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사회의 족쇄에서 자유로운 단독자, 아티스트 김현민 ②

김현민이 말하는 인생철학
글 입력 2022.04.2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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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프로 n잡러 청소년지도사 김현민 ①>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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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4년간 다니셨던 청소년 수련관 마지막 출근이라고 들었어요. 마지막 날인데 기분이 어떠세요?


지금은 아직까지 마지막 날인데도 후련함이 없어요. 내가 여기 정을 한 번에 뗄 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까 아쉽고 불안감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그걸 놔야지 맞는 건데. 아직까지는 좀 그런 마음이 좀 더 큰 것 같습니다. 사실 휴가를 10일 전부터 썼는데, 그런 이유 때문에 계속 휴가를 내고 오는 것 같아요.

 


아쉬움이 남아있는데 왜 이직을 하는 건가요?


계속 있으면 좋죠. 근데 제가 4년 동안 수련관에서 똑같은 사업을 했어요. 동아리를 하고, 공간 문화 예술 관련된 사업도 하고. 저한테는 큰 변화가 있진 않았어요.


그런데, 저는 1~2년 차에 그런 소리가 되게 좋았거든요. “와 김현민이니까 이 일을 한다. 현민쌤이니까 이 일을 되게 잘한다. 너만 할 수 있다.” 그때는 그런 말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 그게 힘이 되고 용기가 됐던 것 같아요. ‘나밖에 못하는구나. 이게 나에게 맞는 길이구나.’ 으시댔거든. 근데 그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어느 순간 발전을 안 하는 제 모습이 보였어요. 저는 제 스스로 창의적인 걸 찾아서 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런 모습보다도 노하우를 찾으려고 하고 안정적인 길을 찾으려고 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어요. 일을 편하고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만 생긴 거죠. 그러다 보니까 스스로가 점점 도전정신보다 조금씩 느슨해지는 모습이 보였어요.


다른 사업으로 바꿀 수는 있었는데, 그런 타이밍보다도 제가 그런 고민을 할 지점에 두 가지의 선택이 있었거든요. 이직과 하나는 대학원을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원하는 직장인, 음악과 관련된 청소년 시설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새어 나왔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과 청소년, 그 두 가지를 접목해서 좀 더 디테일하게 그쪽을 도전해 보고 싶었는데, 운이 잘 맞게 구인이 올라왔고 거기에 지원을 했고. 그래서 그곳으로의 입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청소년 지도사로 일하면서 갖고 있던 목표가 있나요?


지금 내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이직을 한 거지만, “항상 고립되지 말고 항상 타성에 젖지 말자”라는 그 목표를 가지고 살아요. 왜냐하면 너무 장황한 거를 안 잡고 사는 타입이거든요. 예를 들면 10년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고, 새해 일출 보면서 신년 계획 세우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 안 하거든요.


저는 그거보다 지금 했던 거. ‘지금 원래 하지 못했던 거라도 마무리를 짓고 가자.’ 이 주의라서 그래서 항상 고립되지 말고 타성에 젖지 말자라는 목표를 항상 달고 살죠. 그 목표에 맞게 청소년들과 일하며 보편적인 것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것도 한번같이 도전해 보고.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굳어서 못해!”가 아니라 나이가 먹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알아보고 그렇게 살기 위해서 목표를 정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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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서구 청소년수련관 전경

 

 

현민쌤이 떠나가는 걸 굉장히 많은 청소년들이 아쉬워하고 있어요. 슬퍼하고 있는 수련관의 청소년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려요.


제가 보통 얘기를 잘 안 하고 나가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저는 좀 그게 부끄럽고 낯 뜨겁고 그렇거든요. 전에 다른 센터에 있을 때는 그 얘기를 안 하고 왔어요. 근데 이제 수련관 카톡방에서 이런저런 얘기 하다 보니까 청소년에게도 알려져서 메시지도 오고. 간식도 사 오고 편지 써서 보내고, 이런 청소년들이 있죠. 초등학생 때 만나서 이제 고등학생 올라가는 그런 친구들도 있고, 최소 몇 년 이상 봤던 친구들도 있고 그래요.


근데 일청수에 대한 관심은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보통은 일청수가 좋아서 이곳에 온다기보다 사람이 좋아서 그곳에 오는 청소년도 분명히 많거든요. 근데 저는 지역사회 청소년들이 제 자원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아요. 아쉽지만 저는 또 다른 도전을 해야 되고 그건 청소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전학 가는 것처럼, 달라지는 환경 속에 놓이는 게 익숙해져야겠죠. 그리고 전 주말에도 가끔씩 보러 올 예정이에요. 그때 못다 나눈 인사를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청수를 계속 사랑해 주세요.

 


 

#음악



청소년지도사 일을 하시면서 개인 연습실에서 계속 음악 작업을 하시는 것 같았어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제 개인 작업실에서 두 명이 쓰고 있고요 그 친구는 클래식 피아노를 했고, 저는 미디를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둘이 접목해서 곡을 작업도 해보고, 이제 청소년 사업에 접목할 수 있는 거를 도전해 보자고 해서 작업실에서 레코딩하고 미디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거기서 작년에 사업했던 것들이 조금 있어요. 예를 들면 비대면 국제 교류 음악 사업이라든지 아니면 수련관 1층 카페에 헤드셋 있는 거 봤어요? 청소년들과 곡을 만든다든지 그런 사업들도 하고 음악도 만드는 공간으로 사용을 했어요. 그러니까 개인 작업하는 공간과 음악 만드는 공간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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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아이디(2dt_k_on)도 음악에 관련된 건 맞죠? 어떤 뜻인가요?


k_on은 제 예명(닉네임)이고요. 2dt는 저희가 두 명이라고 했는데, 2 different types라고 ‘서로 다른 성향’ 이런 뜻으로 만들었어요. 우리 둘이 되게 다르거든요.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 그리고 타건 하는 방식, 목소리 톤도 다르고 성격도 조금 달라요. 그래서 ‘다른 힘이지만 크루 안에서 같은 에너지가 나올 수 있다’라는 의미로 2dt라고 만들었습니다. 그거를 인스타 id로 쓰고 있어요. 실제로 사운드 클라우드 그 이름도 2dt_k_on이네요.

 

 

k_on 이란 예명에 어떤 특별한 뜻이 있나요?


사실 큰 뜻으로 만들진 않았어요. 영문 표기로 했을 때, K_On인데 이모티콘 같아서 귀엽기도 하고, 제가 김 씨라서 앞에 K도 넣고 뭐... 사실 큰 의미는 없어요! (웃음)



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나요?


저는 사실 가수가 되고 싶다거나 그렇지 않거든요.


근데 이제 노래를 만들고 프로듀싱하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옛날에 같이 하는 친구들이랑 장난으로 가사도 막 입혀보고, 장난으로 핸드폰으로 미디어를 만든 다음에 그걸 음악으로 만들어서 차에다가 틀어놓고 막 운전을 해서 여행을 가는데 그게 너무 재밌는 거야.


저는 음악 안에 모든 사연들이 담겨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 음악을 들으면 내가 그 음악을 들을 때 뭘 먹고 있었고, 어디를 가고 있었고, 누구와 있었고, 이런 것들이 다 생각이 나요. 그래서 음악은 주문 같은 예술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냥 편하게 들을 수 있고요.


그리고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정말 몇 안 되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4차 산업혁명이 터지고 기계가 모든 일을 점령하더라도 음악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분야 중에 하나라고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음악이 없으면 서랍 같은 걸 엄청 많이 사야 될 거야. 원래는 음악 속에 추억을 넣고 다니니까.


<물 만난 물고기>, 52p

 


프로듀서이자 가수 이찬혁(AKMU)이 쓴 도서 <물 만난 물고기>에서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이다.


현민님이 말한 것처럼 음악이란 모든 추억을 담는 주문 같은 예술이다. 음악이 좋은 이유는 음악 자체가 좋은 것도 있지만,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정, 상황 그 모든 기억을 회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 당시 어떤 말을 했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생각해 내기 쉽지 않지만, 음악은 그 기억들을 생생히 불러일으킨다. 서랍 속에 추억을 넣어놓듯 우리는 음악 속에 추억을 담아둔 것이다.


뮤지컬 ost의 멜로디 라인 하나만 들어도 몇 년 전 공연 장안에서 느꼈던 뜨거운 감동이 생생히 떠오르고, 페스티벌에서 뛰놀며 들었던 음악을 다른 시공간에서 다시 들었을 때는, 그때의 짜릿했던 느낌이 떠올라 혼자 피식 웃음 짓게 된다. 우리의 삶을 녹여내고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는 음악. 인류가 평생 가져가야 할 보물이다.



어떤 음악을 만드시나요?


음악의 뿌리를 찾는다면 힙합을 많이 만들고요. 보통 리듬엔 블루스(R&B)를 만들고 아니면 약간 좀 빠른 트로피컬 사운드 정도. 보통은 이렇게 찍어내고 나머지는 커버하고 녹음하고 그 정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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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2dt_official 채널 캡쳐

 


오반의 <허리춤>이란 곡을 커버한 영상을 봤어요. 목소리가 감미로우시던데, 커버 곡을 자주 부르시나요?


네. 이제 근데 그거를 유튜브에 올리거나 그러진 않고요. 커버를 쓰는 이유가 ‘노래를 해서 보여주고 싶다’라기보다는. 이제 프로듀서로서 음악을 만드는데 내가 어떤 보컬들을 만날지 모르잖아요.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상품성을 가질 수 있게 엔지니어링 하는 방법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도 공부하고, 훈련을 해야 되니까 누군가 모창으로도 불러보고 낮은 목소리로도 불러보고 있어요. 이렇게 해서 이퀄을 계속 맞추고 믹싱하고 마스터링 하고. 그런 작업을 하기 위해서 노래를 하는 편입니다.



만든 음악 들려주세요! 멜론 같은 음원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나요?


저는 보통 샘플링을 만들어서, 저작권을 타인에 넘기는 일을 해요. 자동차로 치면, 저는 엔진을 만드는 사람인 것이죠? 아쉽게도 저의 자동차 완성작인 노래는 멜론이나 지니 같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 등록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항상 고민이었어요. 한 번쯤은 차트에 올라가 보는 것도 짜릿한 경험 아닐까 하는? 올해 목표는 음원사에 노래 한 곡 싱글 앨범을 유통해 보는 것이에요! 만약 세상에 나오게 되면, 꼭 만나 뵈어요!


그의 음악이 세상에 나온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잊지 말고 꼭 한 번씩 들어보는 걸로.(약속)



일하시면서 수익 활동도 있으신 거예요?


그렇죠. 수익이 있어야 하죠. 이게 사실 처음에는 돈을 벌려고 만든 건 아니고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우리만의 아지트를 만들어보자”가 원초적인 구상이었어요. 근데 이제 그렇게 만들다가 어떻게 이렇게 됐어요. 사람이 신기해요. 환경이 좋아지면 어떻게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들어오더라고요. 그렇게 이제 수익을 내고 음악을 만들고 하다 보니까 이제 점점 일처럼 된 거죠.


또 하나의 작업 공간이고, 또 하나의 일터가 돼 버린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음악 작업을 많이 컴다운 하는 상황이에요. 들어오는 거 좀 치고, 이런 상황입니다. 본질적으로 취미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에서 너무 치열하게 살거든요.


 

정말 말 그대로 취미가 일이 되신 거네요?


그렇지. 보통 그런 말 있잖아요. 돈을 벌면 일이고 돈을 안 벌면 취미다. 이런 말들을 하는데 나는 취미와 일 두 가지가 다 작동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게 안 돼요. 그래서 조금 우리가 여유를 찾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차피 저는 음악을 끊을 생각이 절대 없거든요. 아까 말했듯이 평생 가지고 갈거여서. ‘지금 굳이 이렇게 열을 내지 말자. 나중에 금방 또 꺼질까 봐.’ 그 점이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업으로 만드는 힘이 무엇인가요? 음악이 취미에서 수익창출이 됐듯이 취미를 일로 만들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떠한 것이든 1원이라도 수익이 창출된다는 것은 “그 가치를 그만큼 인정받았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것을 원하고 소비 혹은 투자했기 때문에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잖아요? 저도 취미로 시작했고, 그 과정이 무르익을 무렵에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의 취미는 생산적이고, 타인에게 투자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 그런 것이 관심이 없다면, 정말 취미로서 그 가치를 존중하고 이어가는 거죠. 말 그대로 자신의 만족.


하지만 수익을 위해서라면, 내 취미에 대한 결과물을 냉정하게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결과물이 재밌나?”, “내 결과물이 감동적인가?”라고 계속 비판하고 되묻는 작업이 필요하죠. 보통 그런 경우 많잖아요. 친구랑 브이로그 영상을 막 찍었는데, 너무 웃겨요. 거물급 유튜버 될 것 같아. 그런데 막상 또 주변에 보여주면 우리만 깔깔깔이고, 관심 밖의 영역이죠.


그런 것 같아요. 나의 작업물과 결과물에 너무 관대하면 안 된다는 것. 그 성찰이 끝나갈 무렵에 성적표가 하나, 둘씩 본인에게 날라오게 될 거예요! 그 타이밍을 잘 노린다면, 수익도 창출되고 취미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 들고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건, 수익이 없다고 해도 내 취미 자체는 분명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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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직하는 음악센터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시나요?


진짜 그러게요. 알려주세요. 몰라요. 왜냐면 지금 건물이 지금 뼈대밖에 없어요. 본인이 여기 수련관 뼈대 있을 때에도 알고 있었어요? (아니요.)


건물은 아직 어떤 게 채워질지도 저도 모르고 근데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을 해야 되죠. 그게 뭐냐면 저는 지역사회에서 음악 듣는 거는 굉장히 보편적이고 대중적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음악을 만드는 작업은 굉장히 문턱이 높다는 인식이 잡혀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사업 모집하면 그렇게 되더라고요. ‘저는 피아노도 못 치고요. 전 드럼도 못 치고, 음치고 박치고요. 아무것도 못 해요. 그래서 음악 만드는 건 어려워요. 돈도 많이 들고 나 기계도 없어요.’ 이런 인식들이 조금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인식들을 바꾸고 음악 창작이라는 문턱을 낮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사업을 많이 만들어서 제공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음악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고, 음악 창작이 지역사회와 내 생활 속 안에서 청소년들과 공존해서 뭐든 간에 음악으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 환경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지역사회 안부터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저도 가서 음악 만들 수 있어요?


그럼요. 근데 건물이 없다니까요. 그러니까 거기가 지금 있는 수련관이랑 비슷해요. 근데 거기에 아까 말했듯이 음악을 만드는 작업실은 다 있어요. 이제 음악과 친숙하게, 이 음악을 정말 좀 더 깔끔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그게 방점인 것 같아요.

 

 


#김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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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매력 포인트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매력 포인트 없는데요. (웃음)


(한참을 생각한 후) 좀 약간 솔직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거짓말을 하면 다 티가 나고 그리고 저는 사람 만날 때 신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내가 이 사람한테 신뢰를 가지려면 내가 솔직해야 되고. 그게 아니면 좀 힘드니까. 내가 이 사람이랑 관계를 유지하는 데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저는 아예 안 만납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친구도 많은 편도 아니고 실제로 이렇게 접촉해서 같이 교감하고 그런 관계가 많지가 않아요.

 


뭘 좋아하세요? 일 이외에 어떤 걸 하면서 주로 시간을 보내시나요?


저는 약간 집돌이 성향이에요. 생각보다 집에서 안 나가고, 그냥 집에서 음악 만드는 거 좋아하고, 집에서 희곡 읽는 거 좀 좋아하고. 저는 영화 같은 거 보더라도 그 영화 대사 외우는 거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영화를 대사, 이 부분으로만 봐요. 장면만 가져가고 싶은 것들.


그래서 영화 내용은 하나도 모르는데, 그 영화 장면만 아는 것들이 진짜 많아요. 그 대사 하나하나까지 보는 걸 좋아합니다. 히키코모리 같네.(웃음) 특히 남자들이 하는 축구하고, 나가서 막 관계 쌓고 그런 건 별로 안 좋아해요. 요즘 내 나이대에 골프 많이 하잖아요.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인생 책이나 인생 영화, 인생 음악이 있나요?


하나하나 딱 지금 생각이 나지 않는데, 인생 영화가…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류승범이에요. 항상 제가 그 독백 외우고 옛날에도 배역 오디션 하면 항상 류승범 거를 했거든요. 그래서 항상 모든 장면들을, 모든 대사들을 외우고 있고. 딕션이나 톤이나 그런 모든 것들이 굉장히 존경스러운 배우예요.


류승범이 톱스타는 맞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이 K-미디어의 선두 주자는 아니잖아요. 저는 그 정도 자질이 되는 배우인데 본인이 그걸 안 하는 타입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사실 그런 재능도 부럽긴 해요. 하고 싶은 거에 대해서 자유롭고, 류승범만의 특색 있는 시장이 있다는 거. 류승범을 따라 할 수 있는 배우는 어디에도 없다고 봐요. 약간 퇴폐스러운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영화는 부당 거래 이런 거 좋아하고요. 보통 누아르를 많이 찍으니까 범죄나 스릴러 이런 거 좋아합니다.


그리고 … 인생 영화 하나 있다! 그 기억이 안 나는 인생 영화인데(웃음) 케치, 그 뭐죠? 디카프리오 나오는 거?


Catch me if you can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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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말 잔상처럼 진행되는 그 화면이 너무 좋았어요. 시간이 정말 빨리 갔어요. 그런 인생을 살 수는 없겠죠. 근데 그 한 장면 장면이 너무 예뻐요. 카메라에 담긴 앵글 그리고 색감, 음악, 디카프리오의 감성. 너무 좋더라고요. 저는 항상 작업실에 그 영화를 틀어놓고 다른 음악을 틀어놔요. 그러니까 술집이나 펍처럼 배경음악으로 틀어놓은 거 있죠. 무성영화 틀듯이. 저는 그 화면이 너무 지금도 너무 좋아서 항상 틀어놓죠. 저는 그거 블루레이로도 샀어요. 틀진 못해요. 지금 기계가 없어가지고. (웃음)



요즘 본인을 행복하게 하는 건 뭔가요?


행복하게 하는 거는... 나는 한 번도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긴 하거든요. 근데 행복한 건 사실 눈 떴을 때 나한테 큰 변화가 있지 않고 어제 같은 생각을 오늘도 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이 계속 유지된다는 점이 행복하죠. 예를 들면 부모님이 그대로 계시고 동생도 살아있고 주변인들이 아프지 않고 살아있고 싸우지 않고 그런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있다는 거.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모든 일이든 순탄할 수 있는 환경. ‘내가 0에서 100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어 있구나’라고 느낄 때 제일 행복하죠. 안정감이 아닐까요?

 


약간 평화주의자 같은 느낌인가요?


나는 방관자에 가깝지 평화주의자는 또 아니에요. 평화주의자는 평화를 외치잖아요. 저는 그걸 외치진 않아요. 그 자리에서 빠지는 방관자 타입이에요. 사실 그래서 팀원한테 많이 혼납니다.


 

현민님에게 예술이란 어떤 것인가요?


예술이란. 제가 예술이라는 거를 감히 정평할 수 없지만, 제 꿈인 광대가 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인문학이자 학문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평생 여기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지 못하지 않을까요? 그만큼 계속 제가 갖고 가야 하는 분야 중에 하나예요.


항상 해시태그에서 나를 표현할 때 예술을 빼진 않거든요. 그만큼 이거에 대해서 ‘통달했다’라는 느낌이 아니라 “나 이거 하고 있다.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다”라고 표현하는 아이덴티티 중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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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님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글쎄요. 저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 건 사실 한 번도 생각 안 해봤어요. 그러니까 제가 했던 작품이나 결과물이나 어떤 감동들이 잔상에 남아서 ‘이런 사람이 있었네’ 정도까지만 알면 좋은데, 저에 대해서 기억되고 싶게 하거나 막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나는 나에 대한 자존감이 되게 낮거든요. 근데 나는 그렇다고 해서 나는 별로 올리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자존감을 올려야지만 세상을 잘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타입이거든. 낮으면 그냥 낮은 대로 방법이 있을 것이고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자존감을 올리는 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서.


나를 기억하는 거에 그렇게 관심 있기보다는, 내가 했던 작업물이나 결과물이나 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 계기가 되면 저한테는 좋죠. 제가 조명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는 자존감 열풍이다. 그런 사회현상 속 김현민 님의 ‘저 자존감 낮아요’라는 말은 오히려 자존감이 하늘에 닿아있다고 느껴졌다. 자존감(자아존중감)이란 ‘나의 어떤 모습이라도 괜찮다’라고 나를 인정하는 것이다. 자존심은 남과의 비교, 현재의 나와의 비교가 있어야 하지만 자존감은 비교 대상이 없다. 홀로 서있는 그것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스스럼없이 꺼내던 김현민 님은 자신의 어떤 모습에도 당당했다.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기보단 본인 주변의 것들이 조명 받는 것에 만족하는 모습에선 사회적 시선을 벗어난 자유로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재미있는 역설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만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그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존감이라는 독>, 34p

 

 

인생의 목표가 뭔가요?


광대요. 광대 광대처럼 살자.


 

그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나요?


저는 설계하는 타입은 아닌데 운 좋게 항상 잘 맞아떨어지거든요. 제가 완전 극P(MBTI중 인식형)예요. 여행 갈 때도 계획 안 하고 그냥 막 가거든요. 그만큼 제가 매년 목표 설정을 해놓고 33살에 뭐 하고 34살에 뭐 하고. 이렇게 절대 하지 않아서 가까워지는지는 사실 셀프 체크를 안 해봤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제 수명이 100살이라고 한다면 100살까지 목표 달성을 했든 안 했든 계속해서 이 일을 할 거고, 같은 고민을 할 거고, 같은 정서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노령이 됐다고 해서 좀 더 편한 걸 찾고 나이에 맞는 거 나이에 어울리는 그런 걸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김현민이 추구하고자 했던 그 방향성을 잃지 않고, 사회에 타협하지 않고, 내 가치를 예술로 승화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서 그런 목표에 대해서 셀프 체크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살 거예요.

 

 

-100부터 100까지 인생 그래프를 그린다 하면 지금은 몇 정도예요?


글쎄요. 참 이게 확실히 사람이 이제 성향이 다르니까 내가 생각하지 못한 거를 물어보니까 좀 어렵네요. 어쨌든 마이너스 100에서 100이면은 결과적으로 계속 0이 돌아오겠네요. 그럼 계속 0으로 하죠. 다음에 내려갈지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너무 좋지도 싫지도 않다는 건가요?


저는 -100, 100 뭐 이런 것도 없어요. 그냥 지금이 좋고 막 성장하고 싶다고 그런 마음도 안 들어요. 그러니까 나는 그냥 지금이 좋아. 왜냐하면 난 지금에 계속 도전하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네요.

지금까지 꿈을 향해 착실히 걸어온 자신한테 한마디 해주세요.


일단 내일 출근 잘하시고. (웃음)


항상 본인을 채찍질할 수 있는 건 뭐 “말만 충이 되지 말라”라는 말이 있겠죠. “말만 그렇게 하지 말라. 네가 뱉은 말에 책임을 져라”이런 뜻인 거고 저는 제 스스로한테 애정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관대해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이 들어요. 나 자신한테는 그만큼 엄격해야 된다고 생각이 들고. 계속 열심히 하라는 것밖에 없죠. “열심히는 해.” 열심히 하는데 “열심히 해서 지쳐서 편한 길을 찾으려고 하지 마라”라고 항상 얘기를 해주고 싶죠.

 


인터뷰 전반적으로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수련관을 떠날 때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주연 배우로 무대를 올리고 나서도 만족감보다는 "항상 아쉬움을 남겨놔야죠."라는 말을 하셨어요. 아쉬움을 남겨 놓는다는 말이 애정을 남겨 놓겠다는 의미로 생각되는데 그렇게 봐도 될까요?


요새 도장 깬다 뭐 취업 뽀갠다, 끝판왕이다, 종결이다 이러잖아요. 뭔가 그것에 대해 매듭을 지으면 연이 아예 끝나는 느낌이 들어요. 뭔가 아쉽다는 여운을 남겨놔야 시간이 흘러도 그 애정이 더 성장할거고 그런 느낌이 좋아요. 그래서 그렇게 보통 감정을 느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해 주세요.


제가 6년을 청지사(청소년지도사)를 하면서 혹은 또 그전에 배우를 하면서 그리고 이번에도 음악을 하면서 그 직업에 대한 고찰 그리고 직업에 대한 관심 사업에 대한 인터뷰는 꽤 많이 해봤는데 사실 인간 김현민에 대해서 인터뷰는 33살 동안 처음 해봐요. 그만큼 저에 대해서는 궁금한 사람이 없는데 '왜 나한테 인터뷰를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과정이 되게 의아했고, 그렇지만 처음 겪는 경험이라 굉장히 좋았고요. 감사드리고. 저의 이야기를 듣는 분들이 힘을 얻거나 혹은 힘을 내거나 그런 걸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런 사람도 별난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항상 생각했을 때 '지금 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나이가 이렇게 됐기 때문에'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거를 계속 각인하고 살고 있고, 그런 동반자들이 많아야 이런 창의적인 크리에이터들이 더 많이 사회 속에 생길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든 점, 그 족쇄가 결국은 안정감과 사회에서의 이탈에 대한 두려움이잖아요. 그런 것들이 결과적으로 하나의 사회라고 본다면 우리 같은 사람도 사회 조직원이 될 수 있거든요. 우리만의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서 같은 고민을 할 수 있는 구성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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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MZ 세대가 바라는 삶이다. 지금껏 저변에 깔려있던 사회의 보편적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자신의 길을 가는 삶. 김현민 님은 본인이 직접 그 길을 걸어옴으로써 '그렇게 남들과 똑같이 살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탈의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삶의 기대를 갖고, 자신이 지나왔던 모든 길에 애정을 놓아두고, 기득권으로 살려 애쓰기보단 본인의 삶에 집중하고, 미래의 큰 목표를 이루는 대신 지금에 도전하는 현재를 사는 삶. 이게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사람의 인생이 아닐까.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단독자"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리, 대중 속의 누군가로 살아간다. 집단 속의 누군가로만 살아간다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갈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신 앞에 홀로 선 단독자가 됐을 때(세상에 오직 홀로 남겨졌을 때),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보편적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김현민 님은 사회가 보편적으로 요구하는 집단이나 범주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갔고, 그 과정을 통해 '김현민'이란 정체성을 만들었다.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노력과 난관의 시간들과 내면의 성찰이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외톨이(개인)란, … 전 인류가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범주다. 나의 과제는 비천한 하인으로서 되도록 많은 사람을 '외톨이'라는 골짜기를 통과할 수 있도록 초대하고 선동하는 일이다. 아무도 외톨이가 되지 않고서는 이 골짜기를 통과할 수 없다.


쇠렌 키에르케고르, <관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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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인터뷰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신, 저의 첫 청소년지도사 선생님 김현민 님께 감사드립니다. 광대의 삶을 응원합니다.


그의 바람처럼, 사회의 이탈을 두려워하지 말고 개인의 개성을 인정하여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특히나 개성이 중시되는 시대에, 이런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조금 더 행복한, 자유로운 세상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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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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