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 사랑, 사랑 [문화 전반]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
글 입력 2022.05.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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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인간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인만큼 문화예술에도 매우 보편적으로 쓰이는 소재다.


같은 분야의 사람끼리 만나 부부가 되는 것은 흔하다. 함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보다 넓어서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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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소개할 아티스트는 문화예술이 사랑을 이어 작업에 늘 ‘사랑(love)’이 있고, 그래서 모든 작품이 사랑스러운 사랑과 귀결되는, 사랑하는 부부 키미앤일이다.

 

키미앤일이(KIMI&12)는 그림 그리는 키미와 글 쓰는 일이로 이루어진 부부 작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러스트레이터인 김희은과 디자인과 기획을 맡고 있는 김대일이 함께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함께 무엇이든 즐겁게 같이 해보자’라는 생각에서 그림과 글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키미앤일이는 여러 기업과 협업 하면서, 자체적으로도 그림책과 인쇄물을 만드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Q. 해야하는 일을 계속하시다 보니까 하고싶은 일을 하시고 싶어 <바게트호텔>을 쓰셨는데, 요즘도 이러한 균형을 맞춰나가려고 하시나요?

 

A. 균형을 맞추려 최대한 노력은 하지만 쉽지않아요. 개인 작업만 하면 월세를 못내고, 일을 하다보면 클라이언트들에게 맞추며 양보하다보니 우리의 생각이 무뎌져요. 그래서 노력해서 개인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 오디오 클립 [북바이북 작가캐스트 24회 - <바게트호텔> 키미앤일이 작가편] 인터뷰 중

 

 

이들 부부는 2017년엔 남해에서, 그림책 <바게트 호텔>의 콘셉트 스토어 ‘바게트호텔’을 운영하였으며, 현재는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와 작업을 하면서, 부산 해운대에서 책 속 모습을 그대로 구현한 숙소 ‘바게트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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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한 도서로는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등이 대표적이다.


"식물과 함께, 식물처럼, 식물을 섭취하며 살아가자(plant based life)"

 

- 키미앤일이의 슬로건


키미앤일이는 환경보호와 비건을 지향하는 삶에 대한 관심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으로 변화된 시선과 경험을, 작업물을 통해 공유한다.

 

 

Q. 인스타그램에서 ‘결국 사랑으로 귀결되는 채식 이야기’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A. 동물, 지구, 날씨와 계절, 땅, 사람.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이 채식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채식에 대해 꼬리의 꼬리를 물고 가다 보면 끝에는 다 사랑이 있더군요.

 

- marieclaire, [3년차 비건 부부의 에세이,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인터뷰 중

 

 

"잃어버린 기쁨을 찾아서(in search of lost joy)"

 

- 키미앤일이의 슬로건


또한, 그들은 그림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사람들이 잃어버린 기쁨을 찾도록 돕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작품에서도 잘 나타난다.


 

Q. 궁극적으로 키미앤일이의 그림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닿길 바라세요?

 

A. 기본적으로 저희는 ‘착한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거든요. 요즘 일러스트나 그림들을 보면 굉장히 자극적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자극적이란 말은 억눌린 것이 많다는 뜻이잖아요. 저희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 대학내일 [다정한 그림처럼 산다는 것 , 일러스트레이터 키미앤일이] 인터뷰 중

 

 

현재 알부스 갤러리에서는 키미앤일이라는 팀이 아닌, '키미' 혼자 참여한 <그린, 댄스, 러브 Green, Dance, Love> 라는 개인전이 진행중이다. 전시는 키미 작가의 생각과 가치관을 담은 '그린, 댄스, 러브' 세 가지의 주제다.

 

키미는 더 이상 새로운 그림이 필요 없을 만큼 아름다운 그림이 넘쳐나는 이 세상 속에서, 자신이 그리고 싶고 그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나의 그림은 깊이가 없는 2차원 세계같다. 그 속에 심오하고 웅장한 서사가 없어도 괜찮은 걸까라는 고민을 오랫동안 했다.

 

즐거워서 시작한 그림은 모든 일이 그렇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즐거운 마음이라는 건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닳고 닳아서 어느새 그 많던 즐거움이 어디로 갔는지 두리번 거리게 된다.”

 

- 키미(KI MI)

 

 

(즉, 그림을 일로 하다보니 즐거움이 사라진 것)

 

키미는 인생에서 즐거움이나 사랑 같은 기쁘고 빛나는 감정들을 빼면 뭐가 남을지 생각했다. 그리고 그저 그런 것들을 그리고 싶어했다.


그래서 멋진 메세지도,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없지만 즐거운 그림이 각자 제자리를 찾아 조용히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자고 마음 먹었다.


 

“즐거운 것들을 그리자. 꽃과 풀,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를, 시간이 쌓인 아름다운 몸짓을 그리자. 나에게 즐거운 것은 아름답고 무해한 것”

 

- 키미(KI 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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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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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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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하지만 키미의 모든 작품 하나하나를, 세 가지 주제 중 하나로 구분할 순 없다. 실제로도 세 가지 키워드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작품에서도 '그린, 댄스, 러브' 이 무해한 것들을 동시에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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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주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반면에 받는 것은 (알아주지 못해) 미안하고 (부족해서) 슬프다.


그렇다면 이제는 일이의 글이 궁금해진다.


앞서 키미가 말한 '점점 사라지는 감정들(그림 그리는 즐거움, 사랑)'에 대한 걱정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 책의 일이의 글에서도 잘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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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멋진 메세지나 웅장한 서사 없이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은 키미처럼 일이 또한,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것에 이유를 만들지 않으려 한다. 이유가 사라져 버려 사랑하는 것을 사랑할 수 없게 되는 슬픔을 맛보고 싶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

 

 

이유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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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키미앤일이가 부산과 남해를 오고 가며,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고 싶은 삶을 고민하는 순간순간에 느낀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책이다.


뿐만 아니라 사소한 부부의 일상과 남편 일이의 귀여운 질투나 투정까지 담겨져 있고, 그러한 글에 걸맞는 키미의 그림까지 정말 재밌고 공감가는 책이다.


분명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하는 사람, 해야하는 일에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다 줄 책이다.

 

 

++

기억에 남았던 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잘 맞는 사람을 만날 것>

p.19


희은이를 만났을 때 많은 부분이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떨 땐 생각이 너무 똑같아 소름이 돋은 적도 있었다. 미적 취향도 같았고, 좋아하는 음식, 여행하는 스타일, 삶의 방식, 윤리적인 것들, 정치, 사상, 체질 등등. 심지어 양가 부모님까지 약간 닮았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고 서로가 생각했고, 그렇게 믿었다. 내가 좋다고 느끼는 쪽으로 행동하면 싸울 일이 없었다. 그쪽을 희은이도 좋아할 게 분명하니까. 또 실제로 그랬다. 만나서 이 년까지는.


믿기 힘들 정도로 서로가 닮아 있다는 것에 대한 희열감, 그것들이 증명될 때마다 느껴지는 짜릿함과 더불어 이 상태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묘한 압박감이 생겼다. 남들이 보기에도, 내 생각에도 우리는 완벽했으니까. 그 완벽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완벽하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는 일도 생겼다.


사실 완벽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이 주는 느낌은 노력 따위는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시간과 대화가 쌓일수록 우리는 생각보다 서로가 많이 닮지 않았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쌓이자 각자의 작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알게 된 것이다. 너무 작아 사소해 보였던 다름이 다양해지고 많아지니 전혀 사소해지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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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구나. 서로 더 알아갈수록 그동안 우리가 잘 맞춰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우리가 가진 비슷한 기질 중에 ‘서로에게 잘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 이 있는데 이 부분 때문에 별문제 없이 잘 지내왔던 것이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키미앤일이의 전시와 도서, 그리고 지금까지의 여러 협업 또는 개인 작품, 뿐만 아니라 여러 인터뷰들까지 읽고 보면서, 나는 지금껏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연애보다 더 큰 차원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오디오 클립에서 그들은 365일 내내 붙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싸우기도 하겠지만 그것 또한 사랑에서 나오고 사랑으로 끝날 것. 그렇게 늘 사랑과 함께하니 그들의 가치관에도, 작업에도, 사랑이 있다.

 

그래서 평소 사랑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그들을 보며, 아이 같은 마음으로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위해, 어른스럽게 해야 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겉으로 보았을 땐 키미앤일이 부부가 그저 하고싶은 일(그림, 글)을 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나가는, 이상적인 부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들은 그것의 균형을 맞춰나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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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김지현
    •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과 내용이 담긴 글이네요. 짧지만 한편의 사랑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사랑의 힘이 대단하네요 ㅎㅎ 작가들의 이야기를 알고 난 후 작품을 보니까 느낌이 색달랐어요. 책 사진 내용중에도 좋은 말이 참 많던데 에디터님이 직접 책에서 사소하고 감동적인 부분을 캐치해 낼 수 있어서 이렇게 따뜻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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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세하
    • 에디터님의 소개해주신 글 중에 좋아하는 일이 작업이 된다면 이라는 책을 보고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들도 일이 되어버린다면 이라는 글 만 읽고 저의 생각이 겹쳐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것 = 일 이라고 생각하고 지내왔지만 주변 사람들, 부모님, 친척 등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가치관이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생업이 되어버린 주변인들은 항상 저에게 말해왔습니다. 그래서 지뢰 겁 먹고 도망쳤던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망치면 항상 후회가 남고 두고두고 생각이 났습니다. 에디터님이 한 말 대로 아이 같은 마음으로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위해, 어른스럽게 해야 하는 일을 해야겠다라고 다짐했다는 말을 듣고 저도 노력해보기로 생각했습니다. 주변사란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키미앤일이의 부부작가의 글과 그림을 보며 많은 사랑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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