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괴한 괴물의 동의어는 환상과 순수함이다. - 팀 버튼 특별전

괴물들은 주위 인간보다 훨씬 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
글 입력 2022.05.2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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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팀 버튼의 작품을 인식했을 때가 기억난다. 소년 시절의 나는 사춘기가 빨리 왔었고, 특별해지기를 바랐으며, 그 특별함의 방법으로 기괴함을 사랑하는 것을 선택했었다. 지금은 떠올리기도 싫은 흑역사지만 어찌 되었던지 그랬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내 근처에는 연상의, 나와 비슷하게 기괴함을 사랑하고자 했던 다른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팀 버튼의 작품을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유독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사랑했으며, 그중에서도 < This is Halloween >을 사랑했다.

 

그 소년이 팀 버튼을 언급한 날 나는 너무 어린 시절에 봐서 잊고 있었던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다시 보았고, 작품 속 음산함과 스산함이 어딘가 근사하다는 생각에 그 소년처럼 < This is Halloween >을 사랑하는 척을 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 일부러 어두컴컴한 것을 사랑하는 척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촌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팀 버튼을 내 돌이킬 수 없는 촌스러움과 함께 기억 속에 묻어두기로 했다.


그래, 이런 과정 속에서 내가 팀 버튼의 작품 속 그 기괴함과 음산함을 내 과거와 함께 촌스러움으로 치부하게 된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변명한다. 10살 언저리의 소년은 어느새 자라서 20대 중반을 앞두고 있지만, 팀 버튼의 작품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는 촌스러운 것으로 생각되고 있었다.

 

그의 작품이 성공한 이유는 어쩌면 모든 사춘기 소년들의 바이블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도 고백한다. 가끔 나는 나 스스로가 이토록 생각이 짧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는데, 지금이 딱 그 상황이다.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다. 그럼에도 솔직한 내 마음을 고백하자면, 이렇듯 나에게 팀 버튼의 작품은 강인함과 특별함을 과시하는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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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각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팀 버튼 특별전>을 보기 직전까지도 바뀌지 않고 있었다. 그 말은 즉, <팀 버튼 특별전>을 본 이후 지금까지 묻어왔던 팀 버튼의 작품과 그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말도 된다. 내가 <팀 버튼 특별전>을 관람하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개의 이유가 있다.


첫 번째, 팀 버튼의 작품은 그 누구보다도 동심을 품고 있다. 때로는 무조건 긍정적이고, 밝으며, 희망찬 것만이 동심은 아니라는 사실을 팀 버튼 특별전을 관람하며 깨달았다. <팀 버튼 특별전>을 관람하며 나는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설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신나게 놀 수 있다는 기분에서 오는 감정이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감정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이 감정이 동심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크게 놀랐다. 그의 작품은 과거 내 기억처럼 음산하고 독특했지만, 그와 동시에 환상적이고 몽환적이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모든 유년 시절에는 괴물들이 함께 했다. 모든 불이 꺼진 한밤중의 거실,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갔다가 집안을 감싼 어두움에 덜컥 겁을 먹어 두려움에 떨며 방으로 뛰어가던 때, 내 머릿속에는 괴물이 함께 있었다. 잠에 들지 못해 뒤척이며 눈을 감고 있다가, 자는 사이 손톱과 발톱이 이불 밖으로 다 보이면 나를 데려간다는 이상한 괴담이 떠올라 이불 속에 굳이 손톱과 발톱을 다 숨기던 때에는 내 머릿속에는 유령이 함께 하고 있었다.

 

한밤중 침대 밑에도, 눈을 감고 머리를 감을 때에도, 아무도 없는 텅텅 빈 초등학교 교실에 혼자 남겨졌을 때에도, 생각해 보면 수많은 순간 속에서 나는 괴물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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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괴물들은 소년의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서운 동시에 환상적이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자신도 모르게 애를 써서 상상했으니까. 그 누구보다도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던 시절의 창의력으로 만들어진 존재들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눈을 세개이고, 발은 다섯 개고, 분명 이빨은 날카롭고, 눈동자는 붉겠지. 목소리는 어떻고, 걸음걸이는 어떻겠지. 그런 귀신이 있더래. 그런 괴물이 있더래. 반에서 삼삼오오 모여 속닥거리던 괴담을 이야기할 때 아이들의 얼굴에는 마냥 두려움만 서린 것이 아닌, 묘한 웃음과 흥미, 그리고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 즐거움 속에서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만든 존재가 어떻게 환상적이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러나 현실을 마주하며 그렇게까지 창의적일 일이 별로 없어진 지금, 과거 그토록 상상하며 즐거워하던 괴물들을 내 눈앞에서 실제로 마주한 순간 나는 심장이 뛰고 설레는 것이 느껴졌다. 팀 버튼의 작품 속 괴물들의 모습들이 실제로 구현된 곳에서 마치 나는 정말 팀 버튼의 작품 속에 뛰어들어온 것처럼, 이리저리 둘러보며 검지로 전시를 가리키고 신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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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팀 버튼이 이야기하는 괴물은 두려운 대상이 아닌 '두려워지는 대상'이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헉' 하고 숨을 삼켜야만 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괴물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항상 괴물이 좋았고, 괴물 영화를 정말 즐겨봤다.

한 번도 그들이 무섭다고 느낀 적이 없다.

보통 아이들은 동화 속 예쁜 그림을 더 좋아하지만,

난 사람들이 괴물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괴물들은 주위 인간보다 훨씬 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전시장에서 마주했을 때 그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탄생시킨 괴물들은 모두 약자였다. 힘없고, 어린아이만큼이나 순수하다. 다만 그들이 인간과 다른 점은 단 하나, 외모일 뿐이었다.

 

굴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두려운 존재로 치부되었지만, 결국에는 정력을 위해 먹혀야만 했던 굴소년의 이야기도, 쓰레기통으로 오인받아 머릿속이 전부 쓰레기로 차버린 로봇 소년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잘못하지도, 잘못되지도 않았다. 다만 그들은 인간의 입장에서 괴물이었을 뿐이었다.


결국 팀 버튼이 이 괴물들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나는 이곳에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환상적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주지만, 그럼에도 결국에는 손가락질 당하는 것들. 잘못한 것이라고는 존재하는 것밖에 없었던 것들의 이야기가 팀 버튼의 손에서 탄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어쩌면 사춘기의 소년들이 팀 버튼을 사랑하는 데에는 이런 면모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누구보다 질풍노도의 시기, 주변 모든 것들이 나를 괴롭히는 것처럼 느껴지던 시절,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을까 생각하다보면 그 끝이 팀 버튼의 작품 속 존재들과 맞닿아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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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팀 버튼 특별전>에는 정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 틈에 치이며 진땀을 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버튼 특별전>을 다녀온 것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아마 그곳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팀 버튼의 작품을 나의 과거와 함께 애써 외면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팀 버튼 특별전>에 갔다는 사실에 의문을 띄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팀 버튼의 작품의 가치를 내 안에서 풀어냈다. 그리고 과연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다른 이들은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는지 궁금해한다. '어째서 팀 버튼의 작품을 좋아하나요?'라는 같은 질문에서도 다른 의미가 담기게 되었다.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작품 배치, 그리고 사람을 한순간 환상 속으로 끌어당긴 전시 공간의 디자인까지, 무엇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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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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