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역사 안에 던져진 인간의 삶 - '한밤의 아이들'을 읽고 [도서/문학]

글 입력 2022.04.2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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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이야기였다. 역사적 배경을 깊게 다루는 소설들은 팍팍하게 다가와서 읽기 버거워하는 편인데 심지어 두 권, 거의 10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이 책을 다 읽기까지, 또 그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주인공의 삶을 줌 인 하여 깊은 곳까지 들어가 세세한 부분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점점 줌 아웃해서 화자를 둘러싸고 있는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더니 더 나아가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는 인도의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이번 기고에서는 한 나라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그 역사와 운명을 함께하는 인물의 투쟁과 고찰을 통해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살만 류수디의 소설 <한밤의 아이들>에 대한 서평을 적어보고자 한다.

 

 

 

특별한 존재, 특별한 능력



한 국가의 탄생과 함께 태어난 주인공 살림 시나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냄새에서 감정이나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 그를 포함한 한밤의 아이들은 그들을 둘러싼 세계 속에서 각자가 부여받은 특별한 능력을 활용하며 살아간다.

 

이처럼 한밤의 아이들은 다른 평범한 이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들로 그려지지만, 결국에는 나와 같은 수많은 평범한 개인들도 그들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발 딛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역사 안에 던져져 국가와 역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받으며 운명의 궤도를 함께한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서 살아가기 위해, 수많은 타인과 연결되기 위해 찾아낸 혹은 훈련한 특별한 능력이 있는가.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다.

 

 

 

피클병에 담기는 의미


 

우리는 어떠한 상황과 환경에서도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몸담고 있는 세계와 연결되기 위해 노력한다. 살림 시나이도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한밤의 아이로 태어나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자신의 존재와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애썼다.

 

그러나 독립 직후라는 불안한 시대적 배경에 던져진 그는 다사다난한 날들을 보내고 많은 것을 잃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삶이 의미를 잃는 것은 아니다.

 

 
“ …그리고 (내가 만든 피클 병 서른 개와 빈 병 한 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형태와 형식을− 즉 의미를− 담아내는 일이다.”
 

 

살림은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고 함께 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각각의 의미를 되새기고 오래 기억하고자 피클 병에 담기로 한다.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치열한 고찰과 투쟁, 그리고 그 쉽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한 수많은 사람들과의 사랑과 연대가 무엇보다 큰 의미로 남아 병안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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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 늦어버릴 때까지 끊임없이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에 시달릴 운명이다.”
 

 

살림 시나이가 그랬듯이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 나가는 우리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만나며 우리는 비슷한 의문과 고민에 대한 힌트를 얻고 위안을 받을 수 있다.

 

<한밤의 아이들>을 읽으며 그러한 의문에 대해 보다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시대와 환경과 어떻게 연결되어 살아갈 것인지, 그로부터 어떤 의미를 찾아내고 싶은지 생각해 볼 수 있어 고통스럽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정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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