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팀 버튼 특별展 : The World of Tim burton

팀 버튼, 나에게는 추억인
글 입력 2022.05.2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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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서울에서 다시 열리는 2022<팀 버튼 특별전 The Worldof Tim Burton>은 최근 50년에 걸쳐 발전된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한 팀 버튼의 예술 세계를 10개 주제로 구분하여 회화, 드로잉, 사진,영상,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하였다.
 

이번 전시는 다른 전시에서 선보인 적 없는 팀 버튼의 신작들이 대거 포함됐으며, 이전 전시와는 다른 전시가 될 수 있도록 실감형 멀티미디어 콘텐츠부터 8.5미터 규모의 대형 조형물까지 팀 버튼의 예술 세계가 진화한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나에겐 팀 버튼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있다. 우리는 청소년기에 팀 버튼에 감성을 좋아했고 그중 유난히도 크리스마스 악몽의 잭을 좋아했다. 팀 버튼의 영화를 같이 보기도 했고 관련 굿즈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10년 전 팀 버튼 전이 열렸을 때, 굉장한 인기와 저마다의 사정으로 전시를 같이 관람하지 못했다. 그땐 이미 팀 버튼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예전 같지 않았고 들려오는 대기시간에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먼저 다녀온 친구가 가보라고 해서 어느 날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대신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평일 애매한 시간대였는데도 한참을 대기했고 사람들 틈바구니에 속에서 줄 서서 작품을 관람했다. 그리고 해외에 있는 친구를 생각하며 엽서 한 장을 사는 것으로 관람을 마무리했다.


이번에는 모두가 같은 날 같이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 대기가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에 점심 이전에 관람하기로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11시가 되기 전인 이른 시간에는 대기표를 쓸 정도로 사람이 붐비지는 않았다. 물론 입장하자마자 전시장 가득한 사람들을 보고 이리저리 동선을 바꿔가며 겨우 첫 섹션을 볼 수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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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입장한 순간부터 팀 버튼이었다. 어느 전시가 이렇게 강렬하면서도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내보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팀 버튼이 묻어있었다. 어둡고 화려한 입구를 지나면 그저 하얀 전시 공간이 나온다. 그곳에서 팀 버튼이 영향을 받은 것들과 초기작, 그리고 인체 드로잉을 보다가 시선을 돌리면 빨갛고 화려한 두 번째 전시 공간이 나온다. 조용한 시골 마을의 지루한 일상을 달래주는 연말의 축제. 홀리데이의 붉은 색이 팀 버튼과 어우러져 한층 더 화려해졌다. 그러면서도 지극히 겨울이고 크리스마스라서 섹션 주제에 맞게 분위기를 완전히 탈바꿈하였다. 전혀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서 특별함이 묻어있는 연말 분위기의 팀 버튼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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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번 전시에서 만족했던 것은 팀 버튼스러운 공간연출이었다.

 

요란하고 자극적이면서 기괴한 서커스장 내부 같은 전시장, 작품관람 가이드라인을 대신한 얼기설기 엮은 듯한 울타리와 조형물을 한층 그로테스크하게 만드는 그림자 연출 그리고 해적 테마에 맞춰 구분된 공간에서 물속에 들어온 것 같았던 파란 조명.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작품 하나하나 꼼꼼하게 감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팀 버튼스러운 공간으로 들어가서 팀 버튼의 감성 한 가운데 있을 수 있다는 게 관람객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이전 섹션에서 빠져나와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는데도 도움을 주었고, 해당 섹션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가늘고 길쭉하고 뾰족뾰족한 팀 버튼 특유의 그림체가 전시 공간에서도 잘 느껴진다는 감상을 받았다.

 

*


이번 전시에는 영상 작품이 많았는데 ‘빈센트’와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은 별도의 상영 공간을 만들어서 벽면에 전시된 영상과 달리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었다. 빈센트는 10년 전 전시에서도 봤는데 그때는 에드거 앨런 포의 책을 읽었던 때라 작품의 분위기와 감성에 빠져들었다면 이제는 취향이 달라져서 팀 버튼의 연출에 중점을 두고 볼 수 있었다. 굴 소년을 관람하기 전에 친구가 책으로 읽었었다며 내용이 굉장히 우울하다고 했는데 영상도 역시나 음울했다. 보고 나오면서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아이들이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때 그 주변에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관람객은 없었다.


이번 팀 버튼 특별전을 통틀어 가장 낯설고 인상 깊었던 건 ‘헨젤과 그레텔’이었다. 러닝타임 35분에 달하는 영화가 전시장 중간쯤에서 조금은 뜬금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팀 버튼과 헨젤과 그레텔의 조합을 아시아계 배우로 그려내서 팀 버튼이 이런 걸 했었다고? 그런데 모르고 있었다고? 하면서 색다름에 빠져 색다른 걸 기대하며 한동안 그 앞에 서 있었다.

 

 


 

 

일본에서 제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일본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헨젤과 그레텔 두 역할은 한국계 미국 배우들이 맡았다. 임팩트가 큰 계모 역할에 가부키 같은 스타일을 차용한 데다 일본계 남자배우가 연기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일본스럽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팀 버튼이 이 시기에 일본 스타일에 빠져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헨젤의 복장은 반바지에 멜빵 그리고 줄무늬 양말이었고 그레텔의 복장은 하늘색과 분홍색 조합에 리본과 커다란 칼라 그리고 잔뜩 부풀린 치마였는데 이 부분이 동화적이면서 팀 버튼답지 않다고 느껴졌다.


헨젤과 그레텔의 클라이맥스는 과자 집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의 과자 집은 팀 버튼의 절정이기도 했다. 달리 말해서 동화적인, 예상 가능한 과자 집은 없고 그다지 맛있어보이지도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 어린 배우들을 위해 조금 더 예쁘거나 맛있어 보일 수는 없었을까 생각했지만 그러면 팀 버튼의 헨젤과 그레텔이 될 수 없으니 납득했다. 그리고 발길을 돌려 다음 작품으로 향했다.


저예산임이 분명한 세트와 자연스럽지 않은 장면 전환에 배우들이 애썼다는 감상이 이따금 끼어들었는데 그런데도 팀 버튼의 색깔이 확실하게 보여서 역시 팀 버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타이밍이 잘 맞아서 발단부터 위기~절정까지 볼 수 있었는데 조금만 보고 지나쳤다면, 그 부분이 이 영화의 어디인가에 따라 감상이 달라질 것 같아서 꼭 전체를 봤으면 좋겠다.

 

*

 

오해받는 낙오자’ 섹션에는 많이들 알고 있는 유명 작품들이 있었고 ‘영화 속 주인공’ 섹션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섞여 있었는데 두 섹션 다 팀 버튼의 작품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고 조형물들과 영상까지 골고루 있어서 드로잉과 스토리보드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팀 버튼의 유명세와 작품의 유명세 그리고 탁월한 전시 구성으로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임에도 오랜 시간 작품 앞에 서 있게 만들었다. 전시 중반부에 유명한 것을 배치해두어서 섹션이 많이 나뉘어 있음에도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들었다. 다만 중반부까지 관람객이 많이 몰려 정체를 빚기 때문에 초반에 집중과 체력을 쏟으면 후반부에 지치게 되는 약간의 단점이 있었다.


10년 전의 나는 냅킨 낙서를 아주 유심히 보다 못해 까먹고 싶지 않아서 메모를 했지만 올해의 나는 후반부 가서 급격히 체력을 잃은 탓에 작은 냅킨 하나하나에 쏟을 기력을 남기지 못하고 슬렁슬렁 보고 지나쳤다. 올해도 리틀 데드 라이딩 후드가 있었는지, 남녀를 함께 관통한 큐피드 화살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나처럼 올해의 누군가에게 굉장한 인상을 남긴 낙서가 있었겠단 생각부터 드는 건 아무래도 팀 버튼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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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곳곳에 우리의 중2 감성이 묻어있어서 전시가 끝나고 밥 먹으면서 친구들에게 이 전시가 우리 중학생 때 열렸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고 물어봤는데 그러기엔 그때의 우리에겐 너무 우울한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시절의 감성을 가지고는 볼 수 없었고 달라진 취향과 과거의 추억을 겹쳐 봤더니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이번 팀 버튼 전시는 미래의 나에게 추억을 담은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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