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전문학이 어렵다고? 오히려 좋아! -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

글 입력 2022.05.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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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 ?


 

어릴 적 나에게 고전문학은 물음표였다. 고전문학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자주 듣고 접했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해서였다.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 건지, 어떤 것을 알아가야 하는 건지, 그런 것들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웠다. 문학도 어려운데 고전문학이라니. 등장인물들의 심리, 그들 사이의 관계, 전체적인 주제 같은 것들이 다소 복잡하기도, 난해하기도, 심오하기도 해서 쉬이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되고 본격적으로 고전문학을 접하면서는, 그 물음표를 찍게 만드는 것이 고전문학의 매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형태의 물음표이든, 고전문학이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랬다. 심지어 질문이 있으면 정답이 있어야 하는데 정답지를 찾기가 쉽지도 않고, 사람들마다 말하는 정답이 다르기도 하다.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문학 작품에는 해석의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틀에 박힌 정답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란 펼쳐진 이야기 속에서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것이다. 청소년 필독서이자 대표적인 성장소설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처음 읽었을 때가 떠오른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힘겹게 완독을 마쳤지만,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구절만 머릿속에 남아 자괴감을 느꼈던 지난날들이.

 

그만큼 고전문학은 입문하기 전에도, 접하는 중에도, 경험한 후에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과 함께라면, 그 어려움이 조금은 희석되고 보다 덜 외롭게 자신만의 답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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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41개의 고전문학 작품을 담아냈다. 저자인 문학 전문 유튜버 <문학줍줍>이 그동안 읽은 다양한 작품 중에서 깊은 울림을 받은 작품들로만 엄선해 모아놓은 것이다. 수년째 단 한 주도 쉬지 않고 매주 문학 작품 리뷰 영상을 올리는 사람에게 뽑힌 책이라니. 궁금했고, 다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나도 깊은 울림을 받아볼 수 있을까 싶어서.

 

프롤로그에는 문학 작품에 대한 작가만의 생각이 담겨있다. 작가는 우연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접하고 문학과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는 '이야기가 가지는 힘'이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야기가 가지는 힘이란,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말한다."

 

이야기 속에는 인간, 삶, 그리고 세상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소설이나 희곡과 같은 문학 작품은 '작가의 창작에 의한 허구의 이야기'로 정의되지만, 들여다보면 결국은 '우리네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고전을 탐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닐까. 고전문학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작품을 말하는 만큼,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검증되어 왔다는 것이다. 고전문학은 독자에게 삶의 지혜나 해답을 직접적으로 가져다주지는 않더라도, 그 가까이에 데려다 놓거나 그 길로 인도해주는 훌륭한 지침서가 된다.

 

작가는 두 가지 관점에 집중해서 작품들을 바라본다. "인간의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 중에서 작품이 포착한 인간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와 "작품이 진단하는 사회의 현실, 그리고 이상적인 사회상은 무엇인지"이다.

 

나 역시 학교에서 고전문학을 분석하는 과제를 할 때마다 '인간'과 '사회'에 중점을 두었었다. 작품 속 인간의 심리, 행동 양식, 가치관, 사회적 분위기, 시선, 제도 등을 바라보면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현실로 이어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서 그 사이의 간격을 헤아려 보게 된다. 이걸 좁혀야 하는지, 넓혀야 하는지, 이상적인 모습을 고민하기도 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문학 작품은 어떤 철학서보다 더 철학적일 수도 있고, 어떤 역사서보다 더 사료적 가치가 클 수도 있다." 작가의 말처럼, 문학 작품이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서처럼 독자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직접적으로 제공하지는 않더라도, 그 자체로 읽어야 할 가치는 충분하다.

 

 

 

고전문학이 어렵다고? 오히려 좋아!


 

이 책은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장마다 3개에서 5개의 작품이 담겨있다. 그리고 작품을 집필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소개, 등장인물 관계도, 간략한 줄거리, 리뷰가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무려 41권의 고전문학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고전문학을 좋아하지만(좋아하고 싶지만) 어렵게 느껴지거나 사실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각기 다른 주제와 소재를 다룬 41개의 고전을 단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울 것이다. 고전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41개라는 다양한 선택지에서 취향에 맞는 작품을 발견해 불현듯 고전에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른다.

 

전자에 속하든 후자에 속하든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내가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을 즐긴 방법에 대해 소개해본다.

 

 

- 모르는 작품이라면,

 

처음 책의 차례를 펼쳤을 때, 전공이 무색하다고 느껴졌다. 자신 있게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서였는데, 이번 기회로 다양한 작품을 짧은 시간에 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과거에 덮어두었던 책도 펼쳐볼 수 있게 되었다.

 

프란츠 카프카. 그를 안다고 말하기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카프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라는 건 알지만, 그의 작품들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을 듣고서 망설임 없이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카프카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남에게 내보이지 못하는 정체성'이라는 소제목에 호기심이 생겼고, "이야기가 단순하고 등장인물도 많지 않아 카프카의 작품 중에서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 카프카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이 결정적이었다. 그렇게 어려워서 외면했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게 되었다.

 

 

- 아는 작품일지라도,

 

이미 읽은 작품인 경우에는, 오히려 읽어 보았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다. 작품에 대한 나의 생각과 작가의 생각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과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랬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처음 접했을 때는 대학교를 입학하고서였다. 그때는 집단으로부터 버려진 가장, 무정한 사회와 냉혹한 현실에 희생되고 좌절하는 개인, 이런 식으로 작품을 바라봤던 것 같다. 그랬는데, 작가의 리뷰를 읽고 나서는 작품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윌리의 모습을 통해 자기 자신의 필요성을 스스로에게서 찾지 못하고 외부에서 찾았을 때의 한계를 보게 되는 것이다. 평범한 우리들의 대표 격인 윌리를 통해 누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 제대로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윌리가 자신을 잃어버린 것은 사회나 가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기 자신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나의 필요성을 어디서 찾고 있는지, 혹시 나도 외부에서 찾고 있지는 않은지.

 

 

- 그날그날에 따라,

 

41개의 작품을 그날의 기분에 따라, 필요에 따라 골라서 읽고 있다.

 

어느 날에는 4장,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찬찬히 되짚어보다]가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골랐다. 작가가 붙인, '타인의 죽음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돌아보다'라는 소제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9장,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에 함께하다]에서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을 골랐다. 오랜만에 다시 읽으면서, "누군가 나에게 이 소설이 '어른을 위한 작품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날은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

 

고전과 친밀해지고 싶다면,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과 함께하는 건 어떨까.

함께하는 동안 고전문학 속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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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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