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 연극 돌아온다

막걸리 한 잔에 그리움을 삼켜본다
글 입력 2022.05.2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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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돌아온다>는 허름하고 작은 '돌아온다'라는 식당을 배경으로 욕쟁이 할머니,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여교사, 집 나간 아내를 기다리는 청년, 작은 절의 주지스님 등의 사연을 통해 가족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향수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
 
식당 한켠에 걸린 문구가 손님들의 눈길과 발길을 이끈다. 설마 그러겠어,라는 마음도 없지 않지만 막걸리 한 잔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본다. 꼭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강렬한 소망으로 오늘도 ‘돌아온다’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 그리운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각자 지닌 사연은 다양하다.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여선생님, 집 나간 아내를 기다리는 청년, 욕쟁이 할머니 등 이들은 거의 매일 식당을 방문해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간다. 비록 기다리고 있는 대상은 다를지라도, 각자 속 깊은 사연을 토해내기도 하며 서로에게 의지해 본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일은 사실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꼭 돌아온다는 희망과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절망이 뒤섞여 덩어리진 감정이 켜켜이 쌓인다. 사실 그럼에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때로는 오늘 하루도 힘을 내어 다시금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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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우리는 주로 무엇을, 누구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가. 연극을 본 후 나도 그리운 대상을 떠올렸다.
 
나는 주로 사람보다는 시절을 그리워하는 편이다. 그때 그 시절은 절대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내가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 내가 마주한 풍경, 만났던 사람들 모두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은 욕심이 그리운 마음을 더욱 확장한다.
 
사실 그리워한다는 것은 기다린다는 것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그리워한다는 건 돌아오지 않을 걸 잘 알기에 느끼는 감정이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보고 싶고 그를 만지고 싶고 안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고통스러운 이 마음도 함께 지고 살아가겠다는 다짐 같은 거다. 그리움이라는 것은 이토록 마음에 짙게 새겨지는 아픔이자 회상이다.
 
인물들이 그리워하는 사람이 모두 돌아왔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비극을 맞이한다. 특히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던 여성은 아들이 군대에서 자살했다는 비보를 듣게 된다. 그날 이후로 희망과 웃음으로 가득했던 ‘돌아온다’ 식당의 분위기는 가라앉게 된다.
 
아들의 장례를 치르고 온 여성은 식당에 들어와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 문구의 간판을 뜯어 찢어버린다. ‘죽음’이라는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가슴 아픈 일이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울부짖음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고, 무대 위의 인물들과 관객들은 그 순간 어떠한 위로도 건넬 수 없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식당 주인의 감정이 극대화되며 연극은 막을 내린다. 식당 주인은 외로우리만치 고요한 가게에 홀로 남아 벽에 걸린 거울을 바라본다. 그러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발견한 것 마냥 반가움과 슬픔이 섞인 목소리로 애타게 아버지를 부른다.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후회와 그리움이 뒤섞인 눈물이 관객들에게 뭉클함을 선사했다.
 
그 이후에 바로 이어진 장면은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하던 이를 만난 모습이다. 사람들이 한데 모여 식당은 북적거린다. 그중에는 실제로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초등학교 선생님의 아들 모습도 보여 더욱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된 이 모습이 모두가 바랐던 결말이었겠지만, 끝내 소망이 이뤄지지 않아 극에 대한 여운은 짙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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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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