에 속하며, 외형이 괴상하게 생겼고, 그러한 외형으로 인해 배척당한다. 그렇다면, 괴물이 뜻하는 바가 정말 말 그대로 괴상하게 생긴 물체일까?

 

괴물인 그들이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기점으로 생각해 보자.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반드시 결핍이 있어야 한다. 그 이야기를 즐기는 관객들은 결핍이 있는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된다. 즉, 괴물인 그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결핍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결핍으로 인해, 팀 버튼이 표현하는 괴물은 소수이고, 평범한 외형이 아니며, 늘 고독하다. 그래서 우리들은 괴물을 보고도 동정심이 먼저 들게 되는 것이다.

 

영화 <가위손>의 주인공 에드워드를 떠올려보자, 그는 분명 괴물이다. 손은 가위로 되어 있고, 그 마을에서 홀로이며, 다르다는 이유로 경계의 대상이다. 이렇게 에드워드는 자신의 결핍되어 있는 부분 때문에 괴물이라고 불린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에드워드가 행복하길 바란다.

 

이처럼 팀 버튼 작품 속 괴물들은 괴물로 표현되었을 뿐, 사회적인 소수자들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또는 외형으로 인해 오해받는 사람들이 될 수도 있겠다. 팀 버튼의 작품 속 괴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유독 따뜻한 것은 그가 괴물들에게 투영하고 있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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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은 늘 무언가를 내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공허하게 늘어져 있다가 한편으로 가득 차 떠다니는 것을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아름다우면서도 비극적이며 슬프다가도 활기차고

행복한 무언가가 동시에 존재했다.


- 벌룬 보이

 

 

 

유머와 공포 사이, 카니발레스크



팀 버튼의 작품에서 가장 상징적인 테마인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는 유머와 공포의 조화, 오싹한 즐거움, 그리고 그러한 조화를 통해서 질서를 전복시키고, 해방감을 선사하는 문화 양식이다.

 

그의 작품 속 섬뜩함과 동시에 함께인 것은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단순히 호러가 아닌, 우스꽝스러운 것과의 조화를 통해 그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었고, 이는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세계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벌룬 보이>와 관련해 적혀 있는 글을 보면서, 그가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 때, 어떠한 생각을 했을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바람이 빠진 풍선의 공허함과 가득 찬 바람으로 인해 훨훨 날아오르는 풍선의 활기참, 공존하기 어려운 개념들이 팀 버튼의 손에서는 공존하였고, 그렇게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했다.

 

마치 예상하지 못했던 축제(Carnival)처럼 말이다. 이렇게 탄생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섬뜩한 캐릭터들은 팀 버튼 특유의 묘한 감성을 표현하기에 충분했고, 그는 본능적인 공포를 건드리면서도 웃음을 놓치지 않았다.


전시에 오기 전, 팀 버튼의 인터뷰를 짧게 보았을 때, 그가 말했다. 이번 전시가 영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가 보여준 상반된 감정의 혼합은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겁 없이 섞을 수 있는 영감을 주는 듯했다. 그리고 어릴 적, 그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어릴 적에는 '참 괴기스럽다'라고 느꼈던 것들을 다시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표현하지'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동일한 풍선을 표현해도, 다른 작품들과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그의 창의력을 보며, 또 한 번 겁 없이 상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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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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